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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그늘 Dec 20. 2023

나의 산타클로스

불타는 산타 클로스


“엄마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작은딸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나의 어여쁜 산타클로스 큰 별과 작은 별.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흰 눈이 펄펄 내린다. 어릴 때 크리스마스가 생각난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일곱 살 무렵이니 오십 년도 더 된 옛날이야기이다. 교회 집사님이셨던 엄마를 따라 우리 네 남매는 교회에 다녔다.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 교회 청년부에서는 성가 연습과 더불어 교회 크리스마스 장식을 손으로 했다. 대나무를 길게 쪼개 별 모양으로 조립하고 창호지를 붙여서 커다란 별을 만들었다. 안에 백열전구를 고정해 교회 종탑에 설치했다. 멀리서 보면 커다랗고 환한 별 하나가 종탑에 내려와 앉은 것 같았다. 예배당 앞에는 커다란 소나무 화분을 놓고 색종이로 만든 기다란 사슬 모양의 줄과 문방구에서 파는 빨간색 파란색의 반짝이를 둘러서 장식했다. 나무 끝에 색종이와 크레용으로 그린 산타와 지팡이, 천사 그림을 그려 매달아 놓았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끝나면 성가 연습과 산타할아버지와 아기 예수가 나오는 연극연습을 했다. 요즘처럼 반짝이는 전구도 멋진 산타 인형도 없었지만 성가 소리 들리는 교회는 신비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동화 속에 나오는 그림 같았다. 나는 대예배당에서 대표로 독창하게 되었다. 아침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 연습을 했다. 교회에서 주는 간식을 받는 것도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교회의 큰 행사 중의 하나인 크리스마스이브 공연을 위해 청년반을 주축으로 다들 열심히 연습했다.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고 산타 복장을 한 청년부 오빠, 그 뒤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기 위해 촛불을 들고 하얀 한복을 입은 언니들이 줄을 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맨 앞줄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는 긴장되고 떨려서 얼굴이 상기되어 왔다. 노랫말을 외우며 연습하고 있었는데 뒤쪽에서 갑자기 뜨거운 공기가 확 밀려왔다. 누군가 악! 하고 비명을 질러 뒤돌아보니 산타 복장이 촛불에 닿아 불이 붙었다. 나일론으로 만든 빨간 바지와 상의, 솜으로 붙인 수염의 산타할아버지는 마룻바닥 위를 뒹굴고 언니들은 사색이 되어 불이야! 불이야! 소리 지르고 있었다. 그날 공연은 엉망이 되어 중단되었고 불타는 산타할아버지는 병원으로 갔다. 나는 놀라서 경기를 했고 눈을 뜨니 엄마가 안고 달래주고 있었다. 매년 겨울이 오고 산타의 계절이 오면 생각나는 한 장면이다.     


나의 두 딸이 어릴 때 어린이집에 다녔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적어서 보내달라고 연락이 왔다. 나는 큰딸과 작은딸 앞으로 산타할아버지가 보내는 것처럼 카드를 쓰고 선물을 사서 선생님께 갖다 드렸다. 크리스마스날 밤 어린이집에서 크리스마스 잔치를 했었다. 산타할아버지가 한 명씩 이름을 불렀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카드를 읽고 선물을 주었다. 작은딸이 네 살 큰딸이 여섯 살 때였다. 산타할아버지가 안아주려 하자 겁이 많던 작은딸이 갑자기 기겁하며 울기 시작했다. 놀란 아이들 몇몇이 따라 울었다. 엄마들이 각자의 아이들을 달래고 선물을 나눠주려 했지만, 울음은 쉽사리 그치지 않았다. 썰렁해진 분위기는 선생님들의 재치로 상황을 정리하고, 과자로 아이들을 달랬던 기억이 난다.

산타할아버지와 나는 별로 친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산타클로스의 유래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준다는 전설로 어린이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이름이다. 산타클로스라는 말은 270년 소아시아지방 리키아의 파타라시에서 출생한 세인트(성) 니콜라스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자선심이 지극히 많았던 사람으로 후에 미라의 대주교(大主敎)가 되어, 남몰래 많은 선행을 베풀었는데, 그의 생전의 이런 자선행위에서 유래, 산타클로스 이야기가 생겨났다고 한다.
 
 가톨릭에서는 그를 성인으로 여긴다. 그의 이름은 라틴어로 상투스 니콜라우스인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산 니콜라우스라고 불렀다. 특히 아메리카 신대륙에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은 산테 클래스라고 불러, 자선을 베푸는 자의 전형으로 삼았다. 이 발음이 그대로 미국어화 했고, 19세기 크리스마스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는 상상의 인물이 되어, 어린이들이 정답게 부르다가 '산타클로스'로 변하게 된 것이다. 산타클로스의 복장은 1931년 미국의 해돈 선드블롬이 코카콜라 광고에서 그린 그림에서 유래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산타클로스[Santa Claus]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나는 올 한 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만큼 착하게 지냈나? 착하다는 그 기준은 어디에 있는 걸까? 난 가진 것도 없는데 남에게 어떤 것을 베풀어야만 할까? 물질로만 베풀어야 하는 걸까?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면 행운과 복을 받는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내가 베푼 선행은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과 아이들이 복을 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것은 베풀라는 뜻이라고 생각된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가진 것이 없어도 남에게 일곱 가지 베풀 수 있는 것이 있다고 했다.     

무재칠시(無財七施)

1. 화안시(和顔施) : 남에게 밝은 얼굴로 대하는 것.

2. 언시(言施) : 따뜻한 말을 베푸는 것.

3. 심시(心施) : 남에게 따스한 마음을 나누는 것.

4. 안시(眼施) : 다정한 눈빛으로 남을 대하는 것.

5. 신시(身施) : 몸으로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

바른 자세로 사람을 대하거나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는 등 몸으로 베풀 수 있는 것.

6. 좌시(座施) : 남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 선의의 양보.

7. 찰 시(察施) :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서 도와주는 것.      

잡보장경(雜寶藏經)에 실린 이야기다.     


내게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을 이 글을 읽고 깨달았다.

나에게 있는 것만 가지고도 남에게 선행을 베풀 수 있는데 나는 얼마나 실천했는가?

산타클로스의 선물은 앞으로 더 많은 선행을 베풀라는 의미인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연말이 되니 올 한 해 남에게 나는 얼마나 많은 도움을 베풀었나 돌이켜 생각하게 한다.

남은 생은 무재칠시로 나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이 글을 읽은 이들이 행복과 건강 그리고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빌어본다.


복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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