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겠으면 원래대로 돌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28화띠뽈씨(나의 애칭♥)의퇴근후이야기3-잠을못이룰정도의 직장스트레스

by 윤슬




이제야 잠이 오려고 한다.


오늘은 글을 써야 하는데... 어제부터 짤막한 일기 같은 글을 남기고 이어가질 못했다.

이상하게 글이 써지지 않는다. 그리고 정리가 되질 않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생각이 분산되는 통에 괴롭다. 직장 스트레스 때문인데. 누구 말대로 일상생활과 감정이 분리가 되질 않는다. 계속 직장의 힘듦이 감정을 좌지우지하면서 흔들어 대는 탓이다.


오늘 새벽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오늘 낮에 있었던 부서장모임에서 새로 시작한 카카오채널 통계자료와 시스템에서 어떤 장점과 건의사항 그리고 고객의 불편사항 있는지 정리해서 같이 발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어떻게 정리를 해서 호소력 있는 2-3분의 메시지를 만들지 생각이 많아져 잠이 오질 않았다.


잠이 오지 않는 일은 거의 없다. 정말 걱정이 많거나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지 않는 한 보통 나는 머리만 대면 잠이 든다. 오늘 새벽은 악몽을 3번이나 꿨으며 그 일이 곧 현실인 거 같아서 선잠을 잔 후 바로 눈을 떠서 또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7일 새벽 0시 16분.

눈을 부릅 떴다. 그리고 눈을 감고서 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질 않는다.

새벽 3시를 넘긴 시각. 그때까지 눈을 감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브런치 알림 진동이 느껴진다. 첨엔 무슨 소린지 몰라 반사적으로 폰을 켜서 확인했다. 밤새 잠을 못 자 불면증을 호소하는 관심작가이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면서 '나 또한 마찬가지구나' 싶었다.




월요일 부장님께서 내 방에 잠시 들어오셨다. 여러 가지 얘기를 하고 가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이다.


"지금 내가 보니 새로 바뀐 시스템으로 너무 어수선하다. 내 눈에는 전부 다 보입니다. 제일 윗 상사에게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대로 가도 괜찮을지 파트장으로서 전체를 잘 살펴보시고 안 되겠으면 원래대로 돌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먼저 운을 떼면 도와줄 테니 잘 판단해서 하시라..."


대체 얼마나 되었다고. 틀린 말씀이 없는 건 사실이나 2주 전 컨설팅업체가 다녀갔고 시스템이 바뀐 건 6월 첫날이며 카카오채널은 지난 25일부터 개설된 것인데. 아직 통계도 내기 힘든 상황이고 연휴까지 끼면 며칠 되지도 않은 것이다. 토요일 퇴근하면서 여름 바람 속에 가을향을 맡으며 이대로 하면 되겠다 하고 퇴근을 했는데 월요일 그렇게 바쁘니 더 정신이 없는 판인데... 월요일은 늘 바쁘지 않은가... 부장님 앞에서 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겨우 한 대답이란.


"네 알겠습니다..."




할머니와 동생과 시골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누군가 창호지 문 바깥에서 방문으로 어른 거리는 그림자가 비쳤다. 부장님이셨다. 새벽 3시 무렵이었다.


"부장님 저 지금 안 자고 일하고 있습니다. 저 깨어 있어요. 문을 열고 보시면 됩니다. 부장님... 여기 보세요..."


아무리 고함을 쳐도 부장님께 목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가위에 눌린 듯 정말 한심할 노릇이었다. 자는 게 아니라 새벽 3시까지 일하고 있다는 걸 반드시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고함을 질렀건만 목소리가 나가지 않자 놀라서 잠에서 깼다.(왜 힘들 때 늘 시골집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힘들게 다시 눈을 감았다. 출근하는 건물 엘리베이터 입구였다. 누군가 알아보기 힘들지만 입은 옷으로 보아 직원임이 틀림없다.


"저기요. 같이 갑시다. 엘리베이터 같이 타요."


나를 쳐다보는 직원의 눈빛이 몹시도 날카로웠다. 같이 타게 되어 고맙다는 말을 걸기조차 힘들었다. 그때 갑자기 직원이 엘리베이터 바닥에 드러눕더니 몸에 털이 난 이상한 괴물로 변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너무 무서워 움찔하는 사이 꿈이었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새벽 5시가 넘도록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한 채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마지막은 의자를 발로 찬 회사대표 같기도 하고 우리 할머니도 안쓰러운 얼굴로 나를 쳐다본 듯도 하고. 기분 좋은 장면이 아니라 섬찟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렇게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일어나서 출근을 하였다. 연휴에 잠을 충분히 자둔 터라 피곤하지는 않았다.

출근하자마자 제1 부사수와 제2 부사수에게 카카오채널 짧은 기간이지만 통계자료 내고, 직원들이 바뀐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든 피드백받아서 정리해서 오라고 부탁했다.


드디어 점심 직후 모임시간이 되었다. 나는 병원 예약이 되어 있어 오후 반차를 내고 금식을 한 상태라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자료 발표하고 건의사항을 얘기하는 내내 어디서 힘이 난 것인지 하나도 피곤하거나 배가 고프지 않았다. 정말 잘 지켜내고 싶다. 무엇을?


이 글을 씀으로써 마음이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렵지만 다시 한번 용기를 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브런치 작가의 글에서 최근 읽은 적이 있는데 누군지 정확히 기억은 없다.(기억하지 못하고 인용해서 죄송합니다.) 셰익스피어가 10편의 명작을 남긴 것은 1000편 이상의 글을 썼기 때문이며 에디슨이 발명한 것은 만 번 이상의 실패 뒤에 온 것이며... 그렇다. 단 번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며 그 유명한 작품과 발명품이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라면 나는 늘 해볼 만하다. 노력하는 사람이니깐.


지금 직장에서의 위치를 지키고 싶고, 아이들이 나의 수입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길 바라며 하고자 하는 공부를 마칠 수 있길 바란다. 대출금도 갚아 나가고.


의미가 있는 그 무엇이 되고자 이 밤에도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힘을 내라. 띠뽈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