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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 Mar 19. 2024

나는 나를 알아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하지만 나는 나를 기억해

아무도 나를 사랑할 수 없지만 나는 나를 사랑해

어려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망설임이 나를 막았고

힘들어 주져 않고 싶을 때마다 나는 나를 다독여

여기까지 나이 먹어왔었어

저 먼 기억 어디쯤인가 사랑한 날도 있었고

저 먼 기억 어디쯤인가 이별한 날도 있지만

그때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나 자신


끝에 다가가고 있음을 알지만 삶에 대해 미련한 욕심에

하루를 지치게 살았었고

끝이 어디쯤인지를 알고 살지만

나에게는 좀 더 무언가 있을 거라는 헛된 희망을

버리지 못한  어리석은 인내가

한 살 열 살 몇십 살을 먹고 나서야

머리에 하얀  뿌리가 보이는 지금에서야

후회라는  때  늦은 발걸음을. 멈추려 하니

눈물만이 한으로 남아 버리는 걸

이제라도 좀 편안함에  안주해 보자고

이제라도 나에 꽉 차지 않는 욕심의 무게를 버리자고

나에게 소리 질러 다짐하려 하네

에라이~~~ 덧없는 시간아

에라이~~헛된  시간아


너는 참  잘도 니 길을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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