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운악산 (2023.10.21 토)
세상에, 4달만의 산행이다. 그동안 왜 산을 가지 않았는지 돌이켜보면, (1) 여름은 너무 더웠고 (2) 3번째 코로나에 걸렸고 (3) 토요일마다 병원을 갔고 (4) 등산 가기로 한 날 남자친구와 싸웠다. 더위가 한 풀 꺾인, 몸 건강하고, 남자친구와 싸우지 않은 날 마침내 산에 오를 수 있었다.
운악산에는 23년 7월에 지어진 길고 튼튼한 출렁다리가 있는데, 바람이 세차게 불면 '쉬이익' 쇳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발아래가 철조망으로 뚫려있어 바람이 불 때면 다리가 떨린다. 무서우면 천천히 가는 타입인 나는 출렁다리에서도 가장 느림보였는데, 뒤따라오시던 어머님이 ‘어우~ 이렇게 무서워하는데, 아저씨 좀 같이 가주지’ 외치며 지나가셨다.
무서움에 머릿속이 하얗다가 갑자기 그 말을 듣곤 서운함이 살짝 밀려왔다. '저 사람 일찍 가서 뭐 하고 있나' 실눈으로 보니까 단체 등산객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눈이 번쩍 뜨일정도로 서운해졌다. 서운함을 연료로 출렁다리 끝에 도착해선 볼멘소리로 '왜 나랑 같이 안 갔어?' 투덜거렸다. 남자친구는 씨익 웃으며 '나는 원래 무서우면 빨리 가는 타입이야' 말했다.
서운한 마음을 안고 가다가 눈썹바위에 도착하니 장난기가 발동했다. '선녀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총각이 여기서 눈썹바위로 변했대. 너도 바위가 되기 싫으면 나한테 잘해라.' 뜬금없이 엄포를 놓는 내 모습을 보며 남자친구는 실소했고, 나도 멋쩍어서 씨익 웃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듯 근처에 앉아 싸 온 간식을 나눠먹었다. 기대했던 4개월 만의 가을 산행을 망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궁금한 분을 위한 운악산 요약
• 산행 일자 : 2023.10.21 토
• 높이 : 936m
• 코스 : 운악산 공영주차장 > 출렁다리 > 눈썹바위 > 병풍바위 > 미륵바위 > 망경대 > 정상 (가평2코스) > 코끼리바위 > 현등사 > 매표소 (가평1코스)
• 거리 : 6.11km
• 시간 : 4시간 2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