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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 Apr 22. 2024

사람이라는 의미

곁을 내어주는 건  느껴지는 마음이다

매일 새벽 4시에 울려 퍼지는 알람을 마지못해 끄고 피로에 지쳐 잠든 몸을  애써 일으키기  위해

커피를 내리고 카페인의 힘이라도 빌려 몸을 움직이던  남편의 아침이 오늘은 왠지  더욱 무겁게 시작되는

듯 침대가 움직이더니 이내 전화를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보통은  잠귀가 밝은 나를 배려해  불도 켜지 않고   살포시 일어나 폰에 손전등을 켜고 도둑고양이처럼

나가는 소리도 들리지 않던 남편이었는데 오늘 새벽  기상은 침대가 움직 일정도로 둔한 움직임에 거실로 나간

사람의  목소리가 두런거리는 걸 보니 뭔가 신상에 안 좋은 일이 있음을  잠결에도  직감할 수 있었다.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오니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모습으로  내게 조용히 하라며 전화기를 가리켰다

그러고는  도로표지판처럼  손바닥을 펴  자리에 서라는 듯이 나를 행해 손바닥을 보였다

눈도 체 뜨지  못하고 거실로  나오던 나는 “멈춤” 저절로  몸이 움찔했다

거실테이블을  쪽을 보니 코로나 데스트 기였다

두줄이 선명하게 보였고  , 직장에 전화를 걸며 , 잠에서 깬 내가 본인에게 다가오는 걸  멈추게 했던 거다

통화를 끝낸 남편은 나에게 조금뒤로 물러나라며 손짓을 했고    시키는 대로 주방 쪽으로 두어 걸음

물러서며  병원예약을 하라고 말을 했다.  지친 모습으로 병원예약이 10시 30분 예정돼있고

집에 상비용으로  해열제가 있는지 물어보길래. 난 구급상자에서 상비약을 꺼내 부엌에  바에 내려놓았다

직장에 동료 두명중 한 명은 이직을 했고. 다른 한 명은 개인사정으로  그만두게 되어 3주 넘게  세 명이 할 일을

혼자 하게 되었던 남편, 평소보다 늦은 퇴근시간과 쌓여있는 업무로 피로가 겹쳤었는지 며칠 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급기야 코로나 까지 걸린 게다. 일반 사무직이 아닌 일을 하다 보니 갑작스러운 동료들의

부재를   혼자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성격이 워낙 조용하고 과묵해   힘들다는 내색조차 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끝내야 하는 사명감에  몸상태도 돌 보지를 않고 이 사단을낸 거다

며칠 동안  얼굴색이. 영 좋지 않았던 터라 , 혹시 코로나가 걸리지 않을까 신경이 곤두서있던 나로서는

놀랍다기보다는 당연한 듯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조심하라고 몇 번이고 잔소리를 했건만.  잔소리를 무색하게 떡하니 이 새벽

코로나 테스트기에  빨간 줄  두줄을 보이는 저 남자가 밉기는 했지만. 어쩌겠나 환자인걸~~~

목이 말르고, 콧물과 기침까지 동반한 듯 연거푸 재채기를 하는 남편을  걱정만 하고 있다고

몸이 나을 것도 아니라 , 평상시 감기증상이 있을 때  마시던 레몬차를 한잔 만들어 주었다

비타민 c가 감기 증상에 필수라는  어떤 의사의 영상을 본적 있어서 몸이  감기기운만

있으면 난 꿀과 레몬을 마셨고 의외로  감기 걸리면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미국인들의 습관 하고도 맞아떨어져서인지

거부감 없이 남편도 순순히 차를 마시곤 방으로 들어갔다

“띵동”문자소리와 함께  ”울낭군“이라며 문자가 떴다.

방으로 오지 말라는 문자였다. 새삼스럽게..

어젯밤도 내 옆에서 자놓고. “코로나”두줄이 뜬 거를 봤다고 나보고 방으로 오지 말라니.. 난 남편의

문자를 요새말로 읽씹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화들짝 놀라는 남편에게 어제도 같이 잤는데 아픈 당신 놓고

내가 잠이 오겠느냐고 말을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몇 시간을 잤는지 시계는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고. 차키를 챙겨 한국마트로 향했다

한국마켓이라야  몇 가지 없는 작은 마트지만. 넓은 미국에서   한국마켓이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지라 한국 음식을  할 때면 가끔 들르곤 한다

미국마트인 walmart 나 Publix에서도 배나 사과는 살 수도 있지만, 배는 작은 초롱박모양에 단단하지도 않고

당분도한국배를  따라가지를 못해서 되도록 과일은 한국마켓의 우리나라 과일을 선호한다

가격면이나 신선도 맛 또한 우리나라과일을 따라오지 못하는 건 아무래도 토양문제겠지 싶고

가장 중요한 건 우리나라과일에는 왁스가 없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어서다

미국마트에는  다양한 과일들이 많지만 과일도 채소도 만지기만 하면 미끈덩 거리는  느낌이 있기에

미국에 오래 살았던  교회분들에게  물으니 왁스를 입힌다고 했었었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야 워낙 작기도 하고 택배도 하루면 배달될 만큼의 거리지만, 미국은 냉동차에   삼일을

달리는 곳들도  허다하니 과일이나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대형마트들이 그렇게 해서라도

손해들 덜 보기 위한 배송방식인 게다. 가까운 곳에 농가라도 있으면 프리마켓이라도 가겠지만

시골임에도 농사하고는 거리가 먼 동네라  몇 가지 없는 한국 마켓에서 사과나 배는 구입한다

오래전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심하게  감기가  걸렸었는데. 외숙모가 오셔서 대파한 뿌리체.

레몬. 생강반쪽,  배반 개, 사과를 라면 냄비에 물 2/3를 넣고 쌘 불에서 끌이다 작은 불로 끌어. 꿀 두 스푼을

 넣은 차를 마시고는  감기가 싹 나았어서 감기가 왔다 싶으면  난 차를 끌어 마시 곤했고 그래서인지

몇 년 동안 심한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었다. 아마 들어간 재료들이 배,, 해열작용과 면역력향상을 해주고

생강 또한 면역력과 기관지염에 효과가 있고. 사과 레몬 역시 비타민이 많고 하니 초기감기몸살이 왔을 때

마셔주면 확실한 효과를 본 거다

남편 역시 이차를 몇 번 마신적이  있었는데  기운을 금방 차리게 했던 건 알지만  재료가  대파와

과일조합은 그다지 모양새가 안 좋아서 인지 평상시에는 마시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몸이 아픈 지금 같은

상태에는 본인도 힘이 드는지  모양이고 보기 좋고 안 좋고는 둘째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듯

거부감 없이 차를 마시고. 야채를 푹 넣고 끌인 한국식 야채죽도 바닥이 보일 정도로 싹싹 긁어먹었다


이틀이 꼬박 지나고 나서야   입맛도 돌아오고  상태가 나아졌는지  거실로 나와서 걱정하시는

시아버님에게 전화를 했다.

증상이 어땠었고. 열은 있었는지 없었는지  물으시는 시아버님 물음의 끝에  음식이야기가 오고 가며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편의 마음을 들었다. 버릇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는 남편이지만

내가 그를 생각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늘 알고는 있나? 는 의문을  가졌었기에 귀가 저절로

두 사람의 대화에  신경이 갔다. 그를 만나 함께  한 세월 동안  외국인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의 벽

언어의 벽은  나 스스로에 대해   잘살고 있는 건가 의문을 만들기도 했었고 외국인이랑  사는 것에 회의도

느꼈던 세월이 있었기에  그의 입을 통해 듣게 된 나에 대한 느낌!!!진심은 전달된다는  확인이나 다름없었다

남편왈“내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이마에 손을 대주는  와이프가  나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았어요. 다른 방에서

자라고 했는데도. 굳이. 내 옆에 있어서 걱정되었지만  와이프가 옆에 있어서 더 편히 잠들고. 나를 지켜줬어요 “

평범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대화였지만  나로 인해 더 편히 잠들었다는 그에 말은  17년의 세월 순간순간

“난 왜 여기 있을까”하고 외톨이처럼 느껴졌던. 외로움에 대한 보상처럼 내가 주고자 했던 진심에 대한 답례처럼

보여주고자 했던 마음을 그도 알았다는 기쁨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열 마디의 말보다 진심 있는 행동이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교과서적인 행동지침이 그냥 만들어진 건 아니구나

싶은 순간이었고, 코로나를 이겨내 준 남편이 고맙고 감사한 순간이기도 했다

같이 늙어가고 같이 세월을  보내야 하는 우리 둘이기에 서로필요한 순간에   옆에 있음이 뿌듯하고 , 그걸

알아줬다는 안도가 이런 순간의 느낌이 필요한 시간이 오면 다시 꺼내 보고 싶어 질 날에 힘이 되어 줄 거라는 거,

그런 순간이 쌓이고 시간이 쌓이므로  우리 둘을 지치게 만들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서로 바라보며  늙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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