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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 Oct 04. 2022

나의 친구들에게 편지

다람쥐가 비축해둔 도토리일 거예요

안녕? 누구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나는 이곳에 머문 지 만으로 일년이 지났습니다. 계약기간의 반절쯤 살았고, 또 이다음 반절이 남은 시점입니다. 처음 계획한 것과 달라진 것도, 그대로인 것도 있는 방입니다.


아마 나는 돌이켜보면 늘 홀로인 듯 둘이었고, 둘인 듯 하나였을 겁니다. 희뿌연 안개를 걷어내니, 이제 조금 더 또렷하게 보이는 건 결국 나뿐입니다. 잡아둘 수 없이 지나가는 몇 차례의 국면과 하나하나 어쩔 수 없이 무력하게 이별하면서,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기억의 파편을 마음에 꾹꾹 담아두면서, 자연스럽게 1년을 가득 채웠습니다.


며칠전에는 늘 웃는 친구의 마음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줄곧 울음을 삼키고 자주 활짝 웃는 습관을 확실하게 들인 친구를 봐왔습니다. 그가 지켜내는 고된 의엿함이 얼마나 멋진 노력인지 크게 느꼈습니다. 역시 어떤 사람으로 살자고,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깊지만 꽤나 느슨한 연결을 지향하고 실천한 시간이 이제 겹겹이 쌓여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그게 어떤 이름인지는 요즘의 나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기대하고 함부로 침범하는 뾰족한 관계성을 최선을 다해서 멀리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요즘의 나는, 임시직이지만은 어엿하고 정기적인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그 어느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안정적입니다. 덕분에 지금 가장 그런 관계를 이루고 있고, 혼자인데도 무척이나 자유롭습니다.


바람처럼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기는 마음으로,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고도 한번 살아보고싶습니다. 이루고싶은 목표만을 명확하게 바라보고 후회없이 도전하고, 간절한 만큼 정말 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을 충실히 보내자는 다짐을 합니다.


즐거움을 좇아 많은 핑계를 만들어내면서 사회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일을 열심히 회피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어쩐지 가만히 있지는 않았기에 자꾸만 뜻밖의 행복과 많이 마주쳤습니다. 그 행운이 아마 여러분일 거예요. 친구가 되어주어 고맙습니다.


이제 더는 취업을 외면하기 어려워졌네요. 그럼에도 우리는 곧 만나게 될 거예요. 그날엔 또 당신의 이야기를 오래오래 듣고싶어요.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들은 다람쥐가 비축해둔 도토리 같은 걸 거예요. 그럼 또 만나는 날까지 안녕!



하기 무서운 것도 이젠 해야 되는 당신의 친구가




알고 싶은 이야기 많지만

네 마음을 기다릴게

네가 편한 게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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