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칸 : 일본의 전통적인 여객 및 숙박시설
이번 여행은 휴식하기 위한 여행으로 준비했다. 일본의 전통적인 숙박시설과 가이세키(일본식 코스요리)를 먹을 수 있는 호텔로 예약했다. 일반 숙소보다 비용이 아주 비쌌지만 한번 체험해 보고 싶었다.
도고온센역에 내려 비와코 그랜드호텔로 연락했더니 금방 셔틀버스가 왔다 운전사가 매우 친절했다. 버스로 5분이 채 안 걸리는 거리에 호텔이 있었다. 우리는 스위트룸을 예약했는데 캐리어를 수레에 실어 8층 VIP 홍엽(紅葉)이라고 쓰여있는 방까지 갖다주었다. 방안에 가방을 내려주고 옷장에서 유카타와 양말을 꺼내주었다. 슬리퍼 있는 곳을 설명해 준 뒤 직원은 내려갔다.
커다란 앉은뱅이 탁자가 있었고 물수건과 다과가 차려져 있었다. 커피포트와 다기 세트, 녹차도 준비되어 있었다. 다다미로 된 방엔 문을 닫으면 두 개의 방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다른 방에는 탁자 밑이 파여있어 발을 넣을 수 있었다. 욕실 안에 욕조가 있고 밖에 일인용 온천탕이 구비되어 있었다. 두 개의 창이 있어 비와호가 내다보였다. 강가에는 많은 철새들이 쉬고 있었다. 강이 하도 커서 바다처럼 보였다. 비와호는 서울 면적보다 70㎢ 더 넓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호수 수풍호의 2배라고 하니 어마어마했다.
우리는 유카타로 갈아입고 공중 온천으로 갔다.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라서인지 탕 안에 아무도 없었다. 샤워하고 밖에 있는 온천으로 들어갔다. 탕 온도는 따끈해서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비와호를 바라보며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모든 생각이 다 지워지고 텅 빈 마음으로 온천의 따스함에 푹 젖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비행기를 타고 오기까지의 모든 피로가 풀렸다. 온천하고 1층에 있는 로손편의점에 갔다. 기념품도 많았다. 냉장고에 물이 없어서 물을 한 병 사고 방에 올라와 차를 마셨다. 중국식 찻잔이 고급스럽다.
저녁 시간이 돼서 다시 2층으로 내려갔다. 문 앞에서 기다리니 직원이 와서 예약확인을 하고 안내해 주었다. 방에 커다란 도자기형 뚝배기가 가스버너에 올려져 있고 야채 한 접시, 애피타이저 접시에 치즈, 구운 오리고기, 구운 무와 구운 생선, 찐 콜리플라워, 야채 절임이 있었다.
샴페인 잔엔 북방조개 무침, 작은 유리잔엔 웰컴 주가 있었다. 그날의 메뉴가 편지처럼 적어져 나왔다. 일본어로 씌어있어 잘 모르겠지만 코스요리 순서인 것 같았다. 자완무시와 모둠회가 각자 앞에 놓였다.
잠시 후 커다란 접시에 회처럼 얇게 썬 샤부샤부용 오리고기가 나왔다. 우리는 가락국수 사리도 시켰는데 오리고기가 많이 나올 줄 몰라서 당황했다.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과 달리 너무 맛있어서 다 먹고 밥이 나와서 밥도 먹었다. 고시히카리 쌀로 만든 밥이라서인지 달큼하고 고소하고 윤기가 반질반질 흘렀다. 배가 불렀지만, 남김없이 다 먹었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멜론 한 조각과 딸기가 나왔다. 멜론도 맛이 달았다.
만족스러운 저녁을 먹고 숙소로 올라 오니 개인 요와 이불이 네 개 깔려 있었다. 다다미방이라 등이 배길까 걱정했는데 매트리스도 이불도 몹시 포근했다. 유카타를 입은 채로 잠이 들어 버렸다. 새벽에 일어나 온천에 한 번 더 들어갔다. 개인 탕이었지만 대중탕처럼 물 온도가 적당했다. 새벽의 비와호를 바라보며 온천하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아침 조식을 먹으러 일 층으로 갔다. 조식을 주는 장소는 연회장이었는데 굉장히 넓었고 자리도 많았다. 뷔페였다. 직원들이 생선, 프렌치토스트같이 즉석에서 준비해 주는 코너도 있었다. 음식도 여러 가지 있었는데 샐러드용 야채, 여러 가지 빵, 반숙 계란, 카레, 100% 과일주스, 계란찜, 수프, 반찬도 여러 가지 있었다. 밥이 나오는 기계가 있어 신기했다. 밑에 그릇을 놓고 대, 중, 소 중 하나를 누르면 밥이 툭 떨어져 나왔다. 그릇들도 고급 도자기 그릇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유리로 된 볼에 샐러드 야채를 담아와서 먹었다. 여섯 칸으로 된 그릇이 있어 연근조림 야채 조림 등 여러 가지 반찬을 담았다. 세세하게 신경 쓴 모습이 보여 일본 사람의 친절함이 돋보였다. 11시 퇴실이라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짐을 싸서 다음 숙소로 이동했다.
전철역에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역무원이 없는 역이었다. 아이들이 티켓을 편도로 끊어야 하는데 왕복표를 끊어서 당황했다.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통해 교토역에 환불해 주는 기계가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었다. 일단 교토역에 도착해 개찰구를 나가 표를 환불하고 숙소로 가는 티켓을 다시 발권했다. 일본은 전철이 민영철도라 철도마다 티켓 발행하는 곳과 타는 곳이 달라서 좀 헤맸지만, 아이들의 도움으로 제대로 숙소에 도착했다.