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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로쓴다 Apr 16. 2022

인삼을 품은 봄의 여신

2018년 6월의 어느 날 새벽, 인삼이 태어나다

작년 추석에 사위 셋이 처음으로 다 함께 모여 장모님께서 오래전 직접 담가 놓으신 인삼주를 꺼내셨다. 나는 딸 셋에 막내가 아들인 집의 셋째 딸과 결혼했다. 우리 부부가 둘째 처형보다 먼저 결혼했고 일 년이 안돼 둘째 처형이 결혼을 했다. 그러고 나서 처음 맞는 추석이라 사위 셋이 처음으로 다 함께 모여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 보니 얼큰하게 취했다. 그래서 그런지 독한 인삼주가 맛있게 느껴졌다. 봄의 여신님께서 동영상을 찍어놓고 증거 영상을 보여주어서 알게 됐다. 나는 그날 장모님과 처형들 앞에서 춤도 추었다. 아마도 미리 셀프 축하를 하였던가보다.


다음날 나는 하루 종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누워만 있었다. 숙취의 고통 속에 밀려오는 부끄러움은 어쩔~~ 그렇게 추석날 장모님께서 직접 담근 인삼주를 마시고 그 후로 열 달이 지났다.

 



그렇게 열 달이 지나고 2018년 6월의 어느 날 새벽, 정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우리 예쁜 딸 인삼이가 태어났다. 결혼하고 2년 만에 만난 첫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마냥 좋고 마냥 기쁘고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우리 부부에게 와주었는지 모든 게  다 감사하기만 할 따름이다.

     

인삼이는 정말 효녀인 게 내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니 봄의 여신님의 양수가 터졌다. 아마도 인삼이는 엄마 아빠가 첫아이라서 모든 게 처음이라 당황할까 봐 일을 편하게 해 주려고 아빠 퇴근 시간에 맞춰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양수가 터져서 약간 긴장을 했지만 봄의 여신님은 평소 인터넷을 통해 출산준비를 열심히 공부해두었기 때문에 침착했다. 미리 차려놓은 밥을 먹고 가자고 했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대강 집 정리도 하고 준비해 놓은 짐을 챙겨 병원으로 갔다. 그런 상황에서도 밥을 먹고 간다고 봄의 여신님은 지금도 얘기하곤 한다.


병원에 저녁 9시가 안 돼서 도착했는데 4시간여의 진통 끝에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어제까지도 실감이 잘 안 됐는데 아이를 처음 보고 나서 다양한 감정이 지나간 것 같다. 기쁨, 감동, 봄의 여신님에 대한 고마움, 아이가 잘 커주길 바라는 마음, 지나온 시간들,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런 감정들이 병원에서 기다리는 내내 들었던 것 같다. 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 막 태어난 인삼이에게 너무 내 욕심을 부리는 것 같기만 하다. 건강하게 잘 자라주길 바란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한 마음이 든다. 코는 엄마 닮고, 눈은 아빠 닮고 아이가 짓는 표정 하나하나에 웃고 또 웃게 된다. 나는 첫아이라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봄의 여신님은 오히려 나보다 더 담담하게 첫 아이를 출산했다.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인삼이 아빠의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건강하게 아이를 낳아준 엄마 봄의 여신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 인삼이
건강하고 착하고 예쁜 아이로 잘 키우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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