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트 Dec 07. 2022

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다름과 이해

겉보기에는 다 똑같은 것을 꼭 똑같이 하나씩 지녔는데, 상상도 못할만큼 속은 다 다르다는 게 놀랍다. 왼쪽눈 하나, 오른쪽눈 하나, 코 하나, 입술 한 짝. 웃으면서 휘어지는 눈가와 입꼬리, 찡그릴 때의 좁아지는 미간과 콧잔등. 그런 단순한 약속의 시그널을 공통으로 공유한다는 것만으로 우리를 다 안다고 생각했던 건, 더 놀랍다. 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평생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각자 제 품에 쏙 맞게 닫히자마자 그 안으로만 파고들며 깊숙해지는 문으로 누군가는 이 존재들을 빗대어 말했다. 어떤 알고리즘은 다른 알고리즘과는 다르다. 다르니까, 이름도 다 다른 거겠지. 모두 같았으면 이름도 필요 없었을 거야. 바람이 불면 도화지 위에서 온갖 방향으로 다르게 흘러가며 모든곳으로 퍼지는 물감처럼, 한없이 퍼뜨려지는 존재의 양식은 제각각이다. ​​



내 몸의 가장 바깥쪽 가장자리부터 겹겹이 쌓여있는 층계를 모조리 낱낱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알기 어렵게 꼬여버린 수수께끼를 모두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풀어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꺼풀씩 모두 벗겨내지고 기어이 나도 몰랐던 오롯한 내가 드러나는 순간을 즐기는 마음으로. 꿈을 꾼다는 건, 소망을 품는다는 건 그런 희망을 믿을 때의 이야기이다. 아무도 나를 자세히 이해하지 않을 때도 나는 존재한다. 아닌 것 같겠지만, 그럴 때도 부재는 착각이다. 사랑 받음에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 그래서 이 세상에 떠도는 거겠지. 이미 존재하던 것이 완전히 새롭게 빚어지는 감각이라서 재탄생이라는 말이 꼭 알맞다.

​​


이해 받는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잊고 그저 무디게 지내다가도 투명한 불을 밝혀올 마법같은 어둠은 불쑥 찾아온다. 모든 감상과 이해는 마치 깜깜한 상자 안같은 암흑 속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시공간에서, 그가 더듬는 손바닥의 감촉으로 느껴지는 나의 형체를 어렵게 감정해내는 작업에 전념하는 건, 아무리 웃음기 없는 사람이라도 끈질기게 간질인다. 미세한 손끝의 떨림에서 쓸데없는 신중함을 느끼면 피식 웃음이 나오겠지만, 그런 난데없는 진지함이 나에게 있어서는 갑자기 무엇보다도 경건해지기까지는 고작 몇초도 걸리지 않는다. 코의 단단함과 입술의 부드러움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흐리게 맞히고 감은 두 눈에 차례로 입 맞추는 뭉그러진 감각으로도 모조리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People like to talk nonsense

And only you catch my attention

I love it when you cry

I love how you move in pain

I love the way you despair

Be mine

Are you gonna leave me​


Seori - Trigger



작가의 이전글 내가 선택했다는 착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