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사춘기 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 그놈 피부가 사람 잡네
나도 좀 쉬어보자.
갑자기 친구와 약속이 생겼다.
오후 5시쯤 문자를 날렸다.
"엄마 저녁 약속 있어.
누나는 밤 12시까지 아파트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온대.
시험 치느라 고생 많았어.
맛난 거 사 먹어 사랑해"
"네"
"사랑한다 아들"
"네ㅔ(오타까지 그대로 옮긴다. 사랑한다고 한마디 해주지. 제일 듣고 싶다. 그 말.)
"2만 원 보냈어"
"감사해요"
"정말 많이 사랑해"(아들아 그래도 아무 말 안 할 거니. 아휴 부탁할걸 해라.)
전송됨.이라는 마지막 핸드폰이 보내는 메시지를 한참 쳐다본다... 그래 알겠어.
나도 오래간만에 글쓰기에 미쳐서 친구도 못 만났는데 즐거운 시간 보낼 테니 너도
실컷 맛난 거 먹고 스트레스 풀어라.
"네? 뭐라고요? 선생님."
"선천성 희귀 질환인데요. 여기 사진 보면 거의 똑같은 거 보이시죠?
주로 청소년기에 많이 나타나고... 정확한 의학명은 [엘라스타.....]입니다.
다른 곳은 없나요? “
그러면서 등, 허리라인 등등 자세히 살피셨다.
앞가슴 윗부분 여드름 자국도 자세히 봐주셨다.
"음 여기는 조금 오래되었네요. 아직 조금 빨갛기는 하지만.
보통 심한 경우에 레이저가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런 경우는 별 효과도 없을뿐더러
청소년에게 그리 권하지 않습니다. 한두 번 해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요."
"피부 재생연고 처방해 드릴 테니 자주 발라 주세요"
아들을 바라보며, (피부과 의사가)
"별로 신경을 안 쓰면 되는데 자꾸 거슬리기는 하겠다. 그래도 별 큰 문제는 없으니
이대로 연고 바르면서 좀 더 지켜보자."
나는 이미 [선천성 희귀 질환]이란 소리에 다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가슴이 꽉 아파왔다.
그냥 좀 더 신경 써 주지 못한 미안한 맘이 가슴속에서 울컥하며 흘러내렸다.
진료실을 나오니 아들은 썩은 표정.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아팠던 마음에서 짜증 난 아들 표정을 보고 현실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너 왜 그래?"
"아니 무슨..."
"선생님 잘 보시는 것 같은데 우선 연고 바르면서 지켜보자."
나오면서 자세히 물어보니 무슨 진료를 성의 없이 빠르게 보는 것 같다고.
그리고 이미 누나가 쓰던 재생 연고 많이 발라 봤는데도 안 나아서 온 거 아니냐고.
입이 튀어나와 저만치 먼저 걸어가 버렸다.
집에 와서 [엘라스타.....]에 대해 자세히 찾아봤다. 검색창에 잘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정말 희귀하게 질환에 대해 나와 있었다. 그렇다고 치료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찾아도 없고 기억이 나지 않아 피부과 문의하니 담당의께 물어보고 얘기해 준단다.)
며칠을 몰래몰래 지켜봤다. 정말 열심히 연고를 바르는 것이다.
밤에는 연고를 바르고 옷에 묻을까 봐 윗옷을 벗어 놓고 방문을 잠그고
자기도 하고.
(아 반성하자. 아이는 정말 절실했구나.
사춘기라서 괜한 외모에 신경을 너무 써서 그렇다는 둥. 스트레스를 작은 흉터에 투사해서
푼다는 둥 그런 게 아니었구나.)
연고가 서서히 닳아갈 무렵. 아들의 신경질은 다시 시작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발랐는데도 효과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인정한다 그건)
열심히 집 주위 피부과를 검색했다. 정말 많았다. 7-8개 되었는데 아이와 비슷한 연령대가
많이 찾는 병원위주로 알아봤다.
눈에 들어온 건 W피부과였다.
"들어오세요"
뽀글거리는 파마를 한 40대쯤로 보이는 의사였다.
우선 선천성 희귀 질환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튼살]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리곤 앞가슴 여드름 상처 부위는,
"주사를 우선 맞아 봅시다. 약처방도 좀 하구요."
그리고선 마스크 낀 얼굴사이로 보인 여드름을 주시했다.
여기는 어때요? 치료 도와드릴까요...
"아니요. 여기는 괜찮아요..."(단호한 아들의 말이다. 계속 그렇게 말하길 빌어.)
예리한 의사의 눈에 여드름이 마스크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오후 1시 39분에 문자가 왔다.
병명은 한국어로 변역하면 [선모양국소엘라스킨증]이라 한다. 너무 친절한 데스크 선생님.)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