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재판
드디어 신을 심판하는 재판이 열렸다.
“다들 조용! 판사님께서 들어오십니다. 다들 뜨거운 박수, 아니 일어나 주십시오.”
양 옆으로 검사측과 변호사측이 마주보며 앉았다.
“먼저 피고, 오마이갓님 오셨습니까?” 판사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왔느니라~” 신이 근엄하게 대답했다.
법정 전체에 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다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어리둥절했다.
“여긴 신성한 법정이오. 아무리 신이라도 반말은 좀… 어흠!” 판사가 뒷말을 하려다 얼버무렸다.
“미안하오. 습관이 돼서… 어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시간 관계상 오마이갓 대신 그냥 신이라 부르겠습니다. 먼저 원고측 심문해 주세요.”
검사가 일어났다.
“피고 신은 이 세상을 만든 게 맞습니까?” 검사는 천장 한 곳을 응시하며 물었다.
“그렇소.”
“근데 왜 이따위로 만드셨나요?” 검사는 눈쌀을 찌푸리며 다시 천장을 응시했다.
“뭐가 어때서요?” 신은 어이없다는 말투였다.
“진정 모른신단 말씀인가요? 본인이 만들었으면 제대로 만들었어야지요? 대충 만들어 놓고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걸 어떻게 책임질 건 간요?” 검사는 천장에 이리저리 눈을 돌리며 말했다.
“세상을 완벽히 만들면 또 흐트러질 것이요. 원래 세상은 완전함과 불완전함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요. 완전함만 추구하면 기울어지게 마련이요.”
“이해가 되질 않는군요. 그럼 빈곤, 무지, 전쟁 같은 불완전함을 일부러 만든 것인가요? 너무 불공평하지 않나요?”
“난 그런 걸 만든 적이 없소. 그건 인간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지요. 난 그냥 인간이 이 땅에 살 수 있도록 토대만 마련했을 뿐이요.”
“토대요? 그럼 토대만 만들고 그 이후는 인간이 알아서들 해라 이거였던 겁니까?”
“단순히 말하면 그렇죠. 하지만 인간들 스스로 불완전함을 없애기 위해서 도덕, 법, 예절, 경찰, 군인, 국제기구 등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내가 주었잖소? 세상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요.”
“너무 무책임합니다.”
검사측은 의논한 끝에 신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죄명은 직무태만 및 A/S 소홀이었다.
그러자 변호사측에서 즉각 반발했다.
“신을 너무 과대 평가 하시네요. 신이 이 세상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된다는 편견을 버리세요. 그럼 만약 신이 빈곤을 없애고 모두를 부자로, 무지를 없애고 모두를 똑똑한 인간으로, 전쟁을 없애고 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어 주면 정말 세상이 공평해질까요?”
“당연하지요.”
“그럼 시범삼아 그렇게 할 테니 다시는 신을 재판하는 일은 없도록 해주세요.”
판사가 판결했다.
"쌍방 합의한 걸로 하고 3년간 지켜보고 다시 재판하겠습니다."
얼마 후 모두가 부자가 되고, 모두가 똑똑하게 되고, 세상에 평화가 왔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았다. 부자들은 더 많은 돈을 탐하려고 욕심을 내더니 또 빈부격차가 생겼고, 똑똑한 인간끼리 경쟁하더니 또 무지한 인간이 생겨났고, 평화를 지속하기 위해 더 무서운 무기를 만들더니 결국 또 전쟁이 일어났다.
*이제 인간이 유죄가 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