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성 글입니다. 빅토리아 생활 에세이는 https://brunch.co.kr/brunchbook/imruddus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밴쿠버 아래쪽에 위치한 밴쿠버 아일랜드, 그중에서도 소문난 여행지인 빅토리아. 시애틀과 알래스카 크루즈, 밴쿠버를 통해 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2박 3일 안에 소위 '뽕'을 뽑기 위해 국회의사당의 야경, 피셔맨스 와프, 부차트 가든과 차이나타운을 들르곤 한다. 가끔은 어린아이들을 위해 미니어처 월드나 로열 BC 뮤지엄을 들르고, 좀 아는(?) 사람이라면 거금을 들여 Whale Watching(빅토리아는 범고래와 혹등고래로 유명하다)을 한다지만. 워킹 홀리데이나 이민과 유학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일주일이 지나면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다 봤는데 이제 뭘 보지?!
개인적으로는 부차트 가든, 피셔맨스 와프, 국회의사당이 볼 만했다. 혹시나 고래를 볼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꼭 보시길.
정원, 정원, 정원
빅토리아는 정말 자연에 한해서라면 축복받은 곳이다. 겨울에 덜 춥고 여름은 선선하기에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온갖 종류의 식물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채석장을 가꿔 만들었다는 부차트 가든이 가장 유명하겠지만, 비싼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정원문화가 발달된 곳이 바로 빅토리아이다.
엑스맨 촬영지로 유명한 해틀리 캐슬. 로열 로드 대학의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 높다란 언덕을 오르면 그 끝에 아름다운 성과 아래로 펼쳐진 널따란 바다가 나타난다. 성 내부는 특별신청에 의해 관람 가능하기에 못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만(현지인들도 대부분 못 들어가 봤다고) 전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느낌을 낼 수 있다. 정원 얘기 중에 갑자기 성을 꺼내서 의아한 사람들에게, 운영시간을 지켜 가면 성과 분수대 아래에 제법 넓은 정원이 펼쳐져 있다. 미로 같은 덤불, 색색깔의 꽃, 동양풍 정자와 연못까지 있으니 제발 가시길. 혹시나 자차와 일행이 있다면 바로 옆 숲의 작은 산책로를 따라 정글 같은 계곡을 보고 오길 바란다.
또 하나의 무료 정원. 이곳의 백인 유지들에겐 유명한 총독 관저이다. 내부는 역시나 공적 방문만 가능한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인터폰을 눌러도 관광객은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 작은 건물 크기에 실망하지 말고 그 둘레를 샅샅이 거닐어보길 추천한다. 좁게 펼쳐진 오솔길들이 아름다운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정원으로 데려다줄 테니. 참고로 가끔 등산객처럼 그 아래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는데, 갈대밭 같아 보이는 그곳은 바로 우드랜드 트레일(woodland trail)이다. 역시나 일행이 있는 분들은 아래까지 걷는 것을 추천한다.
어딘가 생소한 아브카지 가든. 러시아 혁명 이후 왕국을 떠난 조지아 왕자가 빅토리아에 정착한 후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지었다는 러브스토리가 담긴 정원이다. 부차트 가든에는 비할 수 없고, 해틀리와 총독관저의 크기조차 되지 않지만 기부금으로 운영-다만 이곳의 기부 상자 앞에는 항상 안내인이 있다. 그냥 10달러를 준비해 가자-된다는 메리트가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름답긴 정말 아름다워도 규모가 작으니 이곳의 티하우스를 예약하고 정원을 무료 관람하는 게 나을 성싶다.
옛날에는 조금 무서운 동네였다던 에스콰이몰트. 지금이야 옛날이야기에 불과하지만 현지인이 아닌 워홀러들의 포스팅에는 라군 비치(Lagoon Beach) 외엔 잘 등장하지 않는 동네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바로 한국인 워홀러! 구글맵을 따라가 보면 고르게 다리가 나오는데, 근처 나무가 꺾인 모양이 독특해 꽤 인상 깊었던 공원이다. 국내 강변의 시민공원을 연상케 하는 이곳에선 월요일마다 장터가 서고, 가끔씩 드래곤 보트를 연습하는 현지인들을 구경할 수 있다. 물과 한적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워낙 유명해 고민 끝에 결국 언급하는 비콘힐 파크. 밴쿠버에 스탠리 파크가 있듯이 빅토리아에는 비콘힐이 있다. 스탠리의 규모에는 미치지 않지만, 보다 정원 같은 느낌이 강하고 오리떼와 공작새를 종종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원에서 그치지 말고 도로를 건너 Finlayson point와 Clover point까지 보고 오길 바란다. 빅토리아에 넘치는 게 바다지만 언제 이런 제주도 올레길 같은 기분을 내겠는가.
살면서 볼 모든 바다를 미리 보겠어요
빅토리아에 산다면 바다는 질릴 정도로 볼 수 있다. 다운타운 근처에 산다면 항구를, 조금 떨어진 곳에 산다면 해변을 걸어서 갈 수 있다. 제아무리 고급 주택가의 사유지라도 보행자가 들어갈 만한 작은 통로를 통해 모든 해변을 드나들 수 있고 각 해변마다 무수히 많은 이름이 있으니 행여 본 글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자의 무식을 너무 비웃지는 말아주시길.
워홀러나 유학생이 거주하는 곳이 비슷비슷한 관계로, 초반에는 윌로우즈 비치나 오크 베이(Oak Bay)가 가장 대중적이고 접근성이 좋아 보일 것이다. 실제로 주민들도 자주 개를 데리고 산책하거나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즐기곤 한다. 게다가 두 해변 모두 면적이 넓고 제주도 올레길처럼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으니 한 번 찬찬히 걸어보면서 대자연을 만끽하길 바란다.
지인의 차를 얻어 타고 갔던 곳이다. 물론 버스로도 갈 수 있다. 버스밖에 없는 빅토리아인지라 실제 거리에 상관없이 버스시간이 비슷비슷하게 걸리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역시나 유명한 더글라스 마운틴에서 산행을 즐기고 근처 해변도 들러보는 건 어떨까. 지인은 코도바 베이에서 바라보는 산맥이 고국을 떠올리게 해 애틋하다고. 게다가 방문한 그날엔 모르는 사람들의 행복한 결혼식을 볼 수 있어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다.
어차피 뚜벅이인 거, 공원이라도 정복하고 갈까 싶어 현지인도 생소한 월브란을 찾았다가 경탄을 자아내는 광경을 봤던 곳이다. 세 장소가 전부 이어져 있는데, 공원이라기도 뭐한 곤잘레스 언덕을 오를 때에는 신대륙에 처음 방문한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었다. 암석이 잔뜩 널린 황무지 같은 곳이다. 위로 쭉 올라가면 빅토리아의 남쪽 풍경이 전부 보인다. 아래쪽 샛길로는 곤잘레스 베이로 이어지니 땀에 절은 몸을 바닷바람에 식히고 돌아가자.
히든 플레이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곳. 사실 이런 곳은 빅토리아에 넘쳐 난다. 치안이 좋으니 구글맵에서 호기심이 생긴다면 주저 말고 떠나보자.
블로그에서 먼저 발견했던 할리딘은 아주 작은 해변이었다. 소박함이 매력이라는 평답게 오른쪽에 나무 그네가 얼기설기 매여 있는 움푹 들어간 공간이다. 다만 코로나 이후 현지인들의 관심이 늘어나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하거나, 요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심상찮게 볼 수 있다.
스푼 베이는 집에서 뛸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심심찮게 간 곳이다. 그 근처 동네를 업랜드(uplands)라고 하는데, 어찌나 상류층이 사는지 주택가 이름마저 UP이라고 지었을까 싶지만 가끔 분수대도 구비한 저택들을 지나 어찌저찌 열어둔 좁은 길을 들어가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주 작은 해변가가 나온다. 돌로 만든 담벼락에 걸터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돌아가는 길엔 유난히 사슴도 많아서 눈이 심심하지 않은 날들이었다.
할리딘파크가 알려지고 있는 히든스팟이라면 코모런트 포인트는 정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다. 현지인들도 몰라 내가 추천을 해주었을 정도. 개인적으로는 이곳의 물이 가장 맑았고, 역시나 차로는 가기 힘든 곳이지만 해변 자체는 다른 두 곳에 비해 넓다. 참고로 돗자리는 영어로 picnic blanket이니, 책과 과일, 돗자리를 구비해 꼭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란다.
로맨스 판타지를 좋아하는 당신에게
이박 삼일까진 애매하고 삼박 사일쯤 지내는 사람이면 들르는 크레이그 데릭 캐슬. 역사도 짧은 이곳에서 석탄사업으로 대부호가 된 던스미어 가문이 지은 성이다. 참고로 그 아들은 해틀리 캐슬을 지었다. 아무튼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성이지만 나름 고풍스럽고 굉장히 돈 들인 티가 많이 나는 데다가 내부가 알차게 들어차 있어 그 시대 상류층들의 생활을 엿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당시 이 가문의 규모에 따른 사교와 취미, 커틀러리로 짐작하는 식문화 등이 꽤 괜찮은 눈요깃거리. 특히나 현지 친구에 의하면 할로윈에 가는 것이 가장 흥미진진하다고. 빅토리아는 그나마 캐나다에서 역사가 오래돼 Ghost tour가 많으니, 겸사겸사 투어를 신청해 이곳을 들리시길.
캐나다 서부 미술의 자존심, 에밀리 카(Emily Carr).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그 사람 맞다. 평생을 미술로는 이름 날리지 못해도 말년의 회고록과 사후의 뒤바뀐 평가 덕분에 국민 예술가가 된 사람이다. 힘들 때마다 가게의 책자를 몰래 보면서 이 분의 삶에서 위안을 많이 받았다. 그녀의 작품으로 한 전시관을 채운 빅토리아 미술관. 내가 갔을 때는 에밀리 카, 역시나 캐나다 출신인 모드 루이스(Maud Lewis), 중국계와 원주민 예술 및 현대 예술을 전시하고 있었다. 즉, 회화, 포크아트, 포스트모던 등등 다양한 예술작품이 섞여있는 셈.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작은 건물이 어찌나 신기한지 바로 밖엔 일본식 정원이 있고 건물의 다른 한 면엔 현재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미술작품을 파는 오래된 회랑이 있다. 바로 이 회랑이 고전적인 주거형태인데, 알고 보니 기부한 건물이라 그렇다고. 미술도 보고 화려한 집 내부도 보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미술관을 꼭 들릴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은 조금 고심한 곳이다. 바로 포인트 앨리스 하우스라는 곳인데, 크레이그 성만큼은 아니지만 중산층의 생활양식을 그대로 간직한 나름 호화로운 곳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백인 노부부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역시나 풍요로운 유산을 남긴 곳, 과연 누구의 집일까? 그렇다, 원주민 토지 계약을 주도한 존 오 레일리의 집이었단다(...뺏으니까 잘살았겠지) 물론 지금은 그러한 사실을 모두 명시한다지만, 가는 길도 황량한 공장지대와 쓰레기 처리장 근처에 위치한 데다가 내가 방문했을 때는 까마귀 떼도 잔뜩 모여 있어 한낮이 아니었더라면 식은땀을 줄줄 흘렸을 것이다. 이제는 뒷마당에서 북 토크를 진행하고, 빅토리아 답게 주변 바다와 숲을 이용해 걸을 만한 경관을 가진 이곳. 아주 세세한 빅토리아까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만 권한다.
두근두근 인스타그래머블
렌터카를 빌리면 제주도의 색다른 곳을 보게 되듯이, 빅토리아도 발 가는 곳마다 눈길을 끄는 장소를 찾을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마켓 스퀘어라고 불리는 상점가인데, 한 번도 도심을 연결하는 존슨 브리지를 건넌 적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근방을 돌아다니다 들어간 곳이다. 사실은 차이나타운 바로 옆 골목에 위치한 마켓 스퀘어와 존슨 스트리트는 한국 신도시의 이국적 느낌이 가는 상점가를 연상시킨다. 기념품 가게에서 일할 때마다 '한국스러움'이 없다며 힐난을 하고 나가던 손님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도대체가 우리와 미적 감각이 다른 건가 싶은 캐나다 시골의 투박함보단 '아, 그렇지. 빅토리아는 예술가가 많이 사는 동네였지'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주는 골목이다.
서부에 살던 원주민들이 이르던 지명, 송히. 매니저분이 빌려준 책 이름에도 나온 그곳엔 무엇이 있나 궁금해서 물어본 적 있다만 즐길 거리보단 그냥 걷는 길이라는 대답을 받았던 산책로이다. 하지만 존슨즈 브리지를 건너서 간 송히스 워크 웨이는 바다와 호텔 리조트, 해변가 숲과 부자동네의 요트가 잔뜩 모여있어 눈이 지루할 틈 없는 장소였다. 과연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에 잠기게 되면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간직한 자연을 둘러볼 수 있는 곳. 사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4월부터 11월까지 뻔질나게 들르는 알래스카 크루즈. 아, 혹시나 BC주의 장기 거주자라면 정말로 크루즈를 추천한다. 나야 이래저래 안 돼서 갈 순 없었지만 평균 가격 70만 원 정도로, 우리의 예상을 훨씬 밑도는 가격에(물론 선택관광을 포함하면 100을 더해야 할 것이다) 밴쿠버와 시애틀에서 거의 매주같이 출발하니 제발 시도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 아무튼 관광업 종사자로서 크루즈 스케줄을 꿰고 있던 나는 언젠가 물음에 봉착한다. 그래서 그들은 대체 어디로 도착하는가? 바로 그곳이 어떻게 불러야 할지 감도 안 오는 Odgen Point이다.
굳이 크루즈 외관을 구경하라는 건 아니고, 정류장 바로 왼쪽으로 5분만 걸어가면 약 한 시간 왕복으로 걸을 수 있는 인도가 존재한다. 이 건축물의 존재로 인해 바닷물이 양 편으로 갈라지고 가끔 크루즈 승객들이 여고 시간의 운동장마냥 산책하는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시간이다. 바로 일몰 시간에 방문하라는 것! 석양이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맨 끝의 등대까지 걷는 이 길목에선 라라 랜드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축제, 축제, 축제!
역시나 빅토리아 시내의 온갖 행사를 가장 빨리 알 수 있었던 입장에서 몇 자 적어보자면 그나마 볼거리가 있던 축제는 다음과 같다. 아, 언급 외의 다른 행사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다만 활발한 한국인의 취향이 아니라거나 밴쿠버보단 당연히 규모가 작은 탓에 그것이 그것이라는 단점이 있었던 것뿐.
West Coast Amusements 또는 Carnival(3월): 빅토리아는 시골이다. 놀이공원이 우리네 옛날처럼 이동식으로 이루어져 한 장소에 놀이공원을 설치해놓고 축제가 벌어진다. 마치 영화 노트북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달까. 정 롤러코스터 없이 못 살겠다거나 사진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추천. 멀미 쟁이에게는 비추한다.
Cook street Village Block Party(5월): 맛집 거리로 잘 알려진 쿡 스트릿에서 차도를 막아놓고 공짜 음식과 라이브 뮤직을 제공하는 페스티벌이다. 공휴일에 일하느라 가지 못해 피눈물을 흘렸다.
Victoria Ska Fest(6월): 이너하버 Wharf street의 상설공연장에서 열리는 스카와 레게 장르 음악 페스티벌. 사실 90퍼센트의 음악행사가 이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랑이다만) 바로 옆의 우리 가게에선 공짜 음악을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팁을 주자면 근처의 레스토랑을 예약해 음식에 공짜 음악을 곁들여 먹자.
Victoria Pride Parade(6월): 캐나다에 간다고 하면 항상 보라는 말을 듣는 퀴어 퍼레이드. 섬이라 그런지 규모가 작다만 개인적으로 3월의 Victoria Parade보단 더 프로페셔널하고 볼거리 많은 행진이 아닐까 싶다. 다만, 나처럼 공휴일에 일하지 말자. 먼발치에서 보며 미련을 철철 흘린다(...)
Canada Day(7월 1일): 캐나다 어디서든 가장 신나는 캐나다 데이. 빅토리아에서도 하루 종일 음악과 의사당 앞의 행사, 밤의 불꽃놀이를 제공한다. 사실 신나는 이벤트가 있다기보단 이 날 가장 거리와 도심이 시끌벅적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돌아가는 교통편이 괴롭더라도 불꽃놀이는 꼭 보도록.
Deuce Day(7월): 밴쿠버에도 존재하는 행사로, 도심에 온갖 올드카들이 모여드는 날이다. 이 날만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포드를 몇 대 본 건지 모르겠다. 다만 여러 날 이어지고 매일 장소가 바뀌니 나처럼 바보짓하지 말고 잘 찾아가길 바란다. 영어가 되시는 분은 차 주인에게도 다가가 대화를 나눠 보길! 차 자랑을 실컷 늘어놓을 테니까.
Symphony Splash(7월): 7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오케스트라 공연이다. 본래는 이너하버 바다 위에 무대를 차려놓고 그 위에 교향악단을 뛰우는 거대한 축재였는데 올해는 하필 보험 문제로 의사당 앞에서 진행했다. 동료들끼리 Splash(물보라)가 아니라 Dip(살짝 담그다)아니냐며 농담을 한 기억이 생생하다. 어디서 열리든 푸드트럭의 핫도그를 들고 해질녁 즐기는 음악공연은 온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준다.
Dragon Boat Festival(8월): Dragon Boat는 중국식 길쭉한 배를 말한다. 북미 시합이 이너하버에서 열리는 덕에 꽤 큰 행사라지만 일대일로 경기하는 시합의 특성상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다만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꽤나 흥분할지도. 참고로 오프닝 세레머니를 dot the eye of the dragon이라고 한다. 뭔지 알겠는가? 바로 '화룡점정'이다. 하하.
이로써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정보는 얼추 마무리되었다. 10월부터의 이벤트는 모른다는 점(특히 할로윈!), 차가 없어 두 발 밖의 세상은 아직 모른다는 점은 감안해주길 바란다. 게다가 무리 지어 몰려다닐 기회도 없어 맛집이나 클럽, 펍 등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점은 미안하다. 그래도 한 가지 첨언하자면, 랭포드 부근 Goldstream에 가을의 연어 떼와 공중을 가로지르는 철도길이 있으니 11월이 오기 전에 들러보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