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불곡산 (2022.12.31 토)
양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와 예상한 이사라는 숙제를 푸느라 애썼다. 숙제를 끝내고 둘러보니 멀었던 불곡산이 15분 거리로 가까워졌다. 멀리 가지 않고도 2022년을 산에서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등산을 2023년에도, 앞으로도 쭉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
12월 눈 내린 산은 아마 1년 만인 것 같다. 역시 나는 하얀 산을 사랑한다. 군데군데 보이는 흙길도 예쁘다. 아이젠과 귀도리를 야무지게 착용하고, 뜨거운 꿀물도 탔다. 스탠리 물병을 사고 첫 개시했는데, 보온이 너무 잘되는 바람에 너무 뜨거워서 마시지 못했다. 물컵이 없는 물병이라 식혀먹기가 어려웠다. 다음부터는 적당히 따뜻한 물을 담아와야지. 펄펄 뜨거운 물이 아니라.
#겨울산 탈 준비 완료
눈을 폭폭 밟으며 올라가는데 누군가 눈 위에 '2023 계묘년 새해'라고 써놓았다. 내 마음대로 그 뒤에 올 문장을 '잘 지내자'로 완결 지었다. 다사다난한 2022년을 보내고 평온한 2023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르다 보면 귀여운 펭귄바위를 만난다. 뭉툭한 부리와 통통한 몸체가 물개 같기도 하다.
#2023 계묘년 새해 잘 지내자
넓은 돌로 탄탄하게 지어진 불곡산 정상. 정상석 뒤통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하늘과 땅의 경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뜨거운 입김을 내며 풍경을 감상한 후 안전 하산의 의지로 느슨해진 아이젠과 각종 보호대를 재정비했다. 하지만 내 의지와 다르게 오늘도 넘어져버린 남자친구. 돌 위 매끈한 얼음막을 피겨선수처럼 미끄러졌다.
아마 얼음 구간을 지나는데 부주의하게 호랑이 이야기를 해서 그런 것 같다. 대충 한국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되어서 산에 마음껏 갈 수 있으며, 옛날에 산은 목숨 걸고 가야 했던 곳이라는 훈장님 같은 이야기 하다가 넘어졌다. 한국인이 잘하는 '액땜했다고 생각해' 위로 권법으로 낑낑대는 남자친구를 달래 가며 내려왔다. 액땜 잘~했다.
#호랑이가 없어서 산에 오를 수 있다
⛰ 궁금한 분을 위한 불곡산 요약
• 산행 일자 : 2022.12.31 토
• 높이 : 470m
• 거리 : 5.83km
• 시간 : 2시간 49분
• 비용 : 입장료 X, 양주시청 공용주차장 무료 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