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떨어뜨리는 부장님의 태도
늦어도 8시 40분에 출근해서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부장이 와서 일 시작 전에 한소리 한 것 말고는. 왜 꼭 일 시작하려는 9시 5분 무렵이었을까. 음 왜 지난 일까지 또 들먹이며 반복하시는 걸까. 나는 싫어하는 유형의 상사 행동이다. 나는 지적할 일이 있으면 이른 아침보다는 나중에(시간을 지정하지 않았지만. 등신같이 오히려 지적도 못하지만. 화가 나면 너무 무섭고.), 지난 일을 다시 들먹이며 기를 죽이고 잔소리하는 사람은 되지 않을 거다.
요는 어제 채널로 상담하신 분의 내용을 인적 메모에도 안 남기고 담당과에도 전달도 안 했다는 것이다. 환자가 내가 어제 상담해 준 걸로 오늘 진료를 나오셨다. 문제가 생겼나. 내가 설명을 잘해서 궁금증을 주치의와 풀기 위해 진료를 나오신 건 나의 설명을 잘 이해한 것이 아닌가. 무엇 때문에 트집을 잡듯이 갑자기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 찬물은 한 바가지 들고 오신 것인지.
기획실 직원이 낸 기안서에 피드백을 해달라고 왔다. 나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아주 짧게 말했다. 감정은 최대한 섞지 않고. 이런 일이 있었노라고 말했다. 기획실 직원이 말했다. 며칠 전 본인(기획실 직원)이 잘못한 것을 가지고 본인이 있는데서 전화를 해서 과장님을 혼내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과장님께 죄송했어요. 어제 대표님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제가 부장님께서 과장님께 이유 없이 화를 내시고 힘들게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대표님왈 [J과장이 나랑 서울 출장 가서 그런 거예요? 아니면 지하 2층으로 방을 빼라는 시점이에요?] 말씀하셨어요.
나는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신 대표님의 안목에 놀랐다. 그리고 기획실 직원이 물었다. [언제부터 괴롭히시는 거예요? 부장님이 몸이 아파서 그런 거예요?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세요?] 아 잘 모르겠어요. 화가 나면 작은 일로도 꼭 아침 일 시작 전에 벌컥 들어와서 화를 내고 그냥 혼자 말하고 나가세요. 내 생각에는 서울 다녀온 뒤는 아니고 방을 지하 2층으로 내리라는 말이 돌고 나서 인것 같습니다. 혹시 대표님 물을 수도 있으니 준비하고 계셨다 정확히 말하세요. 순간 내가 말하기도 전에 지금의 분위기를 미리 기획실 직원이 말했고 대표님도 어느 정도의 이 지속되는 싸늘한 외래 분위기를 감지하신 듯하다.
나는 부장이 내 방을 나가지 마자 연차서류를 찾았다. 열심히 이번 달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는 내가 불쌍하게 보였다. 환자가 많기도 하고 장이기 때문에 책임감으로, 새해이기도 해서 쉬지 않았다. 종이 두장에다가 나의 마음을 담아 연차 계획서를 썼다. 겨우 오후 반차 2장이지만 당신의 그런 태도가 직원들 사기를 어떻게 죽이는지는 좀 알고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