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재
이렇게 깊은 잠에 빠져들기는 오랜만이다. 몸은 나른하고 머리는 약간 욱신거린다. 시야는 여전히 흐릿하다. 낌새가 뭔가 낯선 공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육이 긴장했다. 마냥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몸이 말을 듣기 시작했다. 정확히 30분인지 알 길은 없지만, 대략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직했다.
서서히 시야도 뚜렷해졌다. 여긴 술 창고다. 굵은 한문으로 박스를 장식한 중국술이 그득하다. 때마침 문이 열렸다.
두 명의 낯선 남자였다. 키가 크고 마른 남자와 살집이 있고 키가 작은 남자였다. 작은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나에게 말했다.
"박영국씨 깨어났소?"
"여기가 어디오?"
"보스께서 기다리십니다. 일단 가서 얘기하지요."
나는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일당들을 따라 복도를 걸었다. 진득한 기름 냄새가 나는 주방을 지나자 낡은 식당 홀이 나왔다. 얼마 전 소동을 일으킨 식당과 비슷한 차이나타운의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연신 담배를 물고 마작을 두고 있었다. 나는 식당 구석 자리로 안내받았다.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양복쟁이가 앉아있었다. 얼굴의 혈색도 밝았다. 두 남자는 나를 맞은편 자리에 앉혔다. 둘은 그대로 내 뒤에 서 있었다.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가는 금방 저지당할 것 같았다.
"물 한 잔 하시겠습니까?"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마이! 여 시원한 물 한 사라 갖다주소."
나긋한 서울말을 쓰던 남자가 순식간에 연변 사투리로 말했다. 언성도 컸다. 억양에 따라 구사하는 행동도 반전되었다.
"길게 말하지 않겠소. 그만두시오."
"뭘 말이오?"
"김정남이"
"놈과 한 패거리요?"
남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폭소를 터트렸다. 내 뒤에 남자 둘도 따라 웃는 것 같았다. 남자는 충분한 웃음을 터트리고 나서 약간 눈물겨웠는지 손가락으로 눈을 훔치며 말했다.
"잘 들어요. 나는 누구와도 편을 먹지 않습니다."
"그럼 무슨 상관이요?"
"발톱 감추시오.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복수는 진짜 복수가 아니외다."
"나는 상관없소."
"그럼 애들은 어찌 되어도 상관없단 말이요? 그 개자식을 패는 대가로 부부동반 철창행인데 상관없으시다고?"
"…."
"쓸만한 솜씨 같던데, 우리랑 일해보지 않겠소?"
"우리?"
"우린 심부름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소. 그러니까 시쳇말로 흥신소라는 걸 하고 있소만."
나는 너무도 당혹스러웠다. 그럼 내 뒤를 밟고 있었단 말인가. 나는 뒤를 돌아 두 남자를 확인했다. 나는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들도 나와 같은 운명을 밟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만감이 교차했
다. 뭔가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쉽사리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말 안 듣는 놈들 몇 놈 손 봐주고, 세상에서 없어져야 할 것들 한두 놈 제거해 준다고 문제될 건 없소. 그리고 생각을 해보시오. 그 개자식을 공짜로 손 봐줄 수는 없지 않소?"
두목이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음 화에 계속.
This is a work of fiction, meaning it's made up and not real. Any similarities to real people, events, or places are purely coinciden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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