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생끝에골병난다 Jun 05. 2023

더 나은 삶, 더 좋은 세상이 올까요?'아틀란티스소녀'

보아(BoA). 굿바이레닌. 가가린.

<가사가 영화에 흐를 때>

-'아틀란티스 소녀. 보아'



'저 먼 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
 / 다른 무언가 세상과는 먼 얘기.'



보아의 히트곡 '아틀란티스'의 가사입니다. 인간은 더 나은 상태를 향해 이동하려는 본능을 지녔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원숭이였던 우리가 전 세계로 뻗어나갔고,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됐죠.

지금도 사람들은 가보지 못한 곳의 풍경을 꿈꿉니다. 먼 옛날 중국 끝에 도착한 인간은 동쪽 바다를 바라보며 상상했을 겁니다. '저 먼 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 그렇게 한반도 동쪽 끝에 닿은 몇 세대 뒤의 사람들도, 동해를 바라보며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어느덧 사람들은 우주를 꿈꿈니다. '저 하늘 너머엔 뭐가 있을까?' 사실 이런 상상은 오래 전부터 이어졌겠죠. 가로등 하나 없는 밤하늘은 오랫동안 인류에게 최고의 미술이고 영화였을 겁니다. 영화 <가가린>과 <굿바이레닌>에도 우주를 꿈 꾸는 두 청년이 나옵니다.




그런데 인간이 늘 이동만 하며 살지는 않습니다. 사회학자 베블런은 인간의 뇌가 보수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언제 더 나은 곳을 찾아 터전을 옮길까요. 너무 괴로울 때입니다. 이렇게는 살 수 없을 진보가 시작됩니다.

사회주의가 끝나던 시절 <굿바이레닌>은 실패한 시대로부터의 이륙을 꿈꿨습니다. 시간이 흘러 <가가린>은 자본주의의 파괴로부터 이륙을 꿈꿉니다.


굿바이레닌


<굿바이레닌>은 이미 무너진 공산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동독에서 막 시작된 자본주의적 생활 양식의 침략과, 파시즘을 닮은 현실 공산주의의 억압을 함께 조명합니다.

마르크스는 오전에 혁명을 끝내고 오후에 낚시를 가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소유가 사라지고, 국가도 전쟁도 소멸하는 역사의 종말을 논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공산주의는 시위대를 폭행하고, 버젓이 존재하는 현실을 꾸며내 사람들을 속였습니다. <굿바이레닌>에서 주인공의 엄마는 열혈 공산당원입니다. 주인공은 병약한 엄마의 건강을 위해 집 안을 꾸밉니다. 사회주의가 건재하다 엄마를 속이려 말입니다. 그런 '지록위마'가 현실 공산주의의 처량한 결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도 사람들은 쓰래기통을 뒤집니다. 자유의 품에 안겨봐도 사람들은 수십년이 흘러 나타난 아버지 앞에서 '버거킹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말 밖에 못합니다.


동독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수십년이 지나 <가가린>은 경쟁자가 없어진 자본주의의 폭정 속에서 우주를 꿈꿉니다. 철거되는 건물을 지키기 위해, 우주를 동경하던 주인공 '유리'는 아파트를 우주선처럼 꾸밉니다. 그리고 아파트가 폭파되기 직전, 이륙할 준비를 마칩니다. 의미심장한 지점은 아파트의 이름이 '가가린'이라는 겁니다. 최초의 우주인으로서 사회주의의 영웅이 된 유리 가가린 말입니다.

<굿바이 레닌>청년은 가가린을 동경합니다.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지어진 아파트가 '가가린'입니다. 이 '가가린'이 세월이 흘러 철거될 위기에 처합니다. 영화 <가가린>의 소년은 그곳을 지키려 하고요.
<굿바이레닌>에서, 동독의 탱크가 지나갈 때 주인공의 집은 무너질 것처럼 흔들립니다. 시간이 흘러 세상은 달라졌지만 주인공은 엄마를 위해 그 시대의 건물을 복원해냅니다. 동독을 재현하기 위해 이웃들이 힘을 더합니다 신문, 단종된 동독제 물건, 심지어 뉴스까지 만들어냅니다.


<굿바이레닌>과 <가가린>은 연대와 상상의 힘으로 현실을 살아냅니다. 체제의 이름은 달랐지만, 둘 다 그저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원했을 것입니다. 수천년전의, 수백년전의 사람들도 모두 같은 꿈을 꾸었겠죠. 밤하늘 별을 바라보듯이 말입니다.

우리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평등을 쟁쥐하고 자유를 확대해온 역사입니다. 왕정 이후의 세상을 꿈꾼 사람들이 공화정을 열었습니다. '언젠가 왕족과 옆집 아주머니동등한 한 표를 가지게 될 거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겠죠. 하지만 그 사람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어두운 공장에 갇힌 채 과로에 시달리는 소녀 노동자가 없는 세상을 꿈꾼 청년이 '일요일은 쉬는' 세상을 열었습니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입니다. 더 나은 상태를 추구하다 보면 더 나은 세상도 옵니다.



우리의 꿈은 더 자유롭고 관용적인 세상을 향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공산주의든, 자유방임주의든, 자신의 주장이 가장 이성적인 정답이라고 믿는 근대의 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이성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가장 끔찍한 짓을 저질러왔습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자아비판 능력이 진정한 이성이라고 봤습니다. 인간은 결국 감정을 가진 동물입니다. 나의 주장에는 언제나 감정이 실려있는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정이 있습니다. 이것이 본질입니다.


그들은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의 충돌로 세계가 나아간다는 근대 철학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쓰러지는 문화와 자연, 인간에 주목했습니다. 발전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고 인간을 동원하는 근대를 비판했습니다. 우리 몸도 자연입니다. '나무 몇 그루로 책상 몇개를 만들겠다'는 세계관은 '사람 몇명으로 얼마 치의 노동력을 만들자'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전쟁과 착취, 성폭력과 파시즘이 자라납니다.


자기 몸을 억압해본 자들이 타인의 몸도 쉽게 이용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배자가 되고, 파시스트가 됩니다. 우리는 개인의 상실에 맞서 마음껏 살아가야 합니다. 나의 몸이라는 자연을 존중해야 합니다. 가난과 착취, 억압과 강요가 없는 자유로운 세상, 불관용 앞에서만 관용이 멈추는 포용적인 세상을 꿈꿔봅니다.


가가린와 굿바이 레닌은 끝까지 꿈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저 하늘 너머에는 어떤 곳이 있을까" 이런 꿈을 꾸는 사람들 중에서 우주에 가는 도 나오는 겁니다. 밤하늘 별처럼 반짝이는 <굿바이레닌>의 대사로 글을 마칩니다.





"인생엔 물질보다 더 값진 게 있죠. 그것은 선의와 노동.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입니다."



이전 10화 열심히 살지 않고도 행복해지는 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