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라이딩은 좀 복잡하고 힘들었지만 보람이 컸다(2024년 1월 28일)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아리아를 찾는다. 클래식 FM을 틀었다. 오늘은 승학산 시약산 구덕산 라이딩 가는 날이다. 라디오에서 마치 신세계라도 보여줄 것이라는 듯 온 거실로 클래식이 퍼져 나온다. 제목도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다. 음악을 들으며 잠시 잠을 깬 뒤 야무치게 밥 한 그릇을 싱싱한 톳나물에 초고추장을 듬뿍 넣어 비벼 먹었다. 그리고 늘 고생하는 나의 자전거 루키를 점검했다. 직접 담근 매실에 얼음을 띄워 한 병을 준비했다. 블랙으로 알갱이 커피를 진하게 타서 원샷! 대충 준비는 마쳤다. 마지막으로 옷을 껴입는다. 요즘 겨울이라 덜 움직이고, 잠도 많이 자고, 많이 먹기도 해서 살이 조금 붙었다. 몸에 많이 붙는 라이딩 옷들이라 힘들게 입는다. 겨울 자켓이 없어서 애쉬컬러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렵게 구입했다. 온라인에서 구입했는데 직접 입어보니 느낌이 틀렸고 또 한번입고 뒤쪽 주머니가 실이 터져서 반품했다.
삼락생태공원으로 간다. 처음 가보는 장소라 주차장 P4로 오라고 한다. 엉뚱한 곳에 주차했다가 다시 움직였다. 이미 많은 분들이 모여서 트랙을 돌면서 몸을 풀기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추워서 차에서 대기도 하고 계셨다. 늘 한결같이 커피를 내려오는 회원님 덕분에 손도 녹이고 한 모금 후 바로 출발했다. 나는 1차 집결지이고 2차 집결지는 당리역이다. 우리는 을숙도를 바라보며 길이 좋아서 신나게 달렸다. 푸르스름한 물빛, 장난치는 철새들이 참 귀여웠다. 아직은 내가 가는 코스를 정확히 알 수가 없으니 신나기만 하다. 그냥 따라가는 거다. 아무? 생각하면 늘 따라나서지 못한다.
당리역에 도착하니 아직 지하철로 이동 못한 회원 5명이 있어 기다렸다. 추웠다. 다른 사람을 위해 늘 약속을 정확히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했다. 왜냐면 라이딩을 멈추면 겨울은 너무 춥다. 그나마 새로 장만한 옷이 두껍기는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늦으면 참 난감한 상황이다.
주행대장 두 명이 서로 주고받으며 말을 했다. 당리역 앞 편의점 앞에서. [왼쪽은 좀 힘든 코스이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좀 수월한 코스입니다] 갑자기 토끼처럼 귀가 쫑긋 섰다. 초보인 나는 코스가 직격탄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결론은 오른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 했다. 나머지 5명이 도착하고 20명이 넘는 회원이 모였다. 좀 많다. 정말 힘든 코스에 더 모이는 듯하다.
"자 갑시다. 왼쪽으로" @@@@@@
나는 힘이 없다. 가자면 가자는 대로 서라면 서면 된다. 아마도 춥다 보니 굵고 짧게 하는 겨울라이딩 원칙이 적용된 듯하다. 큰일 났다. 정말. 왜냐면 내 컨디션이 다른 날보다 조금 무겁고 몸이 빨리 안 풀렸기 때문이다. 차와 자전거가 오르막으로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 이 정도 길에... 이 정도라면... 꾸역거리며 꼬리 앞에 붙어 따라갔다. 모퉁이 돌 때마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얼굴이 떨어져 나가는 듯하다. 특히 이마가 깨지는 느낌이 든다. 산에 오르기 직전 편의점에서 보급을 한다며 다시 멈췄다. 초코파이와 콜라, 이온음료였다. 편의점 안은 따뜻하다. 대표리더의 인사가 잠시 있었다. 아 너무 따뜻하다. 아직까지도 나는 몽롱하다. 산으로 간다니 가는 거겠지만요.
먼저 승학산 등산로로 사람들과 함께 올라간다. 위를 쳐다보니 그냥 집에 가고 싶어 졌다. 업힐도 보이지만 길도 자갈길 흙길 시멘트길 멍석길 참 다양도 하다. 시작부터 난감했다. 나보다 더 초보는 1명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걱정도 되고... 너부터 걱정하여라 오지랖 부리지 말고. 와 사람들은 대단하다. 물 만난 고기 같다. 엉덩이를 치켜들고 멀리 바다로 헤엄쳐 나갈 듯이 그렇게 부드럽게 치고 나갈 수가 없구나. 그것도 업힐을요. 엄지 척. 바닥이 울퉁 불퉁한 돌멩이가 가득하다 보니 속도를 늦추거나 겁을 내면서 멈춰 서면 다치게 된다. 과감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 초입부터 업힐만 계속되었다. 신경 써야 할 것이 업힐만이 아닌 것이다. 자갈을 지나자마자 멍석이 깔려 있었다. 이번 라이딩에 멍석이 총 3번 있었는데 나는 3번다 멈췄다. 아킬레스건이었다.
드디어 첫 번째 고비가 왔다. 다운힐도 없으면서 위로 쳐다보면 계속 고갯길로 돌아 오르는 느낌이었다. 뒤에서 밀어주던 베테랑분도 지치셨는지 다른 분에게 나를 토스하고 휑하니 산 위로 날아 올라가 버리셨다. 대표리더는 늘 내 차지였지만 오늘 나보다 초보가 내 뒤에 버티고 있다 보니 그 두 명은 아예 내 시야 뒤에도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