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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련이 날 갉아먹는다

날 함부로 대하는 이 세상의 유일한 단 한 사람을 버린다. 반복해서...

by 재원엄마

나는 내가 참으로 이성적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는 같을까? 다를까?

사람은 복잡한 동물이다 딱 한 모습 한 부분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나 역시 그럴 것이다


나는 더욱더 복잡한 사람인 것 같다

삶의 첫 기억부터가 가족이 아닌 심지어 친인척도 아닌 부모님의 지인인 천호동 할머니의 집에서 시작이 된다

평온했고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이모 삼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었고 할머니 껌딱지로 할머니께서 가시는 곳은 어디든 따라다녔다

이 시절 사진을 보면 그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다


엄마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고 잠시 잠든 사이 할머니는 나를 두고 홀로 집으로 가셨다

밤새 나는 울었다 그렇게 나는 한 가족이 되어 지내왔다


일찍 사회생활을 하면서 미처 알지 못한 것에 대한 어려움은 나의 짧은 생각과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물어 물어 옳던 그르던 판단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물론 책임도 나의 몫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부모님은? 20살 나에게 부모님은 오히려 내가 보호해야 할 분들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였는지 나의 오만함이 이런 결과를 오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조금 양보하면 내가 좀 참으면이란 생각이 우리 부모들에게 나는 당연히 호구가 되어 있었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이었다


나만 그렇게 대해도 화나는 일인데 아니 참을 수 있는데 우리 딸아이에게 까지도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니 그보다 더 하찮게 여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알코올중독으로 지내고 있는 큰아들이 안타까운 아버지란 사람이 나에게 "자식을 먼저 보내고는 나는 못 산다 그 꼴은 못 본다" "아빠 어떻게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아들)은 앞으로 할 일이 많잖아 자식들 장가도 보내야 하고 재원이(내 딸)는 어리잖아"

"??? 무슨 말이 그래?? 누가 더 앞날이 창창한데?? 그리고 어떤 딸 갖은 부모가 알코올중독자 시부모 있는 곳으로 딸을 보내려 하겠어? 반대하겠지. 아빠 아들은 그렇게나 귀하고 우리 재원이는??"


이미 하늘나라에 있는 우리 딸에게 난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눈앞이 캄캄해졌다

내가 이런 사람을 부모라고 안타까워하고 부족한 부분을 내가 채워주려 애쓰며 살아온 나는??

내가 나의 삶을 이런 구렁텅이에 빠뜨린 것도 모자라 내 아이까지 이렇게 생각하고 대해 왔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나야말로 최악 중에 최악인 엄마자격이 없는, 아버지란 사람보다 더 최악인 인간이다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만남도 급하게 정리를 하고 돌아온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알고 있었지만 배움이 부족하여, 말하는 것이 표현하는 것이 부족하여, 마음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여 아마도... 란 생각에 나 혼자 안타까워하고 용서하고 다시 미워하고 버리고를 수년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이 또한 나의 착각이고 오만한 생각이었음을 깨닫고는 나는 점점 무너져갔다


도대체 나는 어찌 이리도 눈과 귀가 우리 부모에게 멀어 혼자만의 착각 속에 살아왔는가??

도대체 왜 그리 열심히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전전긍긍하며 살아왔는가??

지금 보니 너무나도 헛짓거리를 하며 살아왔다 너무나도 허무하고 또 허무하다

정신을 차릴 수도 생각이라는 걸 할 수도 없을 정도이고 그냥 마음이 먹먹하고 잠도 오질 않는다


나는 점점 버텨낼 자신이 없다

나는 점점 몸과 마음이 아파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냥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밤에 잠들어서 영영 깨고 싶지 않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기계적으로 하고 있지만 힘이 든다

너무 힘이 든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할 생각도 힘도 없다


몇 날 며칠이 지나면서 다시 한번 떠오르는 생각

이 인연을 끊어내야만 내가 살아가겠구나

천륜?? 천륜이 나를 결국은 죽음으로 끌고 가겠구나

나의 죽음을 그토록 원하는 걸까? 그럼 원하는 걸 마지막까지 들어주는 게 좋지 않을까?

나도 인제는 정말 쉬고 싶은데.....


우리 아이가 먼 길을 떠났을 때 내가 바로 따라갔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놓쳐 내가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는 건가?

정작 내가 지키고 보살펴줘야 할 아이도 못 지켰으면서 왜 나는 이렇게 여기서 숨을 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걸까? 그래서 이런 고통을 겪게 하는 걸까?


나 혼자, 스스로 이 고통과 상황 속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점점 더 나빠져가고 있는 몸과 마음, 상황에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닐까?

누가 나에게 뭘 원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

모든 게 무너졌다고 생각하고 겨우 빠져나올만하니까 더 큰 상황이 덮쳐 나를 쓰러뜨려 정신없이 어찌어찌 지금까지 겨우겨우 왔는데 이제는 체력도 정신력도 바닥인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말을 나에게 하는 걸 듣고 나는 지금 널브러져서 일어날 힘이 없어 눈만 겨우겨우 깜빡이고 있는 느낌이다


뭔가를 해야 한다 생각조차 사치이고 숨을 쉬자 숨을 쉬자하고 나 스스로에게 겨우겨우 숨을 쉬는데만 집중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숨을 쉬고 있다

나는 아직 숨을 쉬고 있고 숨을 쉬려고 온 힘을 다해 집중하고 집중해서 숨을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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