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 날, 나의 마흔두 번째 생일이었다. 생일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흔 즈음에...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무엇이 좋을까? 취미생활을 잘 못 즐기는 편이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어릴 때 글짓기를 곧잘 했던 거 같았는데 글을 쓸 때 집중해서 열심히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곧장 브런치 작가에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부터 자기 전에 이것저것 검색을 하다가 브런치를 알게 됐지만 그냥 스쳐 지나갔다.
나의 마흔두 번째 생일날 새롭게 목표가 정해졌다. 다행히 회사에서 한가족 신문이란 신문기사를 쓰는 제도가 있어서 종종 썼던 글들을 PC에 차곡차곡 잘 저장해 두고 있었다. 그중에서 잘 썼다고 생각되는 글 하나를 골라 현재의 시점으로 약간의 편집 작업을 하고 바로 작가 신청을 해보았다. 새로운 도전,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면 떨어질까? 합격할까? 그런 생각에 살짝 떨리기도 하고 나름 작가가 된다는 설레는 기분이 들어서 모처럼 즐거웠다.
나름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작가라는 직업을 꿈꿔본 적은 없어서 소질을 키우지는 못했다. 살면서 글 쓸 일도 별로 없고 잊고 지냈던 옛날에 썼던 글들을 다시 꺼내서 읽어보니 촌스러워진 옛날 사진을 보는 것처럼 쑥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삼일이 지났다. 긴장감이 다 풀렸는지 작심삼일처럼 브런치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던 걸 까먹었다.ㅎ 자려고 누워 있다가 합격 발표할 때가 된 거 같은데 생각나서 떨리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검색했다. ‘와우!! 운 좋게도 한 번에 합격을 했다.’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그렇게 처음 올려 본 글에 라이킷이 달리고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고 라이킷을 눌러준다는 게 묘하게 성취감을 주는 것 같다. 브런치 입문, 나의 마흔두 살 생일선물처럼 느껴진다.
결혼하고 6년이 지났다. 봄의 여신님과 알콩달콩 열심히 싸우며 살다 보니 그동안 인삼이, 홍삼이 두 딸을 얻었고 유월이면 셋째 딸 산삼이가 태어날 예정이다. 셋째 딸의 탄생은 우리 가족의 완성을 의미한다. 나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 남편으로, 세 딸들의 아빠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하나 추가됐다.
나도 나름 작가다.
나의 PC 속에 아무도 보지 않는 일기장 같은 것을 꺼낼 때가 됐다. 이제 컴컴한 PC 속에 있던 나의 일기장을 브런치 작가의 서랍 속에 넣어 두고 틈틈이 꺼내어 볼까 한다. 필명을 뭘로 할까? 사진이 예쁜 게 없어서 글에 어울리는 사진을 못 찾고 있다. 이런 소소한 고민들이 재미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 생활 속에서 있었던 그런 이야기를 쓰고 그 글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들이 즐겁다. 나의 평범한 일상생활 속 이야기를 쓰다. 나름 작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