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승원 Mar 27. 2024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울딸 이제 혼자서도 잘하네"

딸 아이가 3학년으로 새 학기를 시작한 2월 초. 집안에 큰 일이 벌어졌다. 장모님과 와이프가 크게 다퉈 장모님이 딸 아이의 육아를 안 하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장모님과 와이프가 종종 다투기는 했지만, 이번엔 그 강도가 심각했다. 


와이프 역시 화가 많이 났는지 "보기 싫으면 보지마"라고 강하게 맞섰다. 그러면서 딸 아이에게 이제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딸 아이를 달랬다. 그렇게 시작된 딸 아이의 홀로서기. 미리 예고를 하고 준비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엄마와 할머니의 다툼으로 시작돼 딸 아이 역시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출근을 하면서 미리 거실과 딸 아이의 방에 설치한 CCTV를 봤다. 와이프와 같이 아침을 먹은 후 와이프가 출근을 하면서 딸 아이가 혼자 남겨졌다. 혼자 있어 울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딸 아이는 혼자 씩씩하게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옷을 다 입고 집을 나와서 나한테 전화를 한 딸 아이. 미리 전화를 하라고 아빠는 항상 울딸 전화를 받겠다고 말했는데, 이 말을 잘 듣는 것이었다. 그렇게 딸 아이와 통화를 한 후 학교 들어간다고 전화를 끊는 딸 아이. 그제서야 마음이 놓여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후 1시가 넘어 딸 아이에게 다시 또 전화가 왔다. 하교를 해서 집으로 간다고. 찻길 조심히 건너라고 말하며 집에 도착할 때 까지 통화했다. 

그러고 나선 CCTV 앱을 켜 딸 아이를 살펴봤다. 집에 와 엄마가 미리 준비한 간식을 먹고 방으로 가 숙제를 하고 시간이 남아 혼자 노는 딸 아이. 혼자서 잘 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지만, 짠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집에서 시간을 보낸 후 영어학원을 가기 위해 책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 딸 아이. 다시 딸 아이와 통화를 했고, 셔틀버스 탄 다는 말에 잘 다녀오라고 아빠 빨리 퇴근해서 가겠다고 말하며 통화를 끝냈다. 


이날은 미리 상사에게 말을 한 후 서둘러 퇴근했다. 딸 아이가 돌아오기 전 미리 집에 도착해 가방만 놓고 셔틀버스 내리는 곳으로 갔다. 10여분 뒤 셔틀버스가 도착한 후 딸 아이를 안아줬다. 혼자 있어서 무섭지 않았냐는 물음에 "안 무서웠어"라고 씩씩하게 말하는 딸 아이.


혼자서 잘 하는 딸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딸 아이와 집에 돌아와 서둘러 저녁식사를 차렸고, 마침 와이프도 일찍 퇴근해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와이프는 딸 아이를 안아주며 장하다고 달래줬다. 


이렇게 딸 아이의 홀로서기가 시작됐고, 이런 시기가 일주일 가량 이어졌다. 다행히 그 뒤로 와이프가 장모님께 용서를 빌어 다시 장모님이 딸 아이를 봐주게 됐다. 


울딸~ 언젠가는 울딸이 혼자 다녀야 할 시기가 올텐데, 미리 예고없이 시작해서 당황했지? 그래도 울딸 혼자서 잘하더라. 언제 이렇게 컸어? 아빠의 보물이자 보석이자 1호인 울딸 너무 장하고 기특해~ 할머니가 다시 울딸 봐주시는데, 할머니도 많이 힘드신거 알지? 울딸이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스스로 숙제도 잘해줘~ 

작가의 이전글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엄마 생일날 아웃백 가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