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지만 나는 나를 기억해
아무도 나를 사랑할 수 없지만 나는 나를 사랑해
어려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망설임이 나를 막았고
힘들어 주져 않고 싶을 때마다 나는 나를 다독여
여기까지 나이 먹어왔었어
저 먼 기억 어디쯤인가 사랑한 날도 있었고
저 먼 기억 어디쯤인가 이별한 날도 있지만
그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나 자신
끝에 다가가고 있음을 알지만 삶에 대해 미련한 욕심에
하루를 지치게 살았었고
끝이 어디쯤인지를 알고 살지만
나에게는 좀 더 무언가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버리지 못한 어리석은 인내가
한 살 열 살 몇십 살을 먹고 나서야
머리에 하얀 뿌리가 보이는 지금에서야
후회라는 때 늦은 발걸음을. 멈추려 하니
눈물만이 한으로 남아 버리는 걸
이제라도 좀 편안함에 안주해 보자고
이제라도 나에 꽉 차지 않는 욕심의 무게를 버리자고
나에게 소리 질러 다짐하려 하네
에라이~~~ 덧없는 시간아
에라이~~헛된 시간아
너는 참 잘도 니 길을 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