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라이딩 실력
장유 불모산 자전거 라이딩을 다녀왔다.
새벽에 눈을 뜨니 아직 출발시간인 9시 반은 되지 않았다. 다시 눈을 붙였다. 아침 6시가 조금 지났다. 몸살기운이 사알 도는 것 같다. 약간의 기분 좋은 근육통이랄까. 거기서 조금 더 가서 나른한 근육통이 왔다. 내 머릿속은 이미 자전거 라이딩을 가지 않을 핑계를 대고 있었다. 자청의 소개로 읽고 있는 21권 책의 핵심으로 관통되고 있는, 원시뇌가 자꾸만 이대로 안주하고, 위험한 곳에 가지 말고 하루 종일 자라고 속삭인다. 그 악당이 새벽에 왔다. 그러나 작은 꼬마 악당 같다. 우리 집에서 10분 거리에 라이딩 합류는 잘 오지 않는 기회다. 벌떡 머릿속의 삼지창 악당을 물리치고 일어났다.
2일째 된 소고기 콩나물국은 오로지 내 차지다. 아무도 안 먹는다. 맛만 좋은데. 밥을 가득 말아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리고 달리면서 마실 수 있는 물통에다 내가 직접 담근 매실 엑기스에 냉수를 가득 채웠다. 이번에는 옷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 바람막이 옷을 바깥에 입고 안에는 여러 겹의 라이딩 방한류를 입었다. 완벽하다. 아파트 바깥으로 나가니 날씨가 이렇게 따뜻하다. 라이딩하기 안성맞춤이구나. 해반천으로 내려가 부드럽게 페달을 밟으며 시동을 걸어 보았다.
해반천을 달려서 장유사 입구에 도착한 뒤 바로 불모산으로 올라가는 코스였다. 장유사 입구 편의점에서 잠시 쉬어 가서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대청계곡을 보았다. 계곡 물은 많지 않았지만 너무도 깨끗하였고 파란 하늘 위에 흰구름은 둥실 떠 올랐으며 나의 마음은 불안하였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늘 별로 힘들지 않다는 말만 한다. 그래서 저번주 원효암과 비교해서 어떻냐고 하니 훨씬 낫다 한다. 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엔 모두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장유사 입구에서부터 대략 800미터의 산을 오른다. 길은 아주 넓고 잘 닦여 있다. 뒤에서 차가 와도 두렵지 않다. 나 성공했다. 이번엔 어느 누구의 밀어주는 도움 없이 소나무가 있는 정상 밑까지 올랐다. 그것도 끌바 2번뿐이다. 확실히 업힐이 부드러웠다. 가파르게 느낀 곳은 중간지점 직전 1번, 소나무가 있는 전망대 올라가기 직전의 조금 우둘투둘한 길 두 곳뿐이었다.
점점 위로 갈수록 골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산에서 내려오던 물이 통째로 얼어붙어 있었다. 눈이 내려서 얼어붙은 구간도 있었다. 보면서 천천히 달렸으나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한번 내리면 다시 자전거에 올라탈 수 없는 업힐 구간이라 사진을 찍지 못했다.
마지막 업힐에서, 도저히 길도 좋지 않은데 경사가 가팔라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잘 닦여진 길에서 자전거 타기 시도. 다시 실패. 다시 또 뛰어가다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리고 쭉 소나무가 있는 직전까지 기어코 오르고 말았다. 소나무가 외로이 홀로 서서 나를 반기고 있었다. 이래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겨울이고 막힌 곳이 없으니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너무 추워서 단체사진도 못 찍었다. 멀리 보이는 장유 시내와 진해 앞바다까지 시원하게 보였다. 정말 아름다웠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마음의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아주 미세한 부드러운 페달링소리. 가파르지 않지만 은근한 오르막이 길게 있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은근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숨이 차고 다리가 떨리기도 한다. 멈추고 싶다. 올려다보던 시선을 내렸다. 바로 앞만 보고 마음속 구령을 외쳤다. 하나 둘 하나 둘... 너무 멀리 보니 현기증이 나고 언제 저기를 내가 올라 가나 싶다. 중간에 자꾸 내려서 끌고 가고 싶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을 라이딩에 대입해 보았다. 너무 멀리 보며 답을 찾으려 하면 답이 안 보인다. 지금 해결할 일들에 집중하면서 작은 목표들을 하나씩 뽑아 나가자. 그러면 한 고비는 올라설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에 다시 생각하자꾸나. 나를 토닥거리며 나는 결국은 정상에 오르고 말 것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미끄럼방지로 시멘트길에 가로선이 모두 그어져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빠르다. 자꾸 이와 턱이 덜덜거린다. 누가 뒤에서 외친다. J씨 어금니 꽉 다물고 달리세요. 어금니 꽉 다물고 결국 나는 정상에 오르고 말 것이다. 꼭.
(덧글)
이제 집에 와도 별로 근육통도 없고 힘들지도 않다. 오늘은 50킬로 정도를 달렸다. 이상한 일이 금방 일어났다. 별로 힘들지도 않고 조용히 거실에서 공원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었다. 아들이 냉동 블루베리를 들고 방에 들어갔다. 갑자기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속속쌰쌱샤샤....."(여자 목소리) 누나가 동생에게 귓속말로 얘기하는 줄 알고 내가 고함을 질렀다. "지금 무슨 얘기하는 거니? 누나가 니 방에 들어왔어?" 아들이 하는 말 "지금 무슨 소리하시는 거예요?" 소름이 쫙 끼쳤다. 딸은 내일까지 내는 서류 한다고 방에 틀어 박혀 있었다 한다. 거실에는 낮은 클래식이 울려 퍼지고 있다. 아아 무섭따...
애들이 엄마 빨리 자라 한다. 산 타다가 기 빨려서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근데 나는 분명히 들었다 저 소리를.ㅎㅎ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