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머니 이것은...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요?

9화 사춘기 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그놈 피부가 사람 잡네

by 윤슬

퇴근하자마자 궁금해서 방문을 열어 본다.


"타닥닥 타 탁탁 타..."


어둑어둑한 방에서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하고 있다.


'하... 시험기간이긴 하나 스트레스도 풀면서 해야지.'(가만히 두자)


게임 중간에 건드리면 대화도 못할뿐더러 왕짜증을 내기에 잠시 기다렸다.


"어떻게 된 거야?"(거두절미하고)


"뭐가요..."


"어제 네가 그 시간에 거기에..."(신호등 대기선)


"늦어서 택시 타고 갔어요."


"하..."


"몇 시에 도착했어?"


"45분요."


"시험은 잘 쳤니?"


"망쳤어요... 묻지 마세요..."


속이 부글부글 한다. 내가 한 마디하고 몇 대를 어퍼컷으로 얻어맞은 느낌이다.






"엄마?"


"응"


"언제 갈 거예요?"(아마 수십 아니 수백 번 물었을 것이다.)


계속 미루고 미루던 탓이었다. 올 초의 일이다.

당시 마음을 솔직히 말하라면 거짓말 좀 보태서 죽고 싶었다. 아들만 안 보이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었다. (그 집요하고 변덕스럽고 끈질긴 그 무엇.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내 마음의 명령.)


느닷없이 방에 문을 열더니 들어오라 한다.

늘어진 스포츠 웨어 목부분을 당기더니.


"여기..."


"거기가 왜?"


"여기 안 보여요?"(짜증 섞인 목소리로)


자세히 보니 목젖아래 앞가슴 윗부문에 빨갛게 약간 움푹 빼여 있었다.

(원래는 여드름 자국이었다가 손으로 긁어서 흉터를 남긴 것이다.)


"이거 때문에 신경 쓰여서 미치겠어요."

('옷 입으면 안 보이는 곳인데 뭘')


"그리고 여기..."


다음으로 보여 준 곳은 등 쪽에 튼살처럼 희고 약간 번득이는 가는 선들이 등짝 한가운데

여러 겹으로 겹쳐서 있었다.

(‘내가 보긴엔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이런 걸 가지고. 신경이 쓰인다면 엄마가 가정폭력자로 몰리려나.‘)


"이것 때문에 이제 수영장에도 못 가겠고... 주짓수 하러 가서 옷 갈아입을 때도 자꾸 신경 쓰이고 애들이 쳐다보고... 너 왜 그러냐?...."


하... 첩첩이 산중이로소이다.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내 마음속에는 다른 결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늘 바쁜 일과에 쫓기고, 마치면 운동도 해야 하고. 사실 미룬 제일 큰 이유는


"어머니 이거는 레이저 100번 해야 합니다"

(자꾸 이런 상상이 들어서 내 귀를 틀어막았는지도 모른다.)


라는 피부과 의사의 말에 들어갈 병원비 때문이었는지도.


참다 참다못해 스트레스가 정점을 찍던 날 진료를 보기로 했다.

반차를 쓰고 점심시간에 가서 S피부과에 이름을 적어 놓고 왔다. 아들이 마치는 시간에 학교에 가서 모시고(?) 와서 진료를 기다렸다.


이윽고 우리 순서가 되어 진료실에 먼저 들어가서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런 일은 처음일세. 주인이 없는 방에 먼저 가서 앉아 있다니.

아마도 진료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미리 준비시킨 듯 보였다.


작은 키에 단발머리의 야무져 보이는 피부과 의사가 들어왔다.


"자 어디 보자."(아들 등부터 보시더니)


눈으로 자세히 보시고 손으로 촉진도 하시더니

(갑자기 두꺼운 영문 원서를 꺼내서)


"아... 어머니 이것은...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요?"


"......"


"이것은...... 선천성 희귀 질환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