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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Jan 20. 2024

"커피를 마셔야 일이 집중이 되겠다."

2024년 1월 20일




커피를 마셔야 일이 집중이 되겠다. 비가 뿌리지만 기분 좋은 마음으로 토요일 출근을 했다. 일은 생계수단인 동시에 삶의 활력소다. 말을 많이 해야 에너지가 돈다. 나는 그렇게 생겨 먹은 사람인 거 같다. 바빠야 사는 여자. 상담이 많아서 입에 단내가 나고, 목이 아프기 직전까지 떠들어야 힘이 나는 여자다.


어제 오후 갑자기 서울에 같이 출장 간 대표님 호출이 있었다. 기획실 직원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아마 부장님께서 과장님 힘들게 하시는 걸 아신 거 같아요. 그냥 허심탄회하게 솔직히 말씀하세요."

"아 네..."

바쁜 일처리를 끝내고 방에 올라갔다. 안경테를 벗으시면서 편하게 앉으라고 말씀하셨다.

"요즘 힘든 일은 없습니까? 제가 판단을 잘못해서 서울에 같이 간 뒤로 부장님이 힘들게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부장님 저렇게 바뀌신 거 같습니까... 서울 출장 이후입니까. 지하 2층으로 방을 내리라고 한 뒤입니까... 솔직하게 말씀해 보세요."


묻는 말에만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부장님이 아직 방을 안 비우고 계신데 정리 좀 해주십시오. 절대 지하로 내려가실 생각이 없으신 거 같습니다. 외래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많이 예민하세요. 저는 견딜만합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얘기를 하지 못했다. 더 많은 정보를 캐시려고 하시는 게 눈에 보였다.


'부장님께서 저하고 소통을 하지 않으십니다. 저랑 하는 대신 P방에 참새 방앗간 들리듯이 가십니다. 무슨 일이든지 거기서 의논하고 저는 P를 통해 정보를 듣습니다. 저는 꿰다 놓은 보릿 자루 같아요.'


의기소침해진다. 할 말이 많았지만 다 하진 못했다. 아무리 말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다. 다니면 다닐수록 희망이 없어 보인다. 다만 상담을 하고 일자체가 즐거워서 그냥 다닌다. 그나마 조금 사이가 가까운 동료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저는 그냥 여기서 지금 하는 일만 하고 월급 받으면서 지내고 싶습니다.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다. [빨리 부장님 방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힘든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나는 절대로 말씀하지 않는다. 견딜 때까지 견디다 안되면 조용히 그만둔다. 예전처럼 즐겁게 일은 하지만 직원들을 보면 한숨이 난다. 얼마나 오래 이 직장을 다니고 살지 모르겠으나 즐겁게 일하고 싶고, 뒤에서 욕하는 일은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화양연화]의 주모운이 소려진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앙코르와트 벽에 난 구멍에 대고 말하듯이 나도 그렇게 조용히 떠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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