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의 접점
설거지를 하다 문득 난 왜 글을 쓰게 되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 브런치를 알게 된 건 몇 년 전이었던 듯.
가끔 드라마를 보거나 청소를 하거나 혹은 멍 때리다가 갑자기 글귀가 생각
나면 공책에 글 쩍 거리다 보니 어디 한 곳에 글들을 모아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어 이곳저곳 찾던 중 이 앱을 발견하게 되었었는데. 왠지”작가“라는 말이 나와는 많이
동떨어진 좀 더 전문적이어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에 가입만 해놓고 알람 설정도 안 해
놓고 그냥 메모장을 다운로드하여 메모장에 그때그때 기분이나 아쉽게. 지나쳐버린
오래전일들에 대한후회 한탄을 끄적여놓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태블릿을 바꾸기 위해 대리점을 찾았고 새로운 아이패드를 들뜬 마음으로 사서
집으로 돌아와 다운로드해야 하는 앱들을 보던 중 브런치앱이 눈애 띄었다. 지울까 말까 망설이다가
일단은 회원탈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앱을 열었을 때 작가님들이 올린 글들을 앱바탕에서 보게
되었다 ,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문체와 잘 짜인 구성, 막으로 이어진 스토리라인까지
와!!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글들이었다. 그런데 프로필에 들어가 보니 평범한 직장인들도 있고
가정주부들도 있고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보통분들이 많았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일상의 일들을 기획구성 그리고 스토리로 만들어 올린 글들은 보는 내내 , 내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어쩜 이렇게 글들을 잘 쓰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하는 글들이었다
나도 옛날에는 나름 잘 쓴다 는 말을 듣는 글을 썼었고,
라디오에도 읽힐 만큼 재주가 있었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삶이 지배하는 세상에쩌들어살다 보니 감성도 말라가고.
소녀적 순수성은 어디 가고 아줌마스럽게. 때론 요새말로 꼰대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가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서서히 멀어졌었던 거 같다
그저 일반인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느끼는 자신의 일들을 탄탄한 구성과문체
그리고 진솔한 스토리로 풀어낸 글들을 둘러보며 자기반성과 다시 글을 써보면
어떨까라는 작은 용기가 내 안에서 꿈틀거렸다
나도 글을 쓰게 되면 책 한 권? 스토리가 있는 삶을 살지 않았던가
누구나 각자의 그릇으로 보면 남의 삶보다는 내 삶이 더 드라마틱하다 느끼고
다른 이들의 눈으로 보면. 그냥 흘려버려도 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별일 아닌 일이지만
글로 쓰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소소한 일일찌라도 누군가에게는 힐링이 될 수도
또 어떤 이에게는 자기 성철과 반성의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나의 삶을 글로 풀어내 여기에라도 기록으로 남겨 어느 날인가 잊었던 이 가 문득 나에게 문자를 해와
놀라는 마음처럼 혹. 나를 아는 어떤 이들 나를 잊고 지낸 추억 속에 동무들이 내 글을 보게 된다면
다시금 그들이 추억을 소환해 주거나 나를 한 번쯤은 기억해내주지는 않을까라는..
비록 아직은 나의 글이 내가 보아도 가끔은 창피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구성도 있지만
오랜 기억을 더듬어 순간에 글로 풀어내다 보니 생기는 시행착오인 거라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글들도 나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는 날도 올 것이고 성장해 가는 글들을
보게 되는 그날에는 뿌듯함에 미소 짓게 되는 날도 오리라 기대를 하며 다시금 용기를 내게 된 것이다
청소를 하다 오래전 난데없는 기억이나 갑자기 카피로 써도 될만한 글이 생각나면
고무장갑을 벗고 아이패드로 달려온다. 이너무 나이가 1분 전에 뭐 했는지도 깜빡하는 나이가 돼서
이제는 생각나는 오래 전일들이 나 글들을 어디든 적어 놓지 않으면 안 되니 말이다
하지만 앞뒤 없이 적어 놓은 글들이 문장이 되고 문장들이 모여 글이 되는 그 순간에는 알 수 없는
희열이 느끼지며 내가 대견하기까지 하니 요사이 나의 삶에 작은 기쁨의 순간이 브런치글이 아닐까 한다
완성되지 못하고 아직은 저장되고만 있는 글들도 있지만 끝낸 게 아니고 잠시 멈추어있는 것이니 그 글 또한
생각의 결말 완성되면 꺼내어 보이는 날도 있을 거다
내 생의 소설이 나 자신이고 내 삶의 순탄하지 못했음이 이제는 내게 글의 소재와 영감의 바탕이 된 걸 보면
세상에 아주 나쁜 일도 아주슬픈일만이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오늘설거지 끝에 이글이 완성되었으니 청소를 더 열심히 해보는 건 어떨까 하며 웃음 짓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