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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구니 Jun 07. 2024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으뜸이네 집 좋은 것 같아요"

3학년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인 8월의 일요일. 이날은 용인 수지로 이사 와서 가장 어려운 손님을 접대하는 날이었다. 바로 딸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들을 집으로 놀러 오기 때문이다. 


이미 몇 주 전부터 주말에 집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는 등 손님맞이에 정성을 들였다. 초대 당일 역시 오전 10시에 친구들이 오기 전 아침식사 설거지는 물론, 화장실, 집안 전체 등 서둘러 청소를 했다.


여자 친구들만 오는 만큼, 와이프가 혼자 아이들을 담당하고, 나는 아이들이 오기 전 집을 나가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면 복귀하기로 했다. 


고생하는 와이프를 뒤로 하고, 간만에 생긴 자유를 인도어 연습장, 만화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한창 인도어 연습장에서 잘 맞지도 않는 골프공을 땀을 흘리며 치고 있는데, 와이프한테 전화가 왔다. 부르마블은 어디 있냐, 인형은 어디에 있냐 등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들의 행방을 물었고, 정리가 안 된 앞베란다와 뒷베란다 등에 있다고 말해주는데, 아이들의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와이프는 아이들 싸운다며 성급히 전화를 끊었고, 30분 뒤 카톡으로 겨우 사태가 마무리됐다고,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와이프에게 힘내라고 전해준 뒤 인도어 골프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미리 정한 연습시간이 끝난 후 만화방으로 가려는데, 와이프의 지시가 떨어졌다. 이마트에서 소고기 할인을 하니 한번 보고 와달라고... 


짐을 챙겨 이마트로 바로 갔고, 소고기 할인 행사 코너에서 와이프와 통화를 했다. 고기들이 있는데, 마지막 행사 날이라 많이 없고,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 것 같아고 하니 그냥 사지 말고, 놀다 오라는 기분 좋은 말을 해주었다. 


기쁜 마음에 만화방을 갈까 고민하다 다시 인도어 연습장으로 향했다. 와이프가 집에 와달라는 4시까지 2시간 가량 남았기에 다시 채를 잡고 공을 치며 시간을 보냈다. 


얼추 집에 갈 시간이 되자 와이프의 카톡이 다시 왔다. 애들 저녁까지 먹여야 할 것 같다며, 이마트로 다시 가 소고기를 사오라고...  


소고기를 산 뒤 바로 집으로 향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이들은 이미 딸 아이의 벙커 침대 위에서 핸드폰과 닌텐도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트에서 사온 고기를 와이프에게 전해주는데, 이미 와이프는 진이 빠졌는지 얼굴이 상당히 피곤해 보였다. 내가 집에 오자 와이프는 잠시 쉬겠다며 안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옆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잠시 조용하다 싶었는데, 한 친구가 지루했는지 벙커 침대에서 내려와 집안 곳곳을 뛰어다녔고, 다른 아이들 역시 함께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아래층에 눈치가 보여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달래는 등 아이들을 옆에서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저녁 밥을 할 시간이 돼 쌀을 씻고, 밥을 안쳤다. 다시 부엌으로 나온 와이프는 고기를 구울 준비를 했고, 나 역시 숟가락과 그릇 등을 세팅하며 저녁식사 준비를 같이 거들었다.

저녁밥이 다 됐다는 알림 소리와 함께 고기를 굽기 시작했고, 방에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구운 고기를 접시에 담으며 저녁을 먹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나와 와이프의 저녁식사는 생략됐다. 


어느정도 고기를 먹은 아이들은 자신의 밥을 다 먹지 않고 그만 먹겠다고 떼를 썼고, 그럴 때마다 와이프의 목소리 데시벨은 커져갔다. 친구 엄마 즉 이모의 큰 목소리에 잠시 말을 듣는 척했지만, 이내 다시 떼를 쓰는 등 악동같은 초3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지쳐갈 때쯤 한 친구가 "으뜸이네가 우리 집보다 더 좋은 것 같다"는 말을 대뜸 했다. 집이 자신의 집보다 더 잘 정리가 돼 있고, 무엇보다 딸 아이의 벙커 침대가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겨울에도 다시 놀러오라는 와이프의 말과 함께 저녁식사가 마무리됐다. 이윽고 아이들을 데리고 갈 한 친구 엄마가 오면서 오늘의 손님맞이가 끝이 났다. 


울딸~ 매번 친구 초대하고 싶다고 했는데, 너무 늦게 초대해서 아빠가 미안해. 집 정리하고 초대한다는 게 너무 늦었네. 그래도 친구들과 집에서 재밌게 놀았지? 앞으로도 친구들과 다투지 말고 사이좋게 잘 지내. 그리고 오늘 신나게 논 만큼, 이제 개학하면 숙제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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