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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리 Oct 10. 2024

호랑이 없는 산이라 다행이야

35. 불곡산 (2022.12.31 토)

양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와 예상한 이사라는 숙제를 푸느라 애썼다. 숙제를 끝내고 둘러보니 멀었던 불곡산이 15분 거리로 가까워졌다. 멀리 가지 않고도 2022년을 산에서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등산을 2023년에도, 앞으로도 쭉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


12월 눈 내린 산은 아마 1년 만인 것 같다. 역시 나는 하얀 산을 사랑한다. 군데군데 보이는 흙길도 예쁘다. 아이젠과 귀도리를 야무지게 착용하고, 뜨거운 꿀물도 탔다. 스탠리 물병을 사고 첫 개시했는데, 보온이 너무 잘되는 바람에 너무 뜨거워서 마시지 못했다. 물컵이 없는 물병이라 식혀먹기가 어려웠다. 다음부터는 적당히 따뜻한 물을 담아와야지. 펄펄 뜨거운 물이 아니라.


#겨울산 탈 준비 완료


눈을 폭폭 밟으며 올라가는데 누군가 눈 위에 '2023 계묘년 새해'라고 써놓았다. 내 마음대로 그 뒤에 올 문장을 '잘 지내자'로 완결 지었다. 다사다난한 2022년을 보내고 평온한 2023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기도하는 마음으로 오르다 보면 귀여운 펭귄바위를 만난다. 뭉툭한 부리와 통통한 몸체가 물개 같기도 하다. 


#2023 계묘년 새해 잘 지내자


넓은 돌로 탄탄하게 지어진 불곡산 정상. 정상석 뒤통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하늘과 땅의 경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뜨거운 입김을 내며 풍경을 감상한 후 안전 하산의 의지로 느슨해진 아이젠과 각종 보호대를 재정비했다. 하지만 내 의지와 다르게 오늘도 넘어져버린 남자친구. 돌 위 매끈한 얼음막을 피겨선수처럼 미끄러졌다.


아마 얼음 구간을 지나는데 부주의하게 호랑이 이야기를 해서 그런 것 같다. 대충 한국에서는 호랑이가 멸종되어서 산에 마음껏 갈 수 있으며, 옛날에 산은 목숨 걸고 가야 했던 곳이라는 훈장님 같은 이야기 하다가 넘어졌다. 한국인이 잘하는 '액땜했다고 생각해' 위로 권법으로 낑낑대는 남자친구를 달래 가며 내려왔다. 액땜 잘~했다.


#호랑이가 없어서 산에 오를 수 있다


⛰ 궁금한 분을 위한 불곡산 요약

• 산행 일자 : 2022.12.31 토
• 높이 : 470m
• 거리 : 5.83km
• 시간 : 2시간 49분
• 비용 : 입장료 X, 양주시청 공용주차장 무료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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