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예술과 저항은 하나
'직장밖생활자'(Instagram)는
불의한 세상에 맞서
작은 균열을 내는 프로젝트이다.
스스로와 세상을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중한 일을 매일 해나가는 능력이다.
"그러니까 시는
여기 있다
유리빌딩 그림자와
노란 타워크레인에서 추락하는 그림자 사이에
(..)
빛나는 기요틴처럼 닫힌 면접장 문틈에"
<그러니까 시는. 진은영>
진은영의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에 수록된 작품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이 시집을 읽고 '「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이라는 해설을 남겼다. 핵심은—“사랑과 저항은 하나이고 사랑과 치유도 하나”라는 것이다. 좋은 예술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타인을 사랑하게 만들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불의에 맞서게 한다.
사랑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눈앞의 누군가를 포기하지 않는 태도다. 불의한 세상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한다. 사랑이 이어질 때, 그것은 곧 세상의 부조리와 폭력에 작은 균열을 내는 저항이 된다.
예술은 닫힌 면접장 문틈, 노란 타워크래인에서 추락하는 그림자 같은 사회적 아픔의 현장을 담아내며 정치적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랑과 예술, 저항은 하나'이다.
(a) 사랑은 타자의 고통을 견딜 만하게 만든다(치유),
(b) 그 견딤의 가능성을 여는 언어가 바로 예술이고,
(c) 그 언어를 지속하는 일이 세계의 구조적 폭력에 균열을 내는 저항이다.
일본을 본따 설계된 한국 사회는 '정규직 공화국'이다. 짱구 아빠는 영원히 해고되지 않는 것처럼, 한번 정규직의 틀 안에 들어서면 정년 퇴직까지 인생이 안정되었다. 부동산 같은 지대도 선점할 수 있었다. 국가는 허술한 사회안전망을 사기업에 외주 맡겨놓았고, 그 결과 정규직이 되기 위한 극한 경쟁이 초래되었다. 정규직 일자리라는 사적 성벽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소외된다.
기업 안에서는 갑질과 과로, 개성을 억압하는 타자의 차가운 시선으로 고통 받고, 그 바깥에서는 네트워크와 경제적 안정, 사회적 존중을 모두 잃는다. '닫힌 면접장 문틈'과 '타워크레인 밑으로 추락하는 그림자'는 그렇게 한 프레임에 담긴다.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기술 발전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며,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는 고용의 안정성을 더욱 약화시켰다. 그 결과 정규직 자리는 점점 줄어들었고, 사회 전체에 불안이 퍼졌다. 불안은 곧 폭력으로 이어졌다. '저들을 내쫒으면 좋은 세상이 올 것이다'라는 식의 혐오 선동이 전세계 정치권을 휩쓸고 있다.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고, 누군가의 존재를 제거하면 생활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외치는 폭력의 시대가 돌아오고 있다.
'직장밖생활자'는 불의한 세상에 맞서 작은 균열을 내는 프로젝트이다.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하자, 독일 대학 교수 약 900명이 “우리는 히틀러와 새 국가에 충성을 바친다”라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연구자들이 지적하는 공통된 이유는 출세와 경력 보장이다. 나치에 충성하면 성공할 수 있었고, 비협조하면 자리와 기회를 잃었다.
결국 우리를 타락시키는 것은 불안이다. 스스로와 세상을 지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중한 일을 매일 해나가는 능력이다. '직장밖생활자'에서는 비정규직 소설가, 영화감독, 에세이스트 등으로 구성된 필진이 하루하루 자신에게 소중한 문학과 영화, 드라마와 시사 이슈를 다룬다. 일하고 놀고 연대하면서 하루하루 살다보면, 무례한 시대를 건너 내 마음에 드는 나와 세상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아름다움(예술)은 인간을 ‘해결’하는 사랑의 작업이 되고, 그렇게 치유되면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분쟁’과 다시 맞설 힘을 얻게 된다.(신형철)”
<직장밖생활자>는 아름다움으로 불안과 폭력의 시대에 불복한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생활을 지키기 위함이다.
5년 전, 장혜영 당시 의원이 첫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연설한 내용으로 글을 마친다. 장혜영 의원의 정치 활동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별개로, 이 연설의 문제 의식은 5년이 흐른 지금에도 <직장밖생활자>의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87년생인 저는 독재의 두려움을 피부로 알지 못합니다. 그 두려움은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았던 여러분만이 아는 두려움일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책과 영상을 본다 해도, 그 두려움을 제가 감히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두려움을 압니다. 무한한 경쟁 속에 가루가 되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나날이 변화하고 복잡해지는 세상 속에 내 자리는 없을 것 같은 두려움, 온갖 재난과 불평등으로부터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끝까지 지켜줄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누구를 타도해야 이 두려움이 사라지는지, 알 수 없는 두려움입니다.
청년들에게 꿈을 빼앗고 인간성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지긋지긋한 불평등에 맞서, 우리를 덮쳐오는 온갖 불확실한 위기들에 맞서 모두의 평등하고 존엄한 삶을 지키기 위해 저 또한 저의 젊음을 걸고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비정규직/프리랜서/예술인의 연결을 꿈꾼다면?
<직장밖생활자> 후원: 카카오뱅크 7942-22-77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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