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길
현재
'저 만두 한 쪽만 먹어 봤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며칠을 굶었는지 셈을 하는 것도 잊은 지 오래다. 하천에서 물은 마음껏 마실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 시절 물에는 값이 없었다.
한 개 움켜쥐고 달음박질칠까 고민했다. 여차하면 성공할 것 같기도 하다. 저 배불뚝이 남정네가 쫓아 와봐야 별 볼 일도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내 몸뚱이가 아사 직전이라는 사실도 망각할 만큼 사고력이 망가져 있었다. 비록 몸은 빈곤했으나 나는 열다섯 애송이에 불과했다. 따라서 의욕은 무모하기 짝이 없을 만큼 충만했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중2병이라는 말까지 있으니 말이다. 나는 결국 도둑질을 실행에 옮겼다. 예상과 달리 결과는 실로 처참했다. 예나 지금이나 대중심리는 간악했다. 지나가던 행인 몇 명이 가담하여 폭력을 거들었다.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의지도 없었다.
몰매를 맞으며 서서히 옅어지는 의식 속에서 삶의 불씨를 꺼트려 주는 이들에게 한편으로 고마운 마음까지 생겼다.
"이보라우! 내가 요금을 치르리다!"
어떤 사내가 남정네들을 가슴팍을 밀치며 말했다. 품속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 내밀었다. 언뜻 봐도 만두값의 몇 배나 되는 돈이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하얀 손을 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내래 천생산이다. 이 선진삥이 같은 새끼들. 와 아를 이래 패노."
손수건을 꺼내 내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말했다. 손수건에서 인삼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날의 만두맛을 기억한다. 그리고 나는 그날의 모진 매질을 잊지 못한다.
그 말쑥한 신사는 지금 박영국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이자는 저 손의 따뜻함을 알까? 두목이 내준 기회의 가치를 알기나 할까?
영국
현재
나는 그날 천생산이라는 남자가 내민 손을 잡았다.
밑질 것도 없는 장사였다. 나는 아무 것도 잃을 게 없을 만큼 추락한 상태였다. 그날 이후로 천생산 밑에서 일한다. 택시 영업도 현행대로 하고 있다. 다만, 정신을 잃을 만큼 술을 마시는 건 금지되었다. 그러나 술을 마시는 것을 주변인들에게 의무적으로 노출해야 했다.
내가 신변이 바뀌었다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거였다. 그럴 때는 주로 준식이와 자리를 했다. 술을 마시는 척하며 눈치껏 잔을 내려놓기도 하고 슬쩍 버리기도 하면서 체력을 안배했다. 순전히 술을 마시는 습관을 노출하기 위함이었다. 준식이는 매번 만취했다. 과거에 내가 저 역할을 도맡았었다는 기억을 떠올리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순간 TV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현직 검사 피습. 뉴스 속보가 보도되었다. 여야당에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던 현직 검사가 자택에서 괴한에게 습격을 받고 응급실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관련하여 의료진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수시로 용태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용의자는 남색 프라이드를 타고 도주했다고 했다. 이어 용의자 신병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침 삐삐가 왔다.
"어라? 형님 저거 보세요! 제가 가만 놔두면 시체가 둥둥 떠내려 간다고 했잖아요!"
준식
현재
언제부터인가 영국이 형님이 술로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없어서 못 먹는 그 비싼 술을 재떨이에 몰래 비우거나, 물 마시는 척하며 물컵에 술을 뱉곤 한다. 컵에 늘어난 물의 수요를 감안한다면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러는 것 같아 눈감아 주었더니, 여지껏 내가 모르는지 알고 있는 눈치다.
어쩌다 사람이 저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몸까지 축나서 술도 안 받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이 그리워 억지로 술자리를 만드는 것 같다. 형님도 빨리 아픔을 털고 일어나셔야 할 텐데. 오늘도 내가 실컷 웃겨드려야겠다.
끝.
This is a work of fiction, meaning it's made up and not real. Any similarities to real people, events, or places are pu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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