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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리 Oct 10. 2024

배부른 거북이지만 기특해

34. 모락산 (2022.09.11 일)

배, 바나나, 물을 잔뜩 싸와서 등이 천년 된 거북이처럼 무거웠다. 중턱 벤치에 걸터앉아 바리바리 싸 온 간식들을 먹었다. 높지 않은 산인데도 이렇게 싸 온 것이 이상했다. 오랜만의 산이여서 몸뿐만 아니라 머리도 긴장 장했나 보다. 배낭 속 짐을 뱃속으로 옮기니 등껍질을 앞으로 맨 듯 앞통수가 무거웠다.


땅만 보며 올라가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돌틈 사이로 이리저리 뿌리를 뻗은 나무를 만났다. 일명 '바위 타는 나무'라고 한다. 세 개의 바위가 나무 주위를 지키고 있어 나무가 바위를 타고 자라는데, 서로 지탱하며 도움을 주는 기특한 모습이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돌도 기특하다고 칭찬받는 세상이구나. 이유 없이 존재만으로 기특한 사람이고 싶어졌다. 누가 나도 기특하다고 해줬으면! 


#산에 오르는 기특한 나


도착한 정상에는 정상석이 따로 없이 디딤돌에 산이름과 높이가 각인되어 있었다. 좁은 정상에 등산객이 와글와글 몰려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급하게 정상을 휙 둘러보고는 내려왔다. 우리는 내려오는 내내 무엇을 먹을지 열띤 토론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느새 간식으로 가득 찬 등껍질은 소화되고 배가 왕창 고팠다. 후보로는 메밀국수, 복칼국수, 물회가 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물회를 먹으러 갔다. 남자친구는 물회에 소면을 해치운 후 밥을 2그릇이나 말아서 먹었다. 태운 칼로리보다 얻은 칼로리가 더 많았던 산행이었다. 기특한 산행이었다!


#밥을 맛있게 먹은 기특한 우리


⛰ 궁금한 분을 위한 모락산 요약

• 산행 일자 : 2022.09.11 일
• 높이 : 385m
• 거리 : 3.63km
• 코스 : 갈마한글공원 - 모락산 전망대 - 사인암 - 모락산성터 - 팔각정 - 국기봉 정상 - 원점 회귀
• 시간 : 1시간 55분 (입산 1:10 - 전망대 1:36 - 사인암 2:00 - 바위 타는 나무 2:07 - 팔각정 2:18 - 정상 2:23 - 하산 3:05)
• 비용 : 입장료 X, 갈마한글공원 무료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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