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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Aug 19. 2022

참지 않아야 하는 말

마음속에 차고 넘치는 바로 그 말

 어쩌면 말을 아끼는 것이 삶의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바로 마음속에 차고 넘치는 말, 정확히 표현하자면 감사와 사랑의 표현이다. 필자에게는 명의 자녀가 있다. 첫째는 세상 가장 예쁜 딸, 그리고 둘째는 세상 가장 귀여운 아들이다. 딸아이는 커갈수록 엄마와 공감하고 나누는 것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듯하다. 그리고 아들은 제주 생활에서 나의 단짝과도 같은 존재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내 옆에 붙어 있는 존재이니까. 하루는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는 곳에 따라갔는데 아들이 화장실에 같이 가달라고 했다. 어둠이 내린 저녁이었고,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어 무서웠던 모양이다. 흔쾌히 따라가 줬는데 아들은 그게 내심 고마웠던 모양이다.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허리에 손을 두르고 기대더니 "아빠! 9년 동안 키워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아니야, 그렇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말하며 안아줬다. 그 순간 아들에게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부모가 자신을 키워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아들의 마음속에 차고 넘쳤었나 보다. 그래서 별다른 상황이 아님에도 아들은 고마움을 표현하는 말을 내게 해주었다. 그것은 순간의 감정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진심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표현하는 감사의 말은 상대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한다. 사랑한다는 표현도 마음속에 차고 넘쳐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전해지는 사랑의 감정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충만하게 한다. '표현하지 않아도 알지 않겠어?'라는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다. 그런 표현을 하는 것이 낯부끄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한 이벤트나 계기가 없더라도 그저 마음속에 감사와 사랑의 감정이 차고 넘칠 때에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거창한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된다. 진심을 담은 짧은 한마디여도 상관없다.


 나 자신도 보통의 부모와 다를 것이 없다. 육아에 지칠 때는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표현하는 감사와 사랑의 말들은 나를 온전한 부모의 자리로 되돌려 놓는다. 감정에 휘둘린 내 자신을 반성하게 하고, 보다 성숙하게 한다. 아이들이 감사와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않은 덕분이다. 여러분의 가정에서, 직장에서, 혹은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이렇게 차오르는 감사와 사랑의 감정을 아끼지 말고 표현하길 바란다. 여러분의 인간관계가 더욱 충만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화나는 마음, 싸우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말들은 한 번만 더 참아보자.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아픈 말보다 사랑이 넘치는 표현에 더 약한 연약한 인간들 아니겠는가. 감사와 사랑의 표현은 감정의 저축과도 같다. 여러분이 더 자주 이런 마음을 표현하면 여러분의 단점과 약점에 대한 지적들이 줄어들 것이다. 소위 말하는 까방권(?)을 저축하게 되는 것이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듯이 감사와 사랑의 표현이 넘치는 사람에게도 미움과 비난은 피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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