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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Oct 13. 2022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말장난이 장난 아니네

 올해 가장 주목받았던 드라마 중 하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새내기 변호사 우영우의 열정과 사랑을 담아낸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극 중 우영우가 본인을 소개하는 멘트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 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말의 조합. 회문(回文)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팰린드롬(palindrome)이라고도 한다. 넷플릭스에서 영어자막을 보는 사람들을 위해 이 부분은 어떻게 번역되었을까?

'카약, 디드, 로테이터, 눈, 레이스카, 우영우, 시빅(Kayak, deed, rotator, noon, racecar, Woo Young-Woo, Civic)' 언어의 차이를 넘어 말맛을 잘 살린 번역으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행의 첫 글자만 세로로 읽으면 숨어있는 메시지가 드러나는 어크로스틱(acrostic)도 재미있는 말장난이다. 예전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도 했던 파자 놀이도 넓게 보면 이런 말장난에 포함될 것이다. 우리가 자주 하는 끝말잇기도 언어유희 중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말장난 같은 것들이 말하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말을 잘하는 아이들은 이런 말장난에 능하다. 놀이처럼 반복하는 언어훈련이 아이들의 말하기 능력을 급성장시킨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과 소위 말하는 '베이비 토크'를 나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말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언제까지 아기의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 결국 아이들도 어른의 말을 배워야 한다. 나이 마흔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점심시간에 동료들에게 '맘마 먹으러 갑시다.'라고 할 수는 없다. 

 나와 아내는 아이들과 어느 정도 말이 통하면서부터는 어려운 어휘를 종종 사용하곤 했다. 이른바 어른의 대화를 나눈다. 아이들에게 존대를 하지도 않고 유치원 선생님 같은 높은 톤으로도 대화하지 않는다. 어려운 단어도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이해하고, 알아듣기 정말 힘들 때는 무슨 뜻인지 묻기도 다. 그렇게 말을 배우면 또래보다 확실히 말하기 능력이 좋아진다.

  아들의 유치원 등원을 맡은 어느 날. 유치원에 가기 싫었는지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아빠! 유치원에는 왜 가야 해?" 나는 대답했다. "이안이는 유치원생이니까 가야지." 곰곰이 생각하던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 "아닌데... 나는 집생(?)인데?"

 유치원 안 가려고 별 수를 다 쓴다 싶기도 했지만 아이의 말장난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집에 있고 싶다는 뜻으로 '집'에 '생(生)'자를 붙이는 놀라운 응용력을 보인 것이다. 집과 생이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된 것이다. 누가 아나운서 아들 아니랄까 봐. 싹이 노랗다.

 아이들의 언어유희를 단순한 말장난이라 생각하지 마시라. 귀담아 들어주고 같이 놀아주다 보면 어느새 말 잘하는 아이로 커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밤도 아이들과 끝말잇기를 하면서 잠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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