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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상실 Feb 05. 2024

화수용 주민의 판교 예찬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럽다

2024년 2월 3일~4일


지출내역

1. 판교청소년수련관 수영장: 어린이 2,500원+성인 3,000원=5,500원

2. 초코 크로플: 11,500원

3. 귤 1팩: 9,800원

4. 쌀국수 2인분 21,800원+웨딩사오마이 4,000원= 25,800원



투자내역

1. 엔화 매수 901엔대 500만 원어치 =554,668 JPY

*미국 고용시장 호조로 금리인하 기대가 물러남에 따라 다시 도로아미타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변동성이 없음 어디 그게 시장이더냐.





무서운 방학...

주부들이 미칠 때쯤 개학을 한다나 모라나



토요일에는 수영~ 수영~ 노래를 부르는 둘째를 데리고 옆동네 판교로 갔다.

(내 멋대로 12km 떨어져도 이웃이라 정의한다.ㅎ)

판교도서관 옆에 위치한 판교청소년수련관 수영장



난 판교를 사랑하는 화수용(화성, 수원, 용인) 주민 이다.



경기도는 서울(정확히는 일자리가 많은 강남, 여의도, 종로)과 접근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집값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급 지어져 있다.

신축이면 프리미엄을 더 받기는 하지만 지하철 역세권 앞에는 무릎 꿇어야 한다.

분당만 봐도 30년이 넘어가는 구축이지만 10억이 넘어가는 곳들이 천지 삐까리다.



한창 집값이 고공행진일 때는 어찌나 분당과 판교로 들어가고 싶었던지...

운동 한다 셈 치고 분당, 판교 여기저기를 임장을 다니기도 했었다. 아마 내 집이 이득구간이었다면 진즉 팔고 넘어갔을 것이다.

꼭지에 잡은 탓에 본의 아니게 존버하고 있지만 말이다.



판교와 우리 집과는 자차로 30분 정도가 걸린다.

우리 동네에도 걸어서 10분 거리에 사설 수영장이 있기는 하지만 입장료 차이(사설이라 인당 10,000원)도 있고, 판교 공기를 마시고 싶어서 틀었다.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이라 그런가 입장료가 정말 아름다웠다. 어린이 2,500원/성인 3,000원



게다가 성남에 주소가 있는 청소년은 무료라고 한다. 요즘 시대에 무우료???

여기 사는 아이들이 정말 부러웠다. 내 아이도 여기 살았다면... 집값은 들지언정 수영은 마음껏 할 수 있겠구나!




그래, 그럼 집값을 한번 보자.

호갱노노앱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을 콕 찝었다.

서판교 판교원 한림풀에버 9단지


> 동판교가 교통으로 더욱 좋지만 가격이 넘사벽이라 그나마 꿈꿀 수 있는 서판교에서 골라봤다.

> 세대수 많고, 초중고가 가깝다.

> 판교역까지 그래도 도보권이라 봄, 가을에는 도보로 통근도 가능하다.

> 평지다.

> 강남역까지 35분

호갱노노 앱


이 모든 것을 아우른 국평 가격 13억, 평당 3800만 원 정도다. 이것도 떨어진 가격이다. 하하하하



지금 우리 집은 6억 2천, 금융자산은 2억 언저리...

5억 정도 대출을 끌어온다면 살 수도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할 연세는 아니기에...

5억을 30년, 4 퍼 대, 집담보로 계산기 돌리면...

매달 원리금으로 239만 원을 갚으면 된다.



이 돈을 내면서 이사 올 가치가 있는지 따져본다.

지금 우리 집에서는 남편 강남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정도 걸리고, 난 동탄 40분 정도 걸린다.

30년 대출을 짊어지고 이사를 간다면 남편은 30분이 절약되고, 난 30분이 늘어난다.

나는 직장을 성남 쪽으로 옮길 수는 있지만 당장은 그럴 수 없다. 남편은 재택근무가 많아서 일주일에 두 번 남짓이지만 난 월화수목금 매일이다.

이사는 나에게 불리하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이들이다. 초등학교를 들어가더니 머리가 굵어져서 전학은 싫다고 한다. 확실히 더 나은 점이 뻔히 보인다면 설득을 강하게 하겠는데... 돈도 돈이고 싫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사할 자신은 없다.


판교도 나름 분당 못지않은 학군 지여서 아이들의 학구열도 중요하다.

움.... 그것까지 고려한다면

'어머니 전 정말 공부가 좋습니다. 좋은 학군에서 제 꿈을 펼쳐보고 싶어요.'라고 하기까지는 여기 지금 집이 낫지 싶다.


'학군지에 가면 주변 친구들이 다 열심히 하기 때문에 공부를 안 하던 아이도 열심히 한다더라'는 주변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교직 경험에 비추어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이야기다.

학군지에서도 쭈구러드는 아이가 있고, 비학군지에서도 활개치는 아이가 있다.


열심히 할 수도 있고, 더 좌절할 수도 있다. 내 아이의 성향이 어느 쪽인지에 따라 욕심을 낼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원리금을 그렇게 허리 휘게 내는 것보다는 그 돈으로 나중에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증여를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다.



절절히 공부욕심이 있다면 어디서든 포텐이 터지기도 하지 않을까라는 내 마음대로 생각도 해보고,

뒤늦게 부모가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도 했다.

그리해서 원리금 239만 원을 감당하며 먼저 집을 잡아 놓지는 못했다. 결국 근시일 내 무료 수영장은 떠나갔다.



지금 상황은 부동산은 실거주 늘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 세금이나 임장에 부지런해야 하는 성향이 아니어서 다주택자 포지션은 나와 맞지 않는다. 금융자산으로 투자를 틀었다. 판교에 살면서 학군이나 통근거리를 얻는 것보다는 화수용에 살면서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었다.





그래도 난 판교가 참 좋다.

언제고 내 레이더에 원하는 가격이 포착된다면 갈아탈 수도 있고, 잡아놓을 수도 있다.

나 같은 화수용 주민이 정말 많긴 할 거다.




수영을 하고 나와 커피숍에서 크로플을 먹었다.

주변에 미술 동호회 사람들인지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장면이 정말 여유로워 보였다. 목소리도 크지 않고, 서로 조근조근 인스타를 주고받는 모습들이 생경했다. 아주머니들도 저렇게 고상하고 기품 있을 수 있구나...



뭐 그분들이 판교사람들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 역시도 판교 주민이 아니지만 그곳을 이용하고 있고, 눈에 뭐가 씌었을 수도 있다.

판교사람들이 그런건지..판교라는 분위기에 압도 당했는지 알턱이 없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딸은 이곳이 참 좋다고 한다.

에미도 마찬가지구나.

그래,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하지 뭐

이곳은 정말 명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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