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코로나19 예방접종 20210830
알림 문자와 안내 문자가 번갈아 찾아옵니다. ‘딩동’ 스마트 폰에서 귀에 익은 소리입니다. 오늘 아침까지 네댓 번 찾아왔습니다. 코로나 예방접종이 중요합니다. 온 세계가 공포의 도가니입니다. 나는 접종 날짜와 시간을 잊지 않으려고 달력에 표시까지 해놓았습니다.
미리부터 걱정되는 것이 있습니다. 오늘이 이차 접종하는 날인데 전번과 같은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입니다. 주사를 맞고 여러 날 고생을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별 일없이 잘 지나갔다는데 나와 아내는 고통이 심했습니다. 몸살 기운으로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납니다. 준비해 둔 해열제를 몇 차례 먹어야만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쇼크로 죽은 사람도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내가 그중에 끼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깁니다. 또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나처럼 부작용으로 힘들어 한 사람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병원은 조용합니다. 저번에는 준비가 잘 안 돼서 그런지 예방접종이 지연되어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때와 비교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삼분의 일도 되지 않습니다. 진행이 매끄럽게 이루어집니다.
“문진표 나오셨습니다.”
간호사의 말에 나는 종이를 들고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 앞에 앉았습니다. 주의 사항을 말해줍니다.
“나머지 사항은 인쇄물이 참고하시겠습니다.”
사무적인 말투입니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사무적인 말투 때문이 아니라 존칭에 대한 어법이 틀렸습니다.
‘어법이 맞지 않네요.’
입안에 맴도는 것을 참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요즈음은 관공서를 비롯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곳에 가면 어색한 말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손님을 상대로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좋은데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존칭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극존칭으로 나를 당황하게 합니다.
커피 전문점에 갔을 때입니다.
“커피가 나오셨습니다.”
전에 신문을 보니 문제가 되는 존댓말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방송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알게 되었습니다. 바른 언어의 사용 면에서 우리 모두 생각해 볼 일입니다.
집에 오자 아내가 걱정되는 듯 물었습니다.
“괜찮아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잠시 후 냉장고를 열었습니다. 미리 준비해 둔 진통 해열제를 꺼내자, 아내가 말렸습니다. 벌써 약을 먹느냐며 막아섭니다. 몇 시간이 지난 후에 먹어도 늦지 않을 거랍니다.
나는 일차 접종 때가 기억나서 미리 먹어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상황을 보아가며 먹어야지.”
“약사의 말을 들어야지.”
농담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 같습니다.
서너 시간이 지났을 때입니다. 아내는 한 말이 은근히 부담되는 가봅니다.
“약 나오셨습니다.”
“약 나왔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도 저도 돌팔이니, 자격증 없는 약사의 말을 들어서 되겠느냐며 알아서 하라고 언질을 줍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미약하게나마 온몸이 저리는 것 같습니다. 괜히 참다가 고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못 이기는 척 약을 입에 넣었습니다.
약의 효과일까. 시간이 지나자, 저리다는 느낌이 없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별 고통 없이 지났으면 좋겠습니다. 슬며시 바닥에 누웠습니다. 당분간 격하게 움직이는 활동은 삼가고 휴식을 취하라는 의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의사의 말을 잘 들어 나뿐 상황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아내가 다가왔습니다.
“안 좋아요.”
고개를 저었습니다. 잠시 낮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약 효과가 있으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