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창
잘 있었냐는 말로 입을 열었다. 잘 있을 수야 없겠지만 달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어설픈 동정도 피하고 싶었다.
그 아이는 입을 다물고 있다.
땅이 꺼질 것 같은 침묵이 흘렀다. 고민 끝에 미선의 노트를 꺼냈다.
"챙길 게 별로 없더구나."
이어 할머니, 할아버지는 잘 계시고 곧 이사를 하실 거라고 알렸다. 주소를 알게 되면 알려 주겠다, 걱정 말고 잘 있거라. 면회 시간이 이만 끝나가 가보겠다고 하며 아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문을 나섰다.
뭔가 둔탁한 소리를 듣고 뒤돌아섰다. 미선이 바닥으로 쓰러져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이게 무슨 야단인가 싶어 고함을 지르며 직원들을 불렀다. 제복을 입은 여직원이 의료진을 호출하러 급히 달려갔다.
나는 그 아이 주변에 방해가 될만한 것들을 밀어내고 의식을 확인했다. 뭔가 힘겹게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그 말투가 하도 이상해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뭔가를 팔지 말라고 필사적으로 말하는 것 같다.
의료진이 오기 전에 아이는 의식을 되찾았고 돌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자책하며 수치스러워했다.
나는 4년 순환 근무제에 따라 이듬해에 C 중학교로 전근을 갔다.
새로운 학교에서 신참 여교사와 결혼을 하고 내 삶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 궤도로 돌아갔다. 그리고 따사로운 날이 이어졌다.
그 아이 소식은 더 이상 들을 수 없다.
형제단이라는 이들도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10년 전. 마지막으로 그 아이를 만났을 때, 몰골이 형편없이 말라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그 아이가 팔지 말라고 했던 건 대체 뭘까?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