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좀 깔끔하게 쉬고… 뭐 좀 먹고 잘려고…“

11화 사춘기 아들과의 좌충우돌 이야기-그놈 피부가 사람 잡네

by 윤슬

[녹차] 기본 벨소리가 울린다.


"엄마"


"응"


"이번 주는 학원 안 가고 깔끔하게 쉬면 안 돼요?"

(하 머릿속이 너무 엉킨다. 시냅스에 번개가 튄다...)


"뭐 하려고?"


"그냥 뭐 좀 먹고 잘려고요."


"응"

(복잡하게 생각하고 계산하고 있다가 허무하게 한 마디의 단어가 툭 떨어진다.)


"대신 약속하자"


"..."


"네가 열심히 한 건 아는데 집에 가면 한 가지는 약속하자"


"뭐요"


"네가 쉬는 게 목적이면 게임은 하지 말고 정말 먹고 잠을 푹 자는 것만 하자"


"엥. 먹고 잔 뒤에는 게임 좀 실컷 할 건데요."


뭐가 이리도 거침없고 당당한 것일까.(안 그럴 이유는 없다만.)

하고 싶은 말은 다박다박 화 안 해고 다하는 아들이 정말 부럽다.


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흥분도 잘한다.

하고 싶은 말 하다가 포기하거나 혼자 구석에서 우는 유형이다.






주사도 맞고 약도 1주일분을 받아서 W피부과를 나왔다.(S연고도 받았지 참.)

오호. 이번엔 좀 만족한 표정인데.

무사히 지나가자 제발.

아 그나저나 1주일 간은 편하게 지낼 수 있겠다.


집에 오자마자


"빈속에 약을 먹으면 안 돼.

내일부터 매일 아침 먹고 약 먹자"


"..."


약을 핑계로 아침마다 밥상을 차리게 되었다.

습관이 되면 매일 아침을 먹이게 되는 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피부과를 잠시 생각하지 않고 살았던 날들이.


"엄마"


"응"


"여드름이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정말 헉이다. 아 이제 다시 지난한 전쟁이 시작되는 건가요.)



A시에 사는 친구와 G시에 사는 친구에게 SOS를 쳤다.


"얘들아 여드름 치료 어떻게 하면 되니?"


"S야 우리 딸도 왕 거니가 나고 했는데 음식이랑 세안이 최고다. 피부과 갔는데 엄청 비싸서 그냥 왔어. 인터넷에 여드름 좋은 화장품 사서 바르고 별로 비싸지도 않음"(A시 H라는 죽마고우)


"우리 애들은 여드름이 전혀 없었는데 감사해야겠네( G시 G라는 죽마고우)


(문자수신 실제 대화 내용이다.)




'햐 어떡해야 하지.'


결론은 또 다른 피부과 투어였다. D피부과가 유독 눈에 띄었다.

깔끔한 인테리어. 어 대기실이 텅 비었네. 진료실에 들어갔다.


안경 낀 30대로 보이는 피부과 의사가 앉아 있었다.


"아드님 여드름은 별로 심하지 않은 편인데. 청소년 요금제 적용해서 할인이 됩니다.


혹시 치료가 필요하시면…


여기 자세한 안내문이 있으니 읽어 보시고 결정하세요. 앞가슴 부분은…“


"우선 주사부터 맞읍시다."


"전에 받은 연고가 있는데 계속 써도 되나요?"


"어느 피부과인가요? 혹시 근처 S피부과에서 주던 가요?

요즘은 이 연고는....."


시크하면서도 설명할 건 다하는 젊은 의사의 말을 다 듣고 우리는 대기실에

잠시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들의 여드름 타령은 점점 도를 넘어섰다.

거짓말잔치 또 들어간다. 밥 먹으며 집에서 부딪힐 때마다 화장실에서 나오면서

특히 샤워하고 씻은 후 민낯을 보면 괴롭힘 질 폭발...(가히 그리 말해도 된다. 암만)

이번달은 지출이 넘어섰는데. 잃어버린 자전거대신 새 자전거도 사고.

음...


최대한 될 수 있는 한 병원 가기를 미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들아 정말 미안했어'


아 도저히 못 참겠다. 엄마 정신줄은 벌써 가출했고.

몸까지 집을 나갈 판이다.


"언냐"


"응"


"진짜... 왜 그래... 빨리빨리 해결 좀 해라"


"아니 그게..."


띠링 돈 들어오는 소리다. 아 나는 속물인가.


"돈 부쳤다. 그 돈으로 아들 여드름 치료에 보태써"


그렁그렁. 진짜 내 동생 밖에 없다. 응가라고 따라다니던 동생이 늘

제부 몰래 용돈을 보낸다.(싸랑해 늘)




우리 모자가 사이좋게 다시 찾은 건 W피부과 였다.

나는 너무 지쳐서 아무 말도 하기 싫었다.


"선생님 치료 시작할게요"


이 한마디면 될 것을. 왜 그리 숨고 피하고 나를 괴롭혔을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찌르륵"


카드가 순식간에 튀어나와 계산기에 몸을 내밀었다.

내 통장에 돈이 빠지는 소리가 하루 종일 귓가에 징소리 마냥 울려 댔었다.



(아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구요? 거금을 들여 일주일 간격으로 4번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한꺼번에 선결제였어요. 고구마 시금치… 몸에 좋은 음식을 해다 바쳤고

인스턴트를 끊었습니다. 간식으로 뭘 먹여야 하나요.

한꺼번에 먹는 양도 많은데.


그래서 지금은요… 기회가 되면 짬짬이 털어놓지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