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나는 언제부터인가 매일 별을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축축한 쑥대를 모깃불 위에 얹어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당 옆에는, 언제나 여름밤 하늘 아래 멍석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멍석 위에 팔베개하면 늘 눈동자는 어김없이 하늘을 향합니다.
내 눈은 오늘도 어김없이 별을 쫓습니다. 무심코 세어 보는 별들, 별밤이면 매일 헤아리는 별이지만 가끔은 낯선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여름밤은 그런 것처럼 이슬을 맞으며 다 헤아리지 못한 채 잠이 듭니다.
어제는 여기까지 세었으니까, 오늘은 여기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하지만 다시 처음부터 손꼽아야 합니다. 오늘 시작할 별을 점찍어 두었건만 어제까지 헤아린 숫자를 기억해 내지 못합니다. 까마귀 고기를 먹지 않았는데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숫자가 몇인지 꼭 외워 놓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내일 시작할 다음 숫자를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지만 내일도 다시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다음에 시작해야 할 별의 자리에 점을 찍는 것을 잊을 테니까요. 그러고 보니 매일 오늘이 오늘 되는 셈입니다. 은하수가 흐르는 냇가에는 수많은 모래별이 쌓여 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다 두꺼비집을 짓곤 하던 앞 냇가의 넓은 바닥에 쌓인 모래알보다도 더 많아 보입니다.
여름이 시작되고 마당에 멍석이 깔리면 저 하늘에 있는 별들을 다 헤아려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건만 몇 년이 지나도 다 세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가을에 넘기고 말았습니다. 싸늘함을 느끼게 하는 된서리 내리는 가을밤, 으스스 떨려오는 몸의 한기를 막아 보려고 팔뚝을 문지르며 팔짱을 껴 보기도 합니다. 댓돌 위에 쪼그려 앉아 두 손으로 턱을 고였습니다. 대낮같이 밝은 보름달이 벌레가 먹어 가는 것을 구경합니다. 어느 땐가는 달을 닮고 싶다던 지붕 위의 둥근 박이 더 고와 보여 마음을 바꿀 때도 있습니다.
울타리 너머로 텃밭에 널려진 목화꽃을 보면서 별을 셉니다. 세다가 지루하면 다시 꽃을 봅니다. 흰 눈보다 더 하얀 목화 꽃송이가 왠지 허전한 마음을 감싸안을 것 같습니다. 포근함입니다. 건넛마을 개 짖는 소리가 멈췄습니다. 동이 트는 새벽을 향해 태양에 스스로 숨어드는 별을 잡아보려고 애를 써봅니다.
곧 겨울이 다가오려나 봅니다. 벌써 팔 등에는 한겨울의 한기만은 못 해도 닭살보다 더 큰 소름이 닥지닥지 돋아나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렇지만 멈출 수는 없습니다. 댓돌 추녀 밑 뜰에는 가을걷이가 끝나자 길고 넓은 배나무 송판이 평상을 대신하여 내 자리를 잡아 주었습니다. 이 겨울은 아마도 엉덩이가 시리도록 무릎을 고추 세우고, 팔짱을 낀 채 목을 옴츠려 별을 헤아려야 될지도 모릅니다. 새벽녘이 다가오면 온몸이 저리고 굳어질 지라도 끝까지 헤아려봐야 합니다. 남이 다 확인하지 못한 별을 세는 재미로 기쁨을 찾습니다. 겨울 밤하늘의 별들을 또 다른 설렘 속에 헤아려야합니다. 숫자를 세다가 빠뜨리고 지나가는 별들이 땅 위로 떨어지는 아픔을 생각한다면 추위쯤이야, 외로움쯤이야 참을 수 있습니다.
온 세상의 대지를 뒤덮은 많은 눈, 달빛을 받아 별과 함께 반짝이는 눈 위에 떨어진 별들을 찾아내기가 힘들 것 같아 조심조심 헤아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쌩쌩 몰아치는 겨울바람에 오줌이 마렵고 진저리가 쳐져도 차마 하늘에서 눈을 떼 수가 없습니다. 별을 헤아리다 보면 밤새 누군가 마을을 찾아오는 발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아무래도 저 산모롱이를 돌아 다가올 손님이 염려되어 이 밤에는 잠을 이룰 수 없는지 모릅니다. 군대 간 소식 없는 삼촌이 눈을 뒤집어쓴 채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일찍 잠이 깬 이웃집 훈장 할아버지의 긴 담뱃대가 놋쇠 재떨이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참아야 합니다. 이 긴긴밤은 그렇게 지루하지 않게 지나갈 겁니다. 간간이 부엉이 소리가 들리고, 개울 건너 마을, 개 짓는 소리도 들릴 것입니다. 어쩌면 산비둘기의 낡아빠진 소리도 들릴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별들을 세어 보아야 합니다. 갑자기 오줌이 마렵습니다. 진저리를 칩니다. 마당 가의 두엄더미로 향했습니다. 발가락을 양발로 번갈아 가며 비빕니다. 맨발입니다.
다 헤아리지 못해도 봄은 다가오겠지요? 이 어리석은 마음에도 이제는 봄이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을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별을 세는 것은 이 겨울 다 가기 전까지만 이라고 마음을 먹으렵니다. 아직 별을 헤아려 왔지만 봄 하늘은 논 가운데 가득히 피어나는 자운영 꽃의 인연을 버리기에는 아름답고 슬픈 사연이 있어서······. 그래도 가끔은 별을 헤아려야 할까 봅니다.
그러나 보리피리 꺾어 불고, 익어 갈 오디를 따라 눈길을 맞추다 보면, 종달새 지저귀는 앞 개울 자갈들이 엉덩이를 달구는 초여름이 다가옵니다. 다시 별을 세는 즐거움이 시작되겠지요. 겨울이 다 가기 전 점찍어 놓은 별을 찾아야 이야기해야 할 내용이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어김없이 울안의 감나무보다 뒷산의 상수리나무보다 앞 냇가의 미루나무보다 더 높은 팔 층의 베란다에 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