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가족
고슴도치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사랑했지만 꼬옥 껴안을 수 없었다.
그래도 어찌어찌하여 아기 고슴도치가 태어났다.
아기 고슴도치를 사랑했지만 역시 꼬옥 껴안을 수 없었다.
그래도 가족적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키며 잘도 살았다.
어느 날, 땅이 흔들리고 산사태가 나서 돌이 굴러 떨어지고 나무가 마구 흔들렸다.
고슴도치 가족은 동굴로 숨어 들었지만 동굴도 흔들리고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고슴도치 부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꼬옥 껴안기로 했다.
아기 고슴도치를 품속에 꼬옥 감싼 채로 말이다.
따가울수록 그들의 사랑은 뜨거웠다.
*참 아이러니한 고슴도치 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