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계족산성 (2022.03.30 수)
산행보다는 산책하듯 계족산성에 들렀다. 계족산과 정상이 다른 계족산성. 그래도 고도가 530m로 아주 낮진 않아 3시간 걸려 천천히 다녀왔다. 정상의 풍경이 다채롭고 아름답다.
#편안함을 곁들인 산성 등산
‘산책하실래요?’ 일어나서 오늘은 어딜 갈까 고민하는데 카톡이 왔다. 당연히 할래요.
사월님을 만나 전날 천태산이 얼마나 아찔했는지 토로 겸 자랑을 끝내니 황톳길이 보였다. 쨍한 주황색의 황토는 말캉한 촉감일 것 같았는데 비가 한참 오지 않아서인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날이 우중충했는데 오히려 산림욕장의 분위기와 어울렸다. 옅은 피톤치드 향을 맡으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습기를 촉촉하게 머금은 공기가 눅눅하지만 향기로웠다.
#엉덩이로 걷는 계단
계족산성에는 계단이 아주 많았다. 연이은 등산으로 다리가 뻐근했는데 똑같은 리듬에, 같은 근육으로 계단을 오르니 허벅지가 당겼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엉덩이를 이용해 다리의 톱니바퀴를 움직였다. 글로 보면 다른 점이 없어 보이지만 엉덩이로 걸으면 허벅지가 덜 아프다! 분명 차이가 있다.
정상에 도착하니 큰 나무가 있었다. 잎 없이 앙상한 느낌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나무 옆 성곽에 올라 아래를 굽이굽이 내려보니 하늘이 드높게 느껴졌다.
초록 잔디, 견고한 돌담, 바삭한 갈대, 앙상한 나무, 잿빛 하늘, 회색 구름. 모든 요소가 영화 <토토로>에 나오는 테마 같았다. 정상에 우리 둘 뿐이어서 더욱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질감이 들었다. 토토로 속 사츠키가 된 듯 천진난만하게 성곽을 따라 걸었다.
#산행을 마치며
점심 먹으러 내려오는 길에 다람쥐 식탁을 만났다. 정상에 떠올린 토토로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토토로가 설치류를 모델로 탄생한 도깨비니까 도토리를 좋아할 것 같아서 식탁 위에 두 알 올려두고 왔다. 맛있게 먹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