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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 Feb 17. 2023

우리는 종종 함께 외로워 했기 때문이다.

고통의 연대, 슬픔으로 마주잡은 손을 놓기까지




1


외로움이 뭔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과 함께하기로 결심했어. 그런 사람과 지난주 수요일 밤에 약속했어. 함께하자고.


내 존재에 각주를 달아주는 사람들은 이제 사랑하지 않기로 했어. 이게 어떤 아픔이고 어떤 상처인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잖아. 우리는 종종 함께 외로워 했잖아. 하나만 문제를 고르자면, 아마도 그게 첫번째 문제였을 거야. 서로의 외로움을 자기것처럼 느낀 것. 나보다도 슬픈 사람을 알게 되어 희열을 느낀 것. 상대방을 추대하고 경외하는 동시에 비릿한 연민을 보낸 것.


나를 읽고도, 절대 흔들리지도 울지도 않는 사람의 미지근한 온도에 기꺼이 적응해보기로 했어. 너희는 내가 짓밟힌 채로 어딘가의 아래에 깔려있어왔다는 사실이 있어서 가까스로 안도했을 거야. 그런 이유로 나를 가까이 두는 사람을 좋아하는 걸 이젠 그만두기로 했어.


자신을 가여워하지 않는 사람과도 잘 지내보려고 해. 밤이 찾아오면 사무치게 힘들어지고, 해가 뜬 낮에도 얇은 가면 한꺼풀 아래로 언제나 슬픔이 사무치는 그런 사람은 난 이제 질렸어. 그건 아직도 내가 나를 미워한다는 고백일 거야. 누군가와 키스하는 것보다 혼자 산책하는 게 더 익숙한 사람과 손잡고 나란히 걸어보기로 했어.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 서로를 열렬히 오해하는 시작을 가져보기로 했어.


내가 흔들리면 왜 흔들리는지 너무 잘 이해하는 사람이 조금은 두려워졌어. 내 고통이 적힌 일기를 한낱 백지로 보는 사람이 좋아졌어. 그렇다면 내 슬픔도 고작 공란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아무것도 직역되지 않는 불통의 언어에 적응해보기로 했어. 그 말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는 것에서부터 드디어 소통이 시작되는, 그런 세계에 들어가보려고 해. 이게 어떤 아픔이고 어떤 상처인지 모르는 사람과 어께를 나란히 두고 걸어보려고 해. 고통의 언어로 설명되던 존재는 그때부터 다른 해석으로 번져나갈 거야. 그럼 나도 차츰 슬픈 일들을 잊을 수 있게 될 거야.





2


그림을 다시 그려볼까 해. 남들에게 사랑받게 될 그림. 물성을 갖는 종이로 태어날 그림. 나를 보게 되면, 슬프게 화가 난다고 말해줘.*


_______________


*이랑 - 슬프게 화가 난다



좁은 방에서 그림만 그렸어

낡은 가방에 그림을 모았어

친구를 만나면 기뻐서 손을 잡았어

친하게 지내고 싶었어 난 모두와


어두운 방 안에 있어도

꽃이랑 나무 생각만 났어


슬프게 화가 난다


어두운 방 안에 있어서

난 꽃이랑 나무 그림만 그렸어



2023년 1월 31일 화요일 PM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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