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독려안내. 직무교육이 진행중입니다. 기간내 학습완료 부탁드립니다."
3월 중순의 어느 평일. 평소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업무에 치이고 있는 가운데 핸드폰에 온 문자 내용이다.
회사 직무교육을 신청했는데, 날짜에 맞게 진도가 안 나가자 경영지원실에서 학습을 독려하는 문자를 보낸 것이다.
올해 새해 목표로 잡은 게 바로 금연과 자격증 공부였다. 이 가운데 금연은 잘 하고 있는 데 반해 자격증 공부는 회사 직무교육을 통해 하는 시늉만 내고 있었다.
문제는 업무에 육아, 집안일까지 제대로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데 있다. 아무리 시간을 내려고 해도 평일 잠을 더 줄이는 것과 주말에 와이프한테 양해를 구하고 공부를 하는 것만이 방법이였다.
평일 5시간 정도 잠을 자는 상황에서 더 줄이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주말에 공부를 하는 방식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와이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고심 끝에 와이프한테 이제부턴 주말에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주말에 별 일 없으면 딸 아이 학원 셔틀과 장보기, 집안 일 등등을 부탁했다. 여기에 주말에 놀러가는 것도 조금은 자제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걱정과 달리 와이프는 나의 요구를 흔쾌히 들어줬다. 자신 역시 직무교육을 자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공부하겠다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신 시험 끝나기 전까진 주말이나 휴가 때 놀러가는 건 딸 아이와 단둘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를 빼놓고 놀러갈 것이라는 와이프의 말에 내심 기뻐했지만, 최대한 아쉽다는 표정으로 알겠다고 말하고 설거지를 하러 부엌으로 향했다.
어느새 40대 중반인 된 나. 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10년, 대학을 졸업해 직장인이 될 때가진 최소 15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하지만 내가 회사에서 그때까지 일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결국 지금의 일 외에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지금 자격증을 공부하는 것 역시 머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노는 대신 재테크 공부하고, 퇴직 후의 일에 대해 준비했어야 했는데... 시간은 부족하고, 머리는 굳어 책을 붙잡고 있어도 머리에 잘 안 들어온다. 마음만 급해지는...
울딸~ 아빠가 요새 공부를 다시 하려니까 왜 울딸이 숙제랑 공부보다 놀고 싶어 하는지 새삼 더 잘 알게 됐어. 재미 없지? 아빠도 재미없는데 그래도 살면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 있어. 울딸한테는 그게 숙제랑 공부고... 재미 없어도 재미를 붙여보자. 아빠도 일 재미 하나도 없는데 그냥 하는거야. 그런데 거기서 공부까지도 해야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