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태기가 벌써요?
개발 공부를 시작하면서 하루도 만족한 공부를 한 적이 없고 하루라도 완벽하게 이해를 한 적이 없었다. 그만큼 두 달 간의 시간은 너무너무 어려웠고 힘들었고 고민스러웠다. 그런데 나는 지금이 그때보다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개발자 공부에 대한 권태기'가 왔다. (코딩 + 권태기를 줄여서 코태기라 부르겠다.) 사실 코딩을 뭐 얼마나 했다고 권태기라고 표현하냐라는 생각이 스스로도 들지만, 이 단어가 아니면 표현하기 어려워 '코태기'라는 표현을 쓰겠다.
전의 두 달간의 생활은 너무 어렵고 이해하는데 급급하고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서 너무 어려워 그만둘까ㅠㅠ -> 그래도 해야지!!! 의 무한 반복의 굴레에서 살아왔다면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공부를 안 하게 된다. 코태기에 온 이유를 차근히 생각해보면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나 싶다.
아직 돈도 벌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데 뭔 보람이냐고 하겠지만 현재 나는 아직까진 인풋 대비 아웃풋이 너무 작은 케이스다. 9-6시 졸린 기운 버텨가며, 아메리카노를 포션처럼 먹어가며 이해가 안 가도 아득바득 수업 듣고, 6-12시까지 야자 포함해서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그렇게 3개월을 거의 12시 안에 잔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늘 과제마다 전전 긍긍해야 해야 했고, 수업시간마다 혼자 코드를 짜보라고 할 때마다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그 시간이 1,2달은 괜찮았지만 2달이 넘어가 3달이 다돼가니 그게 조금 지치는 듯했다. 뭐든 남과 비교하는 순간 자신을 갉아먹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시간에 졸아도, 수업을 빠져도 나보다 훨씬 잘 이해하고 뭐든지 잘 해내가는 같은 수업을 듣는 수강생을 볼 때마다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수강 전부터 '8개월간의 대장정을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있었지만 그 의문의 답이 '버틸 수 없다'였어도 나는 이 과정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만큼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3달이 돼가니 체력이 떨어진다. 졸음도 많이 쏟아지고, 집중도도 떨어지는 듯하고 기력도 많이 떨어지는 걸 느낀다. 아무래도 30대에 접어들었으니 더 그랬으리라 생각된다. 거기다가 허리, 손목도 원체 좋지 않으니 그 이유도 한 몫했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뿐 만이 아니다. '체력은 곧 인성'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적 있다. 요즘은 그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한다. 체력이 없으니 정신적으로 쉽게 지치고 짜증과 나쁜 생각들이 늘어간다. 육체적인 체력은 내 정신적인 체력까지 함께 떨어뜨린다.
하루하루 열심히 했지만 쉬지 전혀 쉬지 않았냐 하면 그건 아니다. 나름 스트레스 해소로 게임도 하고, 이렇게 티스토리에 하고 싶은 말을 주절 거리기도 하며, 유튜브도 간간히 본다. 그런데 휴식을 취해도 휴식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는다. 쉬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든다. 이렇게 못하는데 놀고 있다고? 하는 생각이 늘 휴식시간을 지배한다. 그렇다고 다시 공부하지도 않는. 휴식이 휴식이 아닌 느낌적인 느낌.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어려움도 지나가겠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심각하지 않은 일이 되겠지. 생각하며 블로그에만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