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예상했던 것과는 좀 다르게 생겼군요."
진철이 안마의자와 흡사하게 생긴 장비를 보며 말했다.
"네,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사실 장비의 주요 기능은 헬멧 부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다만 편안한 포지션으로 모시기 위해서 안마의자와 비슷하게 디자인했습니다. 초기 버전은 헬멧만 있었습니다.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시큰둥했어요. 뭔가 생소한 디자인에 거부감을 갖는 분위기였습니다. 우리가 아직 쿼티 배열의 자판기를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새로운 것에 거부감을 가지거든요. 후속 모델에서 점차 소형화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진철은 형편없는 디자인이 나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내막을 듣고 신통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의자에 앉으시고 리모컨으로 실행 버튼만 누르면 시작됩니다. 세팅은 다 돼 있거든요. 그리고 기본 시간 20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실제 체감되는 시간은 훨씬 더 깁니다. 너무 짧은 것도 싱거울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20분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진철은 경직된 미소를 보이며 구두를 벗고 의자 위에 올라앉았다. 비서 김재진 전무와 우진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사장실 밖으로 퇴장했다.
둘은 사장실 근처 재진의 사무실로 이동했다. 우진은 이탈리아풍의 가죽 소파로 안내받았다.
"사장님께서 시간 여행을 무사히 하실 수 있을까요?"
"조건이 너무 빈약해서 확률은 반반입니다. 그리고 시간 여행이라는 말은 과장입니다."
재진은 말없이 눈을 깜빡였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시간 여행을 하는 착각을 하는 거죠. 숨어있던 잠재의식을 끌어올려 가상의 체험을 하는 겁니다. 일종의 최면하고 비슷합니다."
"자각몽 같은 건가요?"
"비슷합니다. 수면하고 비슷한 뇌파가 관측됩니다."
"사장님께서 드시고 싶은 게 도대체 어떤 설렁탕이길래 저렇게 찾으실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정 실장은 말을 마치고 안주머니에서 태블릿 PC를 꺼내 화면을 펼쳤다. 액정을 만지작거려 모니터링 화면을 열었다.
사장 진철의 시점이 보였다.
정 실장은 만족스러운 듯 씨익 웃고 태블릿 PC를 접어 넣었다.
This is a work of fiction. Names, characters, places and incidents either are products of the author’s imagination or are used fictitiously. Any resemblance to actual events or locales or persons, living or dead, is entirely coincid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