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인간미가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회식도 자주 참석하지 않고
운동이나 동호회 같은 사적인 모임에도 대부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일까.
살짝 억울한 면도 있다.
회사에서 큰소리 한 번 내 본 적 없고,
누군가의 실수에도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했다.
설령 협업 담당자의 실수로 프로젝트가 미뤄져도
나는 먼저 그의 사정을 듣고 대신 보고하곤 했다.
내심 이게 '동료애'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최근 개발한 신제품이 사내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혼자 해낸 성취는 아니었다.
책상에 둘러앉아 수없이 브레인 스토밍을 하고,
설계안을 수정 보완했으며,
한파에도, 폭염에도, 시제품 현장 테스트를 반복했다.
마침내, 수년 동안 해결되지 않던 문제를
단 하나의 단순한 부품으로 반 년 만에 깔끔히 풀어냈다.
그 짜릿함, 다 같이 외쳤던 “됐다!”
모두, 그 순간의 증인이었다.
호평과 동시에 기술 보호를 위해 특허 출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팅과 테스트에 참여했던 분들에게 출원 서류에 등재할 발명자 정보를 요청했다.
“저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쑥스럽게 뭘 올려요? 젤 고생한 매니저님 혼자만 올리면 되지. 연구소에서 이런 요청한 건 처음 같은데?”
의외라는 그들의 반응.
문득 든 생각.
내게 ‘인간미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특허, 실용 신안, 디자인 출원에 자기 이름만 올린다.
정말, 혼자서 다 했을까?
내가 생각하는 인간미란,
함께 한 동료의 노력을 알아보고
성과를 나누는 데에서 느끼는 보람이다.
디자이너 혼자서는 절대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사용자 경험, 설계 호환성, 심미성, 합리적인 비용, 시공 편의성, 품질 표준화까지 갖춘 좋은 제품은
팀워크의 결과물이다.
진짜 인간미란
서로의 이름을,
서로의 노력을,
당당히 나란히 새기는 것 아닐까?
특허야 종이에 새기지만,
동료와의 신뢰와 기쁨은 마음에 새긴다.
오늘도 나를 움직이는 힘은,
특허 그 너머, 함께한 이들과의 ‘정(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