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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를 읽고

by 연필로쓴다

소소한 마을 빵집에는 MZ친구들이 굉장히 많다. 그들을 이해하고 친해지기 위해서 읽어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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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역사적인 데뷔무대를 T.V에서 우연히 목격하게 된 나는(당시엔 국민학교 5학년이었지만) 메가 쓰나미급 충격에 휩싸였다. 기성세대와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개성으로 X-세대가 등장한 지도 벌써 30년여 년이 다 되어간다. 2020년을 한 달 정도 앞둔 이 시점에서 X-세대의 상징인 태지형님도 내일모레면 50을 바라보는 반 백 살 나이가 되었다. 태지형님은 세월의 흐름 속에 꼰대테스트에서 몇 점을 받을지 정말로 궁금해진다.

서울대학교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취업한 고등학교 동창 녀석과 오래전 술자리에서 한 얘기가 생각난다. ‘항상 사표 쓸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 친구는 선배들에게 가장 듣는 말이 항상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소위 말하는 일류대 나와서 좋은 직장에 취업한 친구지만 반복되는 야근과 치열한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그 친구는 3년 정도 근무하다가 공기업시험을 다시 보고 이직을 하였다. 그리고 초등학교선생님과 결혼해서 아들 둘 낳고 잘 살고 있다. 90년대 생들의 원하는 삶의 모습이, 90년생들이 추구하는 인생의 롤모델이 이 친구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됐다. 나도 90년 대생들처럼 공기업으로 이직한 그 친구를 그 당시에는 많이 부러워했던 거 같다. 현실은... 부러우면 지는 거다.(공기업으로 이직한 건 조금 부럽긴 하지만 우리 와이프가 더 예쁘니깐 괜찮음.. TMI!!)

소소한 마을 빵집의 90년대 생들을 관찰해 보았다. 책에서 말했던 것처럼 그들은 휴가=해외여행의 공식이 성립한다. 휴일은 맛집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고, 자기가 사고 싶은 것은 아무리 비싸도 최저가 사이트 가격비교를 통해서 구매한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타부시 했던 타투를 패션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크다. 그 들은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과 휴식의 균형 있는 삶을 추구하고 있었다. T.V속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몇 년 전부터 여행, 먹방, 노래경연, 육아를 소재로 하는 예능이 많다. 맛있는 거 먹고, 좋은 노래 듣고, 해외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 사진 찍고,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시간 보내기 등등... 요즘 연예인들은 그렇게 인생 즐기면서 돈까지 많이 벌고 인기도 있고, 이럴 줄 아랐으면 그냥 연예인이나 할 걸 그랬나! 그런 생각도 든다.ㅎㅎ 이런 예능프로그램 트렌드를 통해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는 이미 해결된 지 오래이고, 다들 웬만큼 먹고는 사는데 중요한 가치는 얼마나 더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워라밸은 90년대 생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이다. 60년, 70년 대생들도 분명히 워라밸에 대한 욕구는 내재되어 있지만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또는 안 해 봐서 또는 돈을 쓰는 것보다는 모으는 것에 익숙해서 또는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아 방법을 잘 몰라서 90년대 생들처럼 적극적으로 밖으로 표출되지 않다 보니 유독 90년대 생들의 특징처럼 비치는 건 아닐지..라는 생각이 든다.

2019년, 늦가을 옛맛솜씨를 지날 때 귓가에 들리는 이문세의 노래가 왠지 모르게 가슴을 적신다. 옛날에는 그런 느낌이 없었는데... 1992년의 서태지는 이별을 노래함에 있어 ‘난 알아요’라고 말했고 2019년의 이문세는 ‘나는 아직 모르잖아요’라고 표현하고 있다. 서태지와 듀스를 좋아했던 나였지만... 지금은 이문세의 노래도 마음속 어딘가를 적시는 느낌이 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1998년생인 L주임님은 내가 무거운 짐을 옮기는 것을 지나다 볼 때 면 나에게 ‘내일모레 불혹이신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라고 격려를 해주곤 한다. 당황한 나는 자칫 꼰대 같아 보일까 봐 웃어넘기곤 한다.

1998년생 L주임님께 한 말씀드리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2000년생도 오고 있다. 간장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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