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넷째 주, 국내외 금융시장에서는 큰 이벤트들이 줄을 이어, 투자자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8월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베이비 스텝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해외에서도 8월 25일 시작된 잭슨 홀 미팅이 시장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중국에서는 8월 24일 리커창(李克強) 총리가 1조 위안(195조 원) 상당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이벤트들이 향후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이 상당하기에 본 블로그도 그간 진행하던 초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고답적 논의를 잠시 거두고, 자산시장 투자자들의 민생고와 직결된 금융시황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8월 마지막 주, 현재 전세계 금융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는 잭슨 홀 미팅의 후폭풍이다. 잭슨 홀 미팅에서, 極매파적 입장을 명확히 한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면서, 다우 존스는 -3.03%, 나스닥 지수은 -3.94%, S&P 500은 -3.37% 하락하였다. 파월 의장의 단 8분 50초의 연설에 미국 증시가 초토화된 것이다. 특히 성장주와 반도체 섹터의 충격이 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81%나 추락한 상황에서, 빅텍크의 대표주인 애플은 -3.77%, 구글은 -5.41% 하락하였고, 반도체 주인 퀄컴 역시 -5.38%, 엔비디아는 -9.23%까지 추락하였다.
이러한 시장의 패닉이 일견 놀랍지 않은 것은. 이번 잭슨 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 기조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경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 요지는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이며, 특히 2%의 타겟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경기 침체, 노동시장 악화 등을 포함한 어떠한 부작용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를 부연하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충격을 주겠다는 의도도 밝혔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수단으로 중립 금리에 대한 고려 없이, 4% 또는 그 이상의 높은 기준금리로 빠르게 나아갈 것이고, 설사 물가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통화 긴축 정책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임을 명확히 하였다. 파월 의장은 이 연설에서 이러한 요지를 강조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45번 사용하였고, 폴 볼커의 이름을 언급하였으며, 이전 연설과는 달리 연착륙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이 연설의 핵심은 될 때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즉 물가를 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필요하면 일종의 오버킬(overkill)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발언에서는 경기 침체 등의 부작용을 오히려 의도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되기도 한다.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요인을 통제할 수 없는 Fed의 입장에서는 경기 침체 등을 통해 수요 측면을 억제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는 견해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였는데, 역시 향후 이러한 상황이 정책적으로 조장될 수 있다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상의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추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경제 주체들의 향후 액션 플랜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매우 단순하다. 이제 당분간 공격적인 경제 활동은 끝났다는 것이다. 자산 시장에서 탈출하고, 보릿고개에 대비해야 한다. 2%의 타겟 인플레이션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Fed는 무슨 짓이든 할 것이고, 금리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와중에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모두 초토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엄혹한 시기가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물론 굳이 예측을 시도하자면, 빠르면 2023년 가을과 겨울, 또는 2024년 봄에 금리 인하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정부를 포함한 누구도 금리 인상이 오래 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이 역시 허망한 예측에 불과할 뿐이다.
사실 현재의 자산시장은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민스키 모멘트에 가까워지고 있다. 민스키 모멘트란 간단히 말하면 자산 버블 붕괴이다. 즉, 이는 하나의 거대 사이클로 표현되는 자산시장이나 경제활동의 마지막 성장 단계가 마무리되면서 나타나는 자산 가치의 급작스럽고 거대한 폭락을 의미하는데, 비록 용어는 생소할지라도, 우리는 이미 IMF 금융위기, 2008년 리먼 사태 등을 통해 감각적으로 느끼고 경험했던 개념이다. 그리고 만약 이 개념을 현재의 자본시장에 적용시키고자 한다면, 아래의 하이먼 민스키 모델에서 현재의 자본시장이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이먼 민스키 모델
하이먼 민스키 모델은 장기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현명한 투자자, 기관 투자자, 대중 투자자 순서로 자산시장 참여자가 확대되면서 무리한 투자로 인한 부채가 증가하고, 여기에 현실 부정이 더해지면서 부채의 확대 재생산과 버블 팽창을 야기하고 결국 버블 붕괴의 단계에 이르러서는, 부실 자산은 물론 건전한 자산까지 투매하게 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나스닥 월봉 차트(2022.08.28 현재)
위는 2022년 8월 28일 시점의 나스닥 월봉 차트이다. 하이먼 민스키 모델에 입각한다면 현재의 나스닥은 어떠한 단계에 진입해 있는가? 각자가 판단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