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범죄피해 당하면 대사관에 신고해야 할까?

외국에서 성희롱 당해서 대사관 전화했더니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네요~ 헐.

---

며칠 전 모 여성 유튜버가 비영어권인 외국에서 방송 중에 그 나라 남성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업로드한 동영상을 보았다.

명백한 성희롱이 맞았다. 우리나라 기준에서는.

피해 신고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나라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그러면 경찰이 출동할 거고.

해당 행위가 그 나라에서도 처벌되는 행위인지는 모르겠지만, 위법하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사관에 전화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직접 그 나라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며 빡친다(?)고 했다.

그 나라 언어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신고하겠으며, 설사 신고한다고 해도 개인이 하는 것보다 대사관이 나서서 해 주는 것이 더 강력하게 처벌되는 것 아니냐며 비난 글을 게시했다.

언뜻 보면 유튜버 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이에 동조하여 몇몇 사람들도 댓글을 달았다.

누구는 외교부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쓰라며 친절한 해결법(?)까지 달아줬다.

아... 이게 아닌데...

언급한 유튜버 같이 단기간 여행이 아닌 6개월, 1년 아니 그 이상되는 거주 비자를 받아 외국에서 사는 한국인을 생각해 보자.

거주 기간 동안 범죄 피해 당할 때마다 그 나라 경찰을 부르지 않고 한국 대사관, 총영사관에 연락해서 출동해 달라고 할 것인가?

뭐가 좀 이상하지 않은지?

이번에는 같은 식으로 외국인이 서울 한복판에서 유튜브 방송하던 중에 지나가는 한국인이 성희롱 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외국인이 주한 대사관에 신고했을까?

설사 신고했다고 해도 영사가 출동할까? 신고 접수도 받지 않을뿐더러 출동도 하지 않는다. 우리 경찰에 대신 민원도 넣어주지 않는다. 

내 경찰 경력 26년 동안 외국인 사건 관련하여 외국 영사를 본 적이 없다. 

아니, 딱 한번 있다. 

서래마을 프랑스인 영아살해 사건 담당 했을 때.

암튼 결국 한국 경찰 112에 신고할 것이고,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영어나 3자 통역 전화 서비스를 통해 의사소통을 할 것이다.

출동한 경찰은 영어나 통역 앱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상대 한국인의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현행범 체포를 하거나 임의동행해서 조사를 할 것이다.

나중에 그에 따른 벌금이나 상황에 따라 구속 등 처벌이 이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통상적인 한국에서의 외국인 범죄 피해에 대한 사건처리 프로세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여행 중 범죄 피해를 당하면 대사관, 총영사관을 찾아 우리나라 경찰과 같은 수준의 치안 서비스를 요구한다.

언어도 잘 통하지 않으니 대사관, 총영사관 같은 공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에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나라가 모든 것을 케어해 주지 않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배워 가거나, 통역원을 비용 지불하고 고용해야 하는 것이다.

범죄 피해 신고도 그 나라 경찰에 직접 해야 하고, 그 나라 사법 시스템에 따라 처벌을 기대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경찰서나 통역원 연락처라든지, 변호인 선임 관련 로펌 리스트 같은 정보 등을 공관으로부터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영사콜센터에 몇 가지 외국어에 대한 통역서비스를 구축하여 간단한 통역은 해주기도 하지만, 장기간 통역은 통역원을 구해야 한다.

이렇듯 외국을 방문할 때는 그 나라의 치안 수준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 나라가 자국민에게 행하는 치안 서비스와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 한국인이라고 하여 더 나은 서비스나 공관의 도움을 받아 특별한 대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즉, 선진국이라면 좀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것이고, 후진국이라면 기대 이하의 서비스를 받을 것이다.

그러한 절차 진행 중에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며 자국민과 같은 수준의 처우를 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면, 공관에서 비로소 나서서 우리 국민에 대해 주재국 법에 따라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고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항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도대체 대사관, 총영사관은 무슨 일을 하고 무슨 도움을 주는 것일까?

다음 스토리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듯하다.

해외 항공기 결항되면 대사관이 도와드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