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쉬운 것은 없어요. 20210324
지난해부터 건강의 적신호가 내 마음을 괴롭혔습니다. 몸이 여기저기 결리는가 싶더니 어느 날 허리까지 뜨끔거립니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척추에 염증이 있군요.”
의사의 권유로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효과가 있었는지 잠시 기분이 좋았는데 한 달 정도 지나자 같은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퇴행성이라서…….”
몸이 저린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가 피검사한 결과 중성지방이 높답니다. 장기적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기에 복용해 보니 부작용이 심합니다. 이 약 저 약 바꿔봤지만 견디기가 힘들어 상담 결과 약을 끊기로 했습니다. 골다공증이 있다기에 마찬가지로 약을 먹다 그만두었습니다. 역시 부작용입니다.
“대신 건강기능 식품은 어떨까요?”
의사는 대답하지 않고 다른 약이나 주사제를 말합니다.
“그 약이 부작용은 없나요.”
나이가 들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에 관심이 갑니다. 건강에 신경이 쓰여 도서관에서 책을 몇 권 빌려 보았습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면 어느새 약 선전이나 건강 보조 식품에 정신이 팔릴 때가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광고하는 건강기능 보조제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선전하는 사람들은 의사라도 되는 양 무조건 몸에 좋으니 먹으라고 현혹합니다.
건강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건강보조식품은 엄밀하게 말해서 몸에 좋다는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근거가 있다고 해도 그 효능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파는 사람만이 몸에 참 좋다고 강조합니다. 무조건 좋다고 해야 잘 팔리지 않겠습니까?
의사들은 말합니다.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검증이 되지 않은 약은 맹신하지 마시라. 의사의 처방 없이 함부로 복용하지 마라.”
대신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말하고 실천할 것을 강조합니다. 금연, 절주, 균형 잡힌 식사하기, 짠 음식, 탄 음식 피하기, 자신에 맞는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정기적인 건강검진입니다. 이는 이미 알고 있는 사항들이니 누군가가 나에게 말하면 꼭 잔소리로만 들립니다.
‘누가 뭐, 몰라서.’
말하는 사람이나 나나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에 이상을 느낄 경우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제는 실천해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생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실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티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내일은 꼭 해야겠습니다. 또 내일입니다.
나를 되돌아봅니다. 건강에 관심을 가진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그렇지 못한 것도 같습니다. 젊어서는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힘들어하면서도 남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주 마셨습니다. 또 주변 사람들을 따라서 흉내 내다보니 담배도 피웠습니다. 병원에 간 것은 아니지만 쉰 살을 넘기면서 몸에 이상을 느끼면서 스스로 끊었습니다. 늘어나는 체중도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운동도 많이 했습니다. 자전거, 걷기, 등산, 헬스…….
이후 한동안 건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만심일까요. 직장에서 퇴직한 후부터 운동에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규칙적인 생활 습관도 깨져버렸습니다. 출근과 퇴근, 규칙적인 식사입니다. 하루의 활동량도 서서히 줄었습니다. 대신 모르는 사이에 건강보조제가 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칼슘제, 비타민제, 견과류, 초콜릿……. 활동량이 줄어서일까요. 요즈음 종종 피곤함을 느낍니다. 온몸이 저리고 허리가 아픕니다.
책을 보니 중세 가톨릭교회에서는 면벌부가 있었답니다. 교회에 돈이나 재물을 바친 사람에게는 그 죄를 면한다는 증서입니다. 나의 면죄부는 무엇이겠습니까. 건강보조식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지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겠습니다.
나와 가까이 지내는 연세 많은 분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나는 병원 한 번 가보지 못했어. 소식다동(小食多動)이 최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