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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적 작가 시점 Apr 21. 2022

베트남 고액 알바 미끼로 감금된 청년들을 구해내다.

다섯 명의 청년들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탈출에 성공하는데...

- 너는 개야 개, 이 개새×야, 씨××아! "멍멍!" 해봐, "멍멍!" 해보라고!!!

(퍽퍽... 퍽퍽, 퍽)

- "멍멍!!", "멍멍!!"


해외 고액 알바라는 에 빠져 호찌민에 온 청년 박 씨는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도록 맞고, 개처럼 앉아 개처럼 짖어댔다.



2017년 3월 어느 날 오후.


총영사관 2층 민원실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인 사장님한테 폭행당하고 여권을 빼앗긴 민원인이 찾아왔다고.

주로 긴급 전화로 경찰영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이렇게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평소와 같이 1층 접견실로 민원인을 안내해 달라고 했다.

내려가는 길에 고소를 원할 경우 자문 변호사를 연계해주고, 통역사 소개와 관할 공안 지구대 안내 등등 루틴화 된 민원절차 안내를 생각하고 접견실 문을 열었다.


예상과 달리 새파랗게 질린 20대 청년 다섯 명이 있었다.


누가 피해당한 분이냐고 물었더니 그중 더 퍼렇게 질린 통통한 박 씨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요~" 한다. 순간, 얼마나 억울한 일을 당했기에 이렇게 명이 같이 도와주러 왔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모두 다 도망쳐 나온 거였다!


다섯 명이 서로 모르는 사이로, 모두 불법 스포츠 토토 일을 도와주면 월 250만 원 내지 500만 원을 준다고 해서 왔는데, 여권도 빼앗기고 감금되었다가 겨우 도망쳤다는 것이다.


순간 베트남 공안들과 함께 검거했던 불법 스포츠 토토 현장이 떠올랐다. 방  넓은 집의 각 방에 pc방처럼 벽을 따라 컴퓨터 수십대를 쭉 설치해서 서버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각 방에 있던 명, 명의 젊은 친구들이 서로 모르는 사이였던...


이 청년들도 불법 범행에 가담을 했기 때문에 체포되거나 보복당할까 봐 겁에 질려 처음에는 자세한 말을 하지 않았다.

이들을 도우려면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알아야 하기에 설득이 필요했다.


- 여러분이 무슨 일을 했어도 여기는 한국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아서 내가 체포할 권한도 없다.  

- 설사 범죄자, 수배자라 할 지라도 난 여러분을 안전하게 한국으로 돌려보내 줄 거다.  

- 그러니, 사실대로 말을 해야 그에 합당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형사 출신인 나의 설득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



스포츠 토토 서버 관리를 하면 월 250만 원, 박 씨는 월 5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호찌민에 왔다.

막상 오자 마자 양 사장이라는 자에게 여권을 빼앗기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일을 하려다 보니 그때서야 겁이 덜컥 나서 모두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자 양 사장은  씨에게만 매일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하고, 막무가내로 때리고, 비인격적으로 더 정확히는 개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무지막지하게 때리고 넘어뜨려 밟고 하다가... 


"너는 개야 개, 이 개새×야, 씨××아! '멍멍!' 해봐, '멍멍!' 해보라고!!"


등등의 폭행과 욕설을 견디다 못한 박 씨는 진짜 개처럼 벌벌 기다가 "멍멍!!" 짖다가 앞 발을 들고 "멍멍!!" 짖기도 하는 등 비인간적이고 굴종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5명이 공포에 떠는 개처럼 며칠간 감금되어 있었다. - pixabay image


이를 지켜보던 다른 네 도 며칠간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다가... 나중에 자신들도 저렇게 될까 봐 도망쳐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중 한 친구가 양 사장 몰래 지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일단 총영사관으로 도망치라고 해서 감시가 소홀한 틈에 모두 잽싸게 도망쳐 나와 택시를 잡아 타고 탈출에 성공했다.



그리고는 양 사장이 여기 공안들 다 알고 있으니 도망가면 공안들 풀어서 죽여 버린다고 했기 때문에 지금도 겁이 난다고 했다.

절대 그럴 일 없고, 총영사관에 온 이상 안전하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불안에 떠는 청년들을 야간 항공편으로라도 바로 귀국시키기 위해서는 여권 회수가 급선무였다.


양 사장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청년들은 전화하면 잘못될까 봐 안 했으면 하는 눈치였으나, 여행증명서라고 하는 임시여권을 만들기에는 최소 2~3일이 걸리기에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대한민국 여행증명서


- 양 사장님이시죠?

- 그란디요?


전형적인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건달 말투였다.


호치민 총영사관에 천현길 경찰영사입니다 했더니 왜 전화했냐는 식으로 시비조다.

박 씨 아시죠? 다른 것 다 차치하고 애들이 무서워서 도망쳐 나왔으니 여권만 보내주시죠 했더니 박 씨를 바꿔 달라는 둥 진짜 경찰영사 맞냐는 둥 한다.


더 깊이 들어가기 전에 다른 책임은 안 물을 테니 이 친구들 빨리 귀국시키게 여권만 쿨하게 보내달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몇 분 후...

역시나 양 사장보다는 내가 한 수 위다.  

겁을 먹었는지 제삼자를 통해서 무슨 연유인지 묻는 연락이 왔다. 긴말 않고 같은 식으로 이야기했다.


요는, 좋은 말로 할 때 여권 가져오세요~~였다.

pixabay image


30여 분이 지났을까, 베트남 여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여권 다섯 개를 고스란히 가져다주었다.

겁먹은 양 사장이 오토바이 택시라고 하는 쎄옴(Xe ôm)을 불러서 들려 보낸 것이었다.

청년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연신 고맙다고 한다.


날 밤 항공편을 예약하고 총영사관 관용차에 태워 공항으로 보냈다.  

배웅하는 길에 양 사장이 절대 복수하거나, 공항에서 붙잡거나 하는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탈출에 성공했던 다섯 명의 청년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다음 날 아침...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국 잘 도착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럴 땐 정말 일하는 맛이 나고 보람이 있다!


해외 고액 알바, 그중 베트남 고액 알바는 여권도 빼앗긴 채 아파트 같은 곳에 감금 상태로 하루 종일  서버 모니터링, 환전 등 노예 같은 생활을 한다.

게다가 한국 경찰의 ip 추적 등으로 위치가 특정이 되면 졸지에 '해외 서버 관리책'이라는 중책을 맡은 공범으로 체포되고, 강제 송환되어 처벌되는 범죄이다.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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