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강훈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꾸던 날

몇 해 전 겨울, 아내와 크게 다툰 날이었습니다.

"왜 맨날 그런 식으로 말해?"

제 입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그 순간 아내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분노가 아니라 체념이었습니다.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포기에 가까운 그런 눈빛.

아내는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 닫힌 문이 마치 우리 사이의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거실에 혼자 남아 생각했습니다. '맨날'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정말 아내는 '맨날' 그랬을까?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맨날 제 곁에 있었고, 맨날 가정을 돌봤고, 맨날 저를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단지 피곤한 날, 그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을 뿐.

두어 시간쯤 지났을까요.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습니다.

"나 들어가도 될까? 할 말이 있어."

아내가 문을 열었습니다. 눈이 부어 있었습니다.

"미안해. '맨날'이라는 말... 그건 사실이 아니야. 네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아. 그냥 내가 힘들어서 엉뚱한 데 화풀이한 거야. 정말 미안해."

아내가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대답했습니다.

"나도 미안해. 나도 요즘 예민했어. 서로 힘든 거 알면서도 더 배려하지 못했네."

그날 밤, 우리는 오랜만에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단 몇 마디였지만, 그 진심 어린 사과가 꽁꽁 얼어있던 우리 사이를 녹여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서툰 화자입니다

살면서 수많은 말을 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늘 서툽니다.

사랑한다면서 상처 주는 말을 하고, 도우려다가 무시하는 말을 하고, 가까워지려다가 멀어지는 말을 합니다.

왜일까요?

우리는 말하는 법은 배웠지만, 마음을 전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법과 어휘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었지만, 감정을 담는 법, 존중을 표현하는 법, 사랑을 전달하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가 했던 대로, 주변에서 들었던 대로, 미디어에서 본 대로 말합니다. 그것이 최선인 줄 알면서.


말의 온도를 바꾸는 여정

사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화나 관계에 대한 것은 아는 대로 다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대화도 관계도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써 내려가는 글들이 어떤 정답이나 지침서가 될 수는 없죠.

대신 함께 생각하고, 함께 성찰하기를 제안합니다. 왜 우리는 그렇게 말하게 되었을까? 그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까? 조금 다르게 말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때로는 심리학의 도움을 빌리고, 때로는 일상의 경험을 나누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말들을 다시 바라봅니다.

부탁, 감사, 사과, 위로, 칭찬, 사랑.

이 여섯 가지 순간에 우리가 선택하는 말들. 그 작은 선택이 관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나아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관계에 대한 글을 쓰면서도 저는 여전히 실수합니다.

아내에게 조급하게 말하고, 아이에게 명령조로 말하고, 부모님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고, 후회하고, 다시 다짐하고, 또 실수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완벽한 소통은 없습니다. 다만 조금씩 나아지려는 노력이 있을 뿐입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따뜻하게,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정성스럽게,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이 책을 펼친 당신에게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노력이 보입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더 좋은 관계를 만들려고, 더 따뜻한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당신의 마음이 보입니다.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충분히 좋은 사람입니다.

이제, 그 마음을 말에 담는 연습을 함께 시작해 볼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말 한마디를 바꾸는 것으로. 그것으로 관계가 바뀌고, 일상이 바뀌고, 삶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2025년 여름 LA에서, 따뜻한 말이 오가는 세상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