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의 영웅들
"마! 니 해안경비대가?"
"네?"
대관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나는 해안경비대는 커녕, 군대를 간 적도 없다. 엄밀히 말해 대체복무로 병역의 의무를 마셨다. 설명하자면 복잡하기 그지없는 이 복무 방식은 3년이 넘는 기간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은 복무 방식이다. 비슷한 제도로 의사들을 대상으로 '공공보건의'라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다만 3년이 넘는 의무복무 기간과 박봉으로 인해 의사들마저 등을 돌리고 의무병으로 지원해 18개월의 현역 입대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실과 군필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고려한다면 내가 병역을 이행한 제도는 이른바 면제로 치부되었다. 초기에는 나도 현역이라고 항변했으나, '추잡한 새끼! 넌 그래도 잠은 집에서 잤잖아!'라는 말을 시작으로 점점 더 고약한 말이 오갔다. 때문에 나는 군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면제'라고 일축하며 남은 여생을 살기로 의지를 관철했다. 거기다 한술 더 떠 우리 집안은 국군이 창설된 이래로 군입대를 한 남자가 한 명도 없다(여자도 없다). 누가 관심이라도 있을까 싶다. 그러나 정말이지 우리 집안 내력이라고 해봐야 내세울 거라고는 없지만, 군면제 만큼은 천부적인 소질을 보이며 거머쥐었다. 의도적으로 기피를 한 것은 아니다. 그냥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는 면제는 아니었고 현역 복무와 다름없었다.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가문의 첫 병역 대상이었던 할아버지께서는 징집되기 전에 법무부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쾌거를 이루셨다. 당시에는 공무원으로 임용될 경우 군대는 자동으로 면제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외항선을 타고 대양을 누리는 해기사였다. 당시 해운업계는 인력난에 허덕였다(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고질적인 문제다). 부족한 선박 승선 인력으로 인해 선원은 군면제 혜택이 주어졌다. 특혜가 주어진 것처럼 간주할 수 있지만, 선원에 대한 시선은 정반대였다. 외항선, 그것도 원양어선을 탔었다고 말하면 군대를 뛰어넘어 더 악랄한 고생을 경험한 것으로 쳐주었다. 실제로 해안경비대 출신의 고생과 맞먹거나 그보다 깃털 한 가닥 무게 정도 더 힘들었다고 평가받았다.
그 남자가 나를 노려보는 통에 나는 더 혼란스러웠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 남자는 더 공격적인 말투로 말했다.
"귓구멍에 잣 박았나? 해안경비대냐고! 야발놈아!"
그의 야만적인 말투는 이미 다 알고 왔다는 투의 질문이었다. '나는 다 알고 있고 너는 나에게 복종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뭔가 착오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이 회사의 창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공채를 시행한 78년생이었다. 그의 동기는 온갖 부서에 포진되어 있어 일종의 카르텔이었다. 그중에서도 해안경비대로 유명한 차장이 인사과에 근무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인사과에 근무하는 동기에게 뭔가를 잘못 전해 듣고 나에게 접근한 것 같았다.
나는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아닙니다. 저는 특례병 687기입니다."
그의 눈이 더욱 세게 번쩍였다. "뭐라꼬? 트…특례병? 그건 또 모꼬?"
나는 이 케케묵은 이야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심란했다.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특례병입니다. 거의 면제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눈을 깜짝할 새에 내 얼굴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마! 박영국, 니 뺑끼 부리는 거 아이제? 해안경비대 전우회 들어가면 또 뺑뺑이 돌린다고 카더나? 우리는 다르다. 우리 때는 선배들이 빵구만 껴도 엉덩이가 들썩였는데, 요새 해안경비대 아(이)들은 바닷물이 다 빠져서 원. '좌로 구르이시소, 우로 구르이시소.' 칸다더만…. 우리는 틀리다. 내 말 단디 듣고 대답하그래이."
"선배님, 죄송합니다만 저는 정말 해안경비대 출신이 아닙니다."
소란을 듣고 복도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도움을 요청하는 시선을 보내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군중 속에서 신입사원 이영국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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